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록은 2017년 1월 초에 다녀온 여행기다. 상품평을 쓸 수 있는 공간이 있는 줄 몰랐었는데, 이런 공간이 있어 올려본다. 다음에 가시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트래킹 핵심이었던 1,2,3일차만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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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호도협 첫번째 트래킹으로 니시객잔에서 차마객잔까지 가는 코스다.약 4시간 일정이다. 호도협 출발지인 교두로 와서 점심을 먹고 1박할 짐을 베낭에 옮긴뒤 빵차라고 하는 6인승 RV에 타고 니시객잔까지 갔다.
차마고도길을 걸어가는 것이 호도협트래킹이라고 보면 된다. 중간중간 노새를 몰고 가는 니시족들을 만날 수 있었다. 힌국의 깔딱고개라고 볼 수 있는 28밴드(28구비)를 올라 차마객잔까지 갔다. 그리 힘든 길은 아니었다. 오른쪽으로 옥룡설산을 보며 계속 걸을 수 있어 길이 지겹지 않았다. 보면 볼수록 멋지고 대단한 산이다. 니시족이 신성하게 여길 만 했다. 손오공이 천벌로 갇혀있었다는 산이 바로 이 산이다.
차마객잔은 최근에 jtbc예능프로그램인 '신서유기'를 통해 잘 알려진 곳이다. 객잔 내부에 그들과 같이 찍은 사진들이 붙어있다. 저녁으로 나온 오골계백숙은 정말 맛있었다. 11명의 참가자들이 모두 오골계백숙을 안주삼아 칭따오와 백주릏 나눠먹었다. 세상에 68년생이 세 사람이다. 청주에서 온 68아저씨의 아줌마가 66으로 가장 연장자다. 간단히 인사를 나눈 뒤 음식을 먹고 내일 일정을 위해 잠자리에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 바라본 옥룡설산은 신비로웠다. 왜 운남성이 칠채구름의 땅이 라는 지명을 가졌는지 알 수 있을만큼 구름의 조화가 황홀했다. 어젯밤 산책중 바라본 하늘의 별들도 쏟아지더라. 참 아름다운 곳이다.그런데 이곳에 오는 길에 수많은 건설차량들을 보았다. 내년, 후내년, 5년 후면 이곳도 많이 변화의 몸살을 앓게 될 것 같다. 어쨌든 개발이 이루어질 것이고 그 방향과 과실은 타지의 소수들에게 집중될 것이다.
어제 나온 오골계백숙 국물로 삶은 닭죽과 달걀과 몇가지로 아침을 먹고 8시 20분경 길을 나선다. 오늘은 차마고도 길을 걷는 5시간 호도협 트랭킹이다. 차마객잔에서 중도객잔까지 가고, 거기서 쉬었다가 관음폭포까지 갔다가 장선생객잔에서 짐심을 먹고 중도협에 내려갔다가 다시 장선생객잔으로 와서 RV빵차를 타고 호도협 출발지인 교두로 가 버스를 타고 여강으로 가는 일정이다.
아, 이렇듯 호젓한 길과 웅장하고 신비스러운 풍광을 계속 보고 걸을 수 있는 길은 드물지 싶다. 꾸불꾸불 가파른 절벽길을 걷는데 보이는 것은 확트인 하늘과 그아래 우뚝 선 옥룡설산의 뒷태였다. 어디를 가도 옥룡설산은 우리가 걷는 길과 함께했다. 저 산을 내일은 정면에서 보고 오른다고 생각하니 설레옜다.
여강시에 왔다.다음은 중국에 오면 꼭 들리게 되는 전신마사지를 받는 차례다. 나를 맛사지하는 아가씨는 맛사지 내내 동료들과 이야기 나누고 TV속 가수의 노래를 함께 흥얼거리는 활달하고 귀여운 니시족 아가씨다. 일행들 평이 보통 나이든 아주며니들이 맛사지를 하는데 여긴 젊은 아가씨들이 해서인지 힘이 넘쳤다는 말을 했다. 나도 매우 만족스러웠다. 이후 저녁은 교포 3세가 운영하는 백운정이라는 무한리필 삼겹살집이었다. 아, 그런데 이렇게 맛있을 수가! 6명이 앉아 자그만치 8집시를 먹었다. 고기를 구워주신 66년생아주머니 말로는 한접시에 담긴 고기양이 2인분쯤 될거라고 했으니 16인분을 먹은 셈이다.
