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제목 윤인혁의 남미 이야기 - 맛있는 남미의 음식들
작성일 2014.10.28
작성자 황*지
상품/지역
트레킹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은, 소금만 뿌린 소고기 구이 '아사도'!

여행을 하면서 먹는 시간만큼 가장 기다려지고, 행복한 순간이 또 있을까? 더군다나 발걸음이 향하는 곳마다 새로운 음식과 다채로운 문화가 기다리고 있는 남미대륙이라면 더 이상 그 기쁨을 논할 필요가 없을 터!
까다로운 입맛을 가지고 세계 최고의 식당과 음식만을 찾아 다니는 미식가가 아니어도 남미 대륙에 발을 내딘 여행자는 행복한 맛의 향연에 푹 빠질 수 있는 특권을 누리게 된다. 어쩌면 ‘맛있다’라는 의미를 표현하는 단어가 머릿속에 고작 몇 개 밖에 없다는 사실이 여행자를 우울하게 만들지도 모르겠다. 집 앞의 골목길에서부터 재래 시장의 줄줄이 늘어선 간이 음식점, 유명 연예인들도 들른다는 레스토랑까지! 남미 대륙은 신선한 식재료와 후한 인심으로 수많은 여행자의 입맛을 만족시키고 있다. 페루, 볼리비아, 칠레, 아르헨티나, 브라질… 각 나라마다 그리고 지역마다 특색 있는 음식을 미리 구경해 보자.

1. 재료가 가진 본연의 맛 – 페루의 ‘세비체’와 ‘산코차도’’

얼마 전 ‘꽃보다 청춘’의 페루 여행에서 출연자들이 맛있게 먹던 음식 중 하나, ‘세비체(Cebiche)!’ 세비체는 신선한 어패류 위에 아삭하게 씹히는 양파를 올리고 상큼한 레몬즙을 뿌려먹는 음식으로 일종의 에피타이저이다. 우리나라 바닷가에서 신선한 굴을 초장에 찍어 먹는 것과 모양새에서 비슷한 냄새를 풍기는 요리, 세비체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에피타이저 요리이다. 신선한 어패류의 참맛이 음식을 기다리는 이의 입맛을 돋우기 때문이고, 식재료 본연의 맛을 그대로 즐기기 때문이다. 우리네 남도와 동해 앞바다에서 먹는 신선함과는 달리 이국의 향신료와 곁들여진 ‘어패류 회’는 즐거운 문화 충격으로 다가온다.
안데스산맥으로 올라가면서 차츰 고도가 높아지면 산코차도(Sancochado)라는 음식이 여행자의 속을 달래준다. 돼지고기, 소고기, 양고기 등의 고기와 옥수수, 단호박, 양파, 감자 등 산에서 재배하는 야채를 넣어 푹 끓인 고기스프, 산코차도는 쿠스코에 가면 어렵지 않게 찾아 먹을 수 있다. 쿠스코의 시장통에는 밤새 푹 끓인 산코차토를 파는 식당이 널려 있으니 선호하는 고기에 맞춰 식당을 찾아가면 된다. 고산의 바람에 몸이 허해질 즈음, 뜨끈한 국물에 몸을 데워주는 산코차도가 여행자의 몸을 달래줄 것이다. 치차모라다(Chicha Morada)는 옥수수를 발효시켜 만든 음료이다. 페루에서 먹는 모든 음식과 이 음료는 매우 잘 어울린다. 알코올 도수가 없는 음료이니 먹고 싶을 때 마다 부담 없이 들이키면 된다. 페루 사람들은 ‘치차’라는 애칭으로 이 음료를 부른다.

2. 풍부한 해산물의 향연- 칠레의 ‘소파 데 마리스코’

국토의 남북 길이가 4,329km로 좁고 길게 뻗은 국토를 가진 나라 칠레. 바다를 낀 국토가 길다 보니 다양한 기후 분포와 더불어 어마어마하게 풍족한 어류를 태평양으로부터 제공받는 나라가 바로 칠레이다. 우리 머릿속에 칠레산 홍어, 칠레산 오징어포가 떠오르는 걸 보니 얼마나 해산물이 풍족할 지 가늠이 되지도 않는다. 이런 정도이니 해산물로 만든 다양한 요리가 여행자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당연하다. 이렇게 엄청난 해산물 요리 중 ‘소파 데 마리스코(Sopa de Marisco)’라 불리는 요리는 미리 메모를 하고 떠나도록 하자. 해안을 끼고 있는 어느 도시에서나 맛볼 수 있는 이 요리는 해물스프 혹은 해산물잡탕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조개, 게, 생선살, 생선뼈 등 다양한 어패류를 넣고, 오랜 시간 푹 끓인 이 스프는 담백하고 풍성한 맛으로 여행자의 피로를 순식간에 날려 준다. 평소에 먹던 국밥과 비슷한 비주얼에 뜨끈한 김이 올라오는 냄비가 식탁에 올려진 순간 ‘아! 맛있게다!’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올 것이다.
칠레하면 떠오르는 단어 중 빠지지 않는 것이 있다. 와인에 문외한인 사람도 한번쯤은 들어봤을 칠레 와인! 농수산물이 풍부한 칠레에서도 포도는 전세계적으로 품종이 훌륭하기로 유명하다. 싸고 질 좋은 칠레 와인은 칠레 여행을 하는 내내 여행자의 음료가 되어 줄 것이다.

