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무이산-삼청산-황산 트레킹 5일 짜리로 가려던 계획이 막판 예약자들의 이탈로 뜻을 이루지 못하고 부랴부랴 갈아 탄 게 이 상품(17.8.3~8.6)이다.
왜 트레커들이 무이산 들어간 5일짜리 상품을 꺼릴까? 이번 산행을 마치고 내린 결론은 5일간 3개의 산을 탄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인 것 같았다. 그러나 산을 조금 다닌다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감당해 낼 체력과 일정인데도, 무이산 들어간 5일짜리 상품은 4일짜리에 비해 인기가 없다. 차이라고는 10만원 정도가 더 비싸고, 1일 추가이며, 대신 트레커들에게 유익함은 무이산의 천유봉(408.8m) 등정과 대나무뗏목을 타고 무이9곡에서 무이1곡까지 유람 등 또 다른 볼거리와 뗏목 체험들을 할 수 있다. 덤으로 중국의 고속철도를 이용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왕복으로 주어진다. 또한 주자학의 대가인 주희의 흔적도 쏠쏠히 찾아볼 수 있는데도 무이산을 뺀 삼청-황산에 예약자들이 몰린다.
어쩜 5일 일정보다 개인적 스케줄과 맞물려 하루 짧은 4일 일정을 선호해서 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렵게 간 중국에서 한 개 산이라도 더 보고 체험하고 오는 것이~~~ 돈을 아끼는 방법인데~~
난, 무이산이 빠진 상품을 어쩔 수 없이 선택하면서도 아쉬움을 숨길 수 없었다.
앞으로 신청하실 분들에게 무이-삼청-황산 5일짜리를 강력히 추천하는 바이니, 되도록 무이 빠진 4일짜리보다는 이왕이면 10만원 차이밖에 나지 않고 무이산의 색다른 체험이 들어간 5일짜리를 추천하오니 상품 선택시 참고하기 바랍니다.(주제 넘게 홍보까지~~~)
출발전 한국에서 황산시 날씨를 검색해보니 3~4일은 흐림, 5~6일은 비로 되어 있어서 내심 걱정을 하였는데~~~, 갔다 오고 나서 내린 결론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거다. 비오면 비오는대로 또 다른 경치와 운해를 감상할 수 있는 특혜를 주기에 날씨는 전혀 걱정할게 아니었다. 그런데 아무래도 비가 오면 산행하기가 불편하긴 하다. 비옷을 챙겨 입어야 하고, 안개가 끼고 시야가 흐려서 경관을 볼 기회를 빼앗는 경우도 있기에 되도록 맑은 날이었으면 하고 바랬다. 그런 나의 마음을 읽었는지 정말로 날씨는 예보와는 달리 그런대로 좋은 편이었다.
첫날은 가볍게 황산의 옛이름(휘주)이 들어간 휘주박물관 관람으로 시작하여 청대옛거리까지 둘러보았다.
둘째날은 삼청산 트레킹이다. 금사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서 우측으로 삼청의 최고봉 옥경봉(1819m)을 가운데 두고 한바퀴 도는 환종주 코스였다. 비도 내렸다가 멈추고 거망출산의 일명 코브라바위는 뱀이 막 출산하여 세상을 신기한 듯 머리를 곧추세워서 두리번 거리는 모습과 흡사하였다. 그 높이가 장장 128m라고 한다. 삼청산은 잔도가 매우 잘 발달되어 있었다. 온통 잔도로 시멘트 포장길을 걷는 코스다.
남부케이블카를 지나 금사까지 다시 돌아오는 코스는 완전 종주코스인데 4시간 30여분 소요되었다.