저녁을 먹고 숙소로 이동했다. 화지주점이라는 곳이다. 중국의 호텔명은 주점, 반점, 객잔이라고 호칭이 붙었다. 왜그런지는 얼핏 들었는데 생각이 나지 않는다.
여강에서 우리가 묵게되는 숙소는 미야자키 하야오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를 만들 때 공간으로 활용한 여강고성안에 있었다. 2년전 평요고성을 가본 기억이 있어 중국의 고성에 대한 기대가 많았는데, 여강고성은 평요고성에 비해 훨씬 단정하고 우아한 품위가 있었다. 평요가 억세고 다혈질인 남성을 떠올리거 했다면 여강은 차분하고 고아한, 그러면서도 뽐내지 않는 여성을 떠올리게 했다. 내일은 567이다. 5시기상, 6시아침식사, 7시출발.
드디어 옥룡설산에 오른다. 8시간 코스다. 그러고보니 호도협 첫날 4시간, 둘째날 5시간, 오늘 8시간...사흘 내내 걷기만 한다. 상품 제목이 '트래킹여행' 이니 이또한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문제는 내가 잠을 못잔다는데 있다. 새벽 2시~3시 사이에 잠이 깨 버린다. 어제도 그랬다. 그런데 그렇게 피곤하지는 않다. 대개 10시반쯤 잠자리에 드니까 서너시간 푹잤다고 여기면 된다. 그래도 코를 쉴새없이 골며 자는 동현이가 부럽고도 얄밉다^^
옥룡설산 지구에 가니 2인용 곤돌라(케이블카)가 우리를 기다린다. 모두 세 곳으로 나누어 곤돌라가 운행된다고 한다. 오늘 우리가 가는 트래킹코스는 혜초여행사에서 개발했다고 한다. 우리가 가는 모우평지구는 겨울철에는 사람들이 잘 오지 않는 곳이라고 했다. 오늘은 우리 11명만 저 설산에 머무르게 된다. 세상에! 저 큰산에 단 11명. 이니 가이드와 산행가이드 2명해서 13명을 태우기(설산소옥에 점심하러온 니시족아줌마 1명도 있었다.)위해 곤돌라를 가동해 주었다. 차안에서 교포 3세라고 소개한 엄가이드가 고산병증세와 대처방안에 대해 몇 번씩이나 강조를 했다. 나와 **이는 아내가 얻어다준 고산병약을 먹어서인지 안심을 하고 있었다.고산병증세는 개인마다 다르게 나타난다고 한다. 머리가 아프고 어지럽거나, 배가 아프고 체한듯하고 구토가 치민다거나, 손발 끝이 저리고 아프다거나....
그런데, 아, 그런데 곤돌라가 올라가서 멈추는 곳. 트래킹출발점인 고도3500m 부터 나는 미악한 고산병증세가 나타났다. 약간 골이 띵해지고 평지를 걷는데도 숨이 가쁘다. 어깨에 지고 가는 배낭이 무겁기 그지없다. 나만 그렇나하고 둘러보니 다들 헥헥거린다.
설산소옥까지 가서 A,B조로 나누기로 했다. 먼저 도착하면 점심인 누룽지를 먹고 설산 아구로 출발하면 자연스레 a.b조가 나누어진다고 했는데, 후미가 모두 도착한 11시 30분이 되어서도 누룽지가 나오지 않는다. 니시족 아주머니는 노래를 흥얼거리고만 있다. 가이드말이 얼어붙은 물을 녹이는 시간이 오래 걸려서 늦다고 한다. 하산 시각을 1시 반으로 못박아 두었는데 큰일이다 싶어 내가 가이드에게 "누룽지 안먹어도 되니 산에 오르면 안되겠나?"라고 물으니 내려오는길에 먹고 산부터가자고 하면서 산에 안 갈 사람 나오라고 하니 66아줌마와(계속 소주를 먹더라.대단한 산악 아줌마였다)**이가 나선다.이후 두 사람 모두 여신봉까지 오른다)
현지 가이드는 그 오르막길을 컵라면을 먹어가며 간다. 하기사 자기에게는 동네 뒷산인데 저쯤이야!
