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럽게 여행을 가자는 제안에 어디를 갈까 하고 이야기를 나누다 누군가 우루무치가 좋다는 말 한마디에 순간 ‘우루무치’라는 지명이 주는 특별함에 이끌려 유일하게 출발이 가능한 혜초여행사에 주저없이 예약을 했다. 무식이 용감이라고 사전 고민없이 준비없이 여행을 떠난 셈이다.
서안-천수-란저우-가욕관-돈황-투루판-우루무치로 이어지는 일정은 그리 녹록하지 않았다. 우선 더운 날씨(특히 투루판), 익숙하지 않은 음식, 3,000km 이상의 거리를 버스와 야간열차로 이동한다는 것이 중국이 대국임을 엉덩이에 아로새기는 듯한 힘든 여정이었다.
그럼에도 이 일정을 무리없이 감동적으로 마칠 수 있었던 것은 혜초에서 만난 사람들 때문이 아닐까 한다. 일반적으로 여행상품은 가이드가 어떻게 포장하느냐에 따라 상품의 가치가 달라지는 경우가 많은데 서안에서는 똑 뿌러지는 준걸님이, 서역에서는 마음이 드넓은 명걸님이 각기 독특한 색깔로 가이드의 진수를 보여주었고, 함께 한 일행 모두는 여행경험이 많은 분들로 모든 일정을 열정적으로 참여하고 서로에게 아낌없는 배려와 존중이 있었기에 무지한 내가 편안하고 유익하고 감동적인 여행이 될 수 있었다. 이 자리를 빌어 가이드를 비롯하여 일행 모두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모든 여행이 그러하듯이 사진으로 설명할 수 없는 느낌들이 존재한다. 이른 아침 천수 비천호텔 뒷골목에서 마주친 학생들의 순박한 모습, 그림같은 황하석림과 병령상사 주지스님과의 동행, 란저우시 러시아워에 사람 다니는 인도를 타고 끼어드는 새치기 차량의 곡예, 가욕관에서 서역으로 통하는 문을 나설 때의 설레임, 돈황 막고굴박물관의 고품격 건축미와 동영상, 명사산에서 낙타 등에 난 땀에 가슴 저리고 냄새에 쪄들었던 낙타체험 그리고 월아천에서 원샷한 스프라이트 맛, 발맛사지 전문샵인줄 모르고 발만 주무른다고 타박하며 낄낄대던 순간들, 야간열차에서 미지근한 물에 불려먹은 컵라면의 맛, 쿠무타크사막에서 맨발로 사막능선을 기어오를 때의 그 촉감과 짚차타고 질주할 때의 그 쾌감, 화염산의 열기, 아스타나 고분의 미아라를 보고 마지막으로 나올 때의 섬뜩함, 씨채 말린 건포도의 달콤한 맛, 멀리 아파트가 있다고 착각할 정도로 끝없이 이어지는 풍력발전기, 바자르(시장) 광장 전망대에 50원을 투자하여 올라갈 것인지 말 것인지를 고민하다 별 거 아님을 확인하기 위해 객기 부려보는 또 다른 나의 발견, 우루무치의 지나친 보안검색이 나의 몸을 더듬는 것을 용서할 수 있어도 나의 보조배터리를 빼앗으려 할 때는 용서할 수 없는 나의 단호함 그리고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병마용........
여행을 통해 지식을 얻고자 했다면 구태여 여행을 떠날 이유가 없다고 본다. 많은 것을 느끼고 체험하고 소중한 가족과 함께 공유할 수 있어 더욱 행복했던 여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