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아 횡단열차 여행은
자신의 영혼을 일깨우고 삶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다!
용기 있는 자, 마음을 비우고 행복한 시간을 갖고자 하는 자들은 망설이지 말고 무조건 시베리아로 떠나라.
회사를 그만두고 바로 떠난 시베리아 횡단 여행은 나에겐 보배 같은 기회였다.
수십 년 복잡했던 머릿속을 하얗게 비울 수 있다는 기대로 떠난 여행이었다.
젊었을 때부터 버킷리스트 위쪽에 자리했던 시베리아 횡단열차 여행은
낯설고 두려움 때문에 좀처럼 혼자 떠날 수 없었다.
하지만 혜초여행사가 만든 프로그램은 나에게 떠날 용기를 주었다.
호텔에서 샤워를 할 수 있고 피곤한 몸을 호텔침대에서 편히 쉴 수도 있었던 절묘한 프로그램 덕분에 기대이상의 만족이었다.
푸쉬킨 평전을 읽었을 때, 코카서스 조지아를 다녀왔을 때, 반드시 시베리아를 가보고 싶었던 곳이었다. 이르쿠츠크가 배경이 되었던 춘원 이광수의 ‘유정’을 다시 읽었고. 푸쉬킨의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시를 1949년 번역하여 한국인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던 백석 시인의 시집도 읽었다. 러시아 사람들의 삶에 대한 정서가 한국인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난 언제나 했다. 슬픔과 한을 가슴 깊이 갖고 있다는 느낌뿐만 아니라 저항의식이 그 언저리에 자리하고 있다는 나름대로의 평가를 했다. 톨스토이, 토스토예프스키, 푸쉬킨 등 수많은 작가들의 작품이 한국인에게 인기가 있고 차이코프스키를 비롯한 러시아 음악가들의 음악을 좋아하는 이유도 아마 삶을 바라보는 시각이 비슷해서일 것이다. 기차에서의 시간은 지루할 틈이 없었다. ‘전쟁과 평과’, ‘닥터지바고’,‘안나카레리나’,‘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러브오브시베리아’등 수많은 영화를 보면서 차창너머로 펼쳐지는 자작나무 숲과 석양을 바라보며 한없이 행복에 젖었다.
이번 여행에서 특히 놀라웠던 것은,
첫째, 모스크바에서 이르쿠츠크까지 러시아어가 가능한 현지가이드가 동행해서 별 어려움이 없었다. 특히 서울에서 함께 간 성유진 대리의 상큼발랄, 센스 만점의 서비스 정신이 모두를 행복하게 했다.
둘째, 카잔, 예카테린부르크, 노보시비르스크 등 우랄알타이 산맥을 끼고 있는 도시들의 매력을 맘껏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카잔은 최고의 볼거리가 있는 예상외의 도시였다. 월드컵에서 한국축구팀이 독일팀을 이긴 도시였던 것만으로도 오래 기억될 것이다.
셋째, 각 도시에서 먹은 러시아 최고의 코스요리는 한국인의 입맛에 딱 맞았다. 혜초의 전문성이 돋보였다. 최고급 레스토랑에서의 식사는 기차에서 컵라면이나 햇반으로 때웠던 식사를 보상하고도 남았다.
넷째, 노보시비르스크에서 유람선 대신 조속히 대체한 ‘라 트라비아타’오페라 공연은 신의 한수였다. 우아하고 멋진 오페라극장에서의 오페라 관람은 오래 기억에 남을 듯하다.
마지막으로, 날씨의 변화무쌍함을 체험하면서 역시 시베리아구나 생각했다. 화창한 날, 비 내린 날, 눈 내린 날, 흐린 날, 서리 내린 날 등 날씨가 변화무쌍했지만 결코 춥지는 않았다.
이렇게 시베리아를 떠나왔다. 노란 옷을 입은 하얀 자작나무숲과 코발트색의 바이칼호수의 원색 풍경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다. 이르쿠츠크와 바이칼을 다른 계절에 꼭 다시 가고싶다. 인생의 전환점에서 떠났던 나의 시베리아 여행은 정말 오래 기억될 것이다. 여행은 즐기는 자의 몫이고 용기 있는 자만이 가질 수 있는 행복이 아닐까.
10일 동안 함께 했던 선배들의 따뜻한 배려와 나에게 들려준 여행담은 나의 미래여행에 도움이 많이 될 것입니다. 특히 김민석 가이드와 성유진 대리 정말 수고하셨고 감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