서서히 지쳐가고 여신봉을 마지막으로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다. 결국 청주 산악회의 갑장과 둘만 남았는데, 나도 고산증 증상이 심해져 손끝이 저려오고 그야말로 생똥을 쌀 지경이었다.(실제로 으슥한 잡목 틈에서 똥을 눴다^^)
결국 배낭을 벗어 나무밑에 두고 물과 스틱만 들고 목적지인 설산 아구, 4260m로 향했다.(안내자료에는 4170으로 나와있는데 실제 표지판에는 4260이었다.)
우리의 그 현지안내인(대략 17,8세 가랑)은 스니키즈화를 신고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쉴새없이 여자친구랑 화상통화를 하며 오르고 있었다. 아, 어지럽고 매쓱거리고 손가락 저리는데 저 자식은 담배까지 피우며 산을 실실 오르고 있었다. 환장하겠다.
이제 조금만 더 가면 목적지다. 위를 보니 청주갑장이 포즈를 잡으며 셀카를 찍고 있다. 눈이 많이 내려 푹푹 빠지는 비탈길을 올라 드디어 목표점인 설산아구에 다다랐다. 횡경막이 아플 정도로 숨이 찼지만, 내가 해냈다. 는 성취감에 정말 기뻤다. 현지안내인과 사진을 찍고 청주갑장과도 찍고 혼자서도 찍고 풍경만도 찍고..
한참을 사진을 찍고 내려가는데 아, 이 빌어먹을 현지안내인이 염소가 다닐법한 절벽으로 우리를 인도하는게 아닌가? 따라가다가 오도가도 못할 지경에 빠져 다시 돌아와 경사는 급하지만 눈이 쌓여있는 올라 온 길로 내려왔다. 나중에 여강 가이드에게 이 사정을 하소연하니 원래 현지안내인이 간 길이 안전한 길이란다. 그리고 몇번이나 혜초에서 안전 밧줄을 설치했지만 현지 니시족 약초꾼들이 돈이 된다고 걷어가버렸다고 한다. 하여튼 아찔한 위험구간을 넘기고 설산소옥까지 와서 누룽지를 먹고 하산을 시작했다. 하산길은 다소 수월했으나 그리 만만치 않았다. 겨우겨우 케이블카타고 내려왔으나 다시 버스를 기다린다고 추위에 떨어야했다. 나는 고산증으로 심하게 체해서 비상약품통에서 수지침으로 열 손가락을 따고, 약을 먹었다.
호텔로 와서 몸 상태가 안좋아 호텔저녁식사를 마다하고 먼저 씻으러 갔다. 씻고 나니 몸이 좀 회복되어 식당에 갔다. 가보니 세 사람이 상태가 안좋아 식사 자리에 없었다. 에구, 사람 잡는 고산증이다. 나는 아내가 준 약을 챙겨 먹었으나 설산아구까지 가느라 완전 방전상태가 된 듯 했다. 척보니 청주갑장은 멀쩡해보였는데....(사실은 그도 정상이 아니었다는 것을 뒤늦게 마지막날 알았다.) 이것이 산행경력 2년과 20년의 차이라 자위 할 수 밖에 없었다. 식사후 **이와 여강고성안을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고 기념품을 샀다. 기념품 중에서 여강원주민인 니시족의 상형문자(유네스코세계기록유산.)로 된 '행복'과 여강고성을 상징하는 냉장고 자석, 각종 토산 열매로 만든 염주른 샀다.(**이는 '사랑') 그런데, 결국 둘이 전날 약속한 양꼬치와 빼갈은 먹지 못했다. 너무 힘들어서인지 술 생각 자체가 나지않았다. 정말 피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