3. 배불리 먹는 불맛 소고기 – 아르헨티나의 ‘아사도’

‘거지가 돈이 없어서 고기를 먹는다’ 라는 농담을 거침없이 하는 나라가 있다. 바로 중학교 지리 시간에 거대한 평원 ‘팜파스 지대’와 연관하여 수없이 외웠던 나라. 아르헨티나이다. 국토의 면적만으로는 세계 8위에 해당하는 나라, 아르헨티나는 미국, 캐나다, 호주와 함께 소고기가 풍족한 나라로 유명하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멘도자 지역까지 국도를 달리다 보면 창 밖의 풍광이 정지된 화면처럼 착각을 느낄 정도로 똑 같은 평원이 풍경이 이어진다. 이곳이 이름만 들어도 유명한 곳, 팜파스 지대이다. 팜파스의 초원 위에는 숫자를 세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로 많은 수의 가축들인 소, 양, 말 등이 평화롭게 풀을 뜯고 있다. 덕분에 아르헨티나로 여행을 떠나면, 어디를 가도 양질의 소고기를 저렴한 가격에 마음껏 먹을 수 있다. 얼만큼 저렴한지 비교해 보자면, 육즙이 풍부하고 신선한 소고기 스테이크를 우리나라의 백반 정도의 가격에 질리도록 먹을 수 있다면 이해가 될 것이다. 1인당 육류 섭취량이 전 세계에서 높은 순위에 달하는 데에는 이런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이러한 소고기의 천국 아르헨티나에서도 꼭 먹어봐야 할 요리가 또 있으니 그것은 바로 ‘아사도(Asado)’라 불리는 전통 고기 요리이다. 팜파스의 목동인 가우초들이 먹던 바비큐인 아사도는 어린 송아지 한 마리 또는 송아지의 갈비를 통째로 숯불에 구워 기름기를 뺀 후 먹는 요리이다. 초원에서 일할 때 먹었던 가우초들의 방식 그대로 소금만 뿌리고 조금 싱거우면 후추를 가미할 뿐. 요리에는 군더더기가 전혀 없다. 고기 본연의 맛만 느끼는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치미추리 소스’를 곁들이는데 올리브오일에 오레가노, 파슬리, 마늘, 칠리고추 등을 다져서 넣고 발사믹 식초를 더하는 치미추리 소스는 아사도 위에 뿌리는 것이 아니라 먹는 이의 기호에 따라 찍어먹는 소스이다. 아르헨티나 여행하면 가장 즐거운 추억이 무엇인가요? 라고 물어보면 다수의 여행자들이 저렴한 가격 때문에 매일 밤 소고기를 사서 바비큐 파티를 열었던 기억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라고 말하곤 한다. 한국에서 소고기 한 점을 먹기 위해 쓰는 돈을 생각하면 비록 우리보다 가난해도 소고기 하나만큼은 푸짐하게 먹는 그들 모습이 부럽기도 하다. 아르헨티나 어디를 가나 파리야(Parilla)라는 간판이 붙어 있는 식당에선 아사도를 먹을 수 있다. 소고기와 더불어 양, 닭, 소의 간, 손의 내장까지 한꺼번에 맛볼 수 있는 모둠 숯불구이도 여행자들이 꼭 먹어야 할 메뉴 중 하나이다.

4. 보는 즐거움과 먹는 즐거움 – 브라질의 ‘츄라스코’

얼마전 도미노 피자에서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의 인기에 편승하여 ‘츄라스코’ 피자를 출시한 적이 있다. 언뜻 떠오르는 그림은 고기가 피자 위로 숭숭 날아 다녔던 영상으로 기억되는데 ‘츄라스코’는 그 만큼 브라질 하면 떠오르는 대표 요리이다. ‘츄라스코(Churrasco)’는 한국말로 뜻을 풀이해 보면 거대한 고기 숯불 꼬치구이 정도로 이해할 수 있다. 브라질 남부의 카우보이들이 먹던 고기 요리로 각종 고기를 꼬치에 꽂아서 숯불이나 대형 화로에 굽고 뷔페식처럼 생긴 테이블을 웨이터가 직접 돌아다니면서 손님이 원하는 만큼 잘라서 접시에 올려주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식사이다. 잘생긴 미남 요리사들이 꼬치를 들고 다니면서 테이블 위에서 쓱싹쓱싹 잘라서 올려주는 모습에 저절로 군침이 돌고, 각종 야채와 어우러져 숯불향을 그대로 머금은 꼬치는 입 안에서 살살 녹는다. 요리라는 것이 입 안에서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입 밖에서 눈으로 먼저 즐거울 수 있다는 것을 설명해주는 음식이다.

5. 고기파이 ‘엠파나다’

칠레와 아르헨티나에서 대중적으로 널리 퍼진 음식인 엠파나다(Empanada). 엠파나다는 기름에 튀긴 고기 파이이다. 각종 고기와 건포도, 올리브, 삶은 달걀을 밀가루 소에 넣고 튀겨낸 이 음식은 두꺼운 고로케 정도의 맛으로 상상하면 된다. 엠파나다 한 개면 가난한 배낭 여행자에겐 든든한 요기가 될 정도! 길거리마다 만날 수 있는 엠파나다를 먹어보지 않고선 남미 여행을 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