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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티벳의 맛] ① 야크버터티
작성일 2010.05.19
작성자 이*숙
상품/지역
트레킹


Yak Butter Tea, 쑤유차

티벳을 여행하는 동안 호텔이나 식당이 아닌 일반 민가나 사원을 방문하면 그들이 권하는 야크버터차에 여행자들은 무척 당혹스러울 것이다. 왜냐하면 처음 맛보는 이 진한 야크버터차의 향과 맛이 비위에 맞지 않을 수도 있으며, 잔을 내려놓기가 무섭게 계속 잔을 채워주는 그들의 습관적인 성의를 한두 번 거절로는 멈추게 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일반적으로 티벳인은 하루 평균 40잔 이상의 버터티를 마신다).

그러나 일단 입에 익고 나면 야크버터차만큼 속을 따뜻하게 데워주는 음료가 없음을 알게 될 것이다. 또한 연신 차를 부어주며 웃는 순박한 티벳사람들의 미소를 보고 있노라면 맛을 떠나 그들의 마음이 그대로 내 속으로 녹아들어 훈훈함이 몸 전체로 퍼져나가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래서 티벳에서 오래 머문 사람이라면 티벳을 떠난 뒤 야크버터티에 대한 향수를 느낄 만큼 이 차는 티벳을 대표하는 추억으로 남게 될 것이다. 야크버터티는 야크버터에다 소금, 우유, 소다, 찻잎, 뜨거운 물을 기다란 나무통에 섞은 다음 흔들어서 만든다. 그렇게 만들어진 야크버터티는 일반 차보다 걸쭉하다.

야크버터티를 더 이상 마시고 싶지 않다면 차에 입을 조금 댄 뒤 그냥 내려두면 되는데, 잔이 비면 티벳사람들은 계속 잔을 채워줄 것이다. 내가 십몇 년 전에 처음 티벳을 방문했을 때 죠캉사원 뒤쪽 어느 승려의 작은방에서 이 야크버터티를 처음 맛보았는데 글쎄 나는 정말 마시고 싶지 않았다. 비위가 약한 편이라...하지만 이방인으로서 예의를 지키기 위해, 티벳문화에 대한 나의 호감을 표하기 위해 한잔을 애써 다 마시고 잔을 내려놓았더니, 헉!! 잔이 탁자에 닿자마자 다시 잔 가득 차를 따르며 권하는 것이었다. 어찌나 순박한 미소로 권하는지 다시 혼신을 다해 그 잔을 비웠다. 이번엔 잔을 내려놓으며 손사래를 치며 "노, 땡큐" 라고 외쳤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그 순박한 미소의 티벳 승려는 내가 예의상 거절하는 걸로 생각하는 것 같았다. 결국 난 그렇게 그 자리에서 열잔 가까이 수유차를 마셨다. 아...힘들었다. 배도 불렀다. 그런데 그 다음부턴 어딜가나 버터티를 술술 마시게 되었다. 그새 맛에 적응한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그 추운 겨울날 이 한잔의 버터티가 내 몸을 얼마나 따뜻하게 해주는지를 알게 되었기 때문에 티벳사람들이 왜 물처럼 이 차를 마시는지 알게 되었다. 얼마 전 오랜만에 티벳에 갔더니 또 같은 일이 반복되었다. 하하하....그새 그 맛을 잊어버리고 있었던 것이다.

보너스! 이번에 새롭게 안 것은 마시기 싫으면 잔을 비우지 않고 내려놓는 것 외에 "메"라고 말하면 된다는 것이다. '메' 는 '됐다,충분하다' 그런 뜻인 것 같다. 그래도 아마 나와 같은 상황에 처한다면 "메"를 아주 여러 번 외쳐야 할 것이다.
"메 메 메 메~" ^^*

* 사진 설명 : 예전엔 티벳가정집에서 둥글고 기다란 나무원통에 재료를 넣고 기다란 막대기로 섞어주는 모습이 일반적이었는데, 이젠 여기 생활도 변화했다. 아래 사진처럼 믹서기를 사용해서 간단히 만드는 것이 아닌가~ 내가 너무 오랜만에 티벳을 방문했기에 꽤나 놀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