셋째날 넷째날은 이번 트레킹의 하이라이트인 황산 1박2일 산행이다. 옥병케이블카로 올라가는데 거대 바위 암벽이 시야를 사로잡는다. 종점 뒤로 황산의 최고봉 연화봉(1864m)이 손 끝에 잡힐 듯 하다. 그런데 휴식년제라 닫혀있다. 1200년된 영객송에서 멀리 천도봉(1810m)을 조망하고, 다시 옥병으로 와서 연화봉을 우회하는 코스로 연화봉을 지나쳐 오어봉에 오니 제2봉 광명정도 보이고 식당도 보인다. 이른 식사를 하고 서해대협곡으로 향한다. 혜초만이 갈 수 있는 옛길 몽환경구는 우리들만이다. 이 코스에는 진행도중 동굴이 4~5 개가 있는데 세군데에 자물쇠가 걸여 있었다. 관리인이 따주지 않으면 통과할 수 없는 구간이다. 정말 혜초만의 비경을 보고 모노레일을 따라 곡저에서 우린 다시 배운정까지 오름길을 힘겹게 오른다. 오르는 곳곳마다 비경이 숨어있다. 멀리 광명정, 비래석, 배운정, 태평케이블카가 보인다. 결국 황산의 제2봉 광명정(1860m)까지 찍고는 숙소로 고고싱~~~~
마지막날은 어슴프레한 이른 새벽 사자봉 근처에 올라 안개로 흐릿한 후자관해를 보고, 해돋이를 안개 낀 가운데 못 볼 것으로 예측했는데 오랜 기다림 끝에 아슬아슬하게 구름 속에서 숨바꼭질하듯 보여주고는, 오전에 몽필생화, 연리송, 흑호송, 시신봉을 둘러보고 황산과 마지막 작별을 하면서 운곡케이블카로 하산하였다. 하산중에도 희안한 바위들이 즐비하였다.
이번 트레킹은 무이산이 빠져서 아쉽기는 했지만 그런대로 황산의 비경으로 위로를 삼기로 했다. 특히 아들과 함께 한 여행이어서 느낌이 남달랐다.
다음에 올 때는 황산만 자유여행으로 와야겠다. 그땐 자광각에서부터 걸어서 올랐다가 천도봉 또는 연화봉을 오르고 서해대협곡을 몽환경구 길이 아닌 다른 길로 곡저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서 천해부분을 휘젓고는 산위 숙박을 한다. 다시 청량대에서 도보로 송곡암까지 하산~ 태평케이블카를 타고 다시 올랐다가 태평케이블카 아래의 도보 길로 다시 하산하는 코스를 꼭 해보고 싶다. 만약 자광각에서 새벽 3~4시에 출발한다면 이틀간 잡은 위의 코스를 하루에도 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그런데 인파에 채이어서 돌파가 쉽지 않아 속도를 느리게 하기에 여유 있게 이틀이면 황산을 이 잡듯 뒤질 것 같았다.
이번에 함께한 26명의 쟁쟁한 트레커님, 혜초인솔자 김*아님, 현지가이드 한*룡님(또 한명 ***님), 4일간 안전하게 운전해준 운전사 ***님께 감사를 드린다. 최소출발인원 8명 기준으로 볼 때 3배가 넘는 대 인원을 이끌고 이탈자나 낙오자가 있나? 없나? 선두와 후미를 바쁘게 오가며 노심초사 노력한 가이드 두 분(김*아, 한*룡)이 특히 고생 많았습니다.
올 2월에 이 상품을 선택할 때는 한중관계가 전혀 문제될게 없었는데 시간이 지나며 사드문제가 부각되면서 한중간 껄끄러운 가운데 함께 가기로 했던 일부 계원은 신변안전에 위기를 느껴서 취소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에 우리들이 실제로 여행을 해보니 민간 및 관광 부분에서는 전혀 위험요소나 긴장감을 느낄 수 없었다. 그래도 최소한의 경비만 쓰려고 했다. 제주도에 중국 관광객이 끊겨서 힘겨워 한다는데 굳이 우리가 중국 가서 펑펑 돈 쓸 필요는 없기에 절약 절약을 하며 긴축을 하였다.
역시 트레킹은 혜초다. 다른 여행사가 감히 따라올 수 없는 트레킹에 대한 노하우와 코스 선택 등 간편 여행객들에게는 힘겨운 일정들이겠지만, 우리들처럼 산을 좋아하고 관광보다는 걷고 느끼고 산과 함께 호흡하고 구석구석을 이 잡듯 뒤쳐보는 스타일의 트레커들에게는 대체로 궁합이 맞는 혜초다. 좀 더 빡쎈 일정이라도 소화할 자신이 있었는데~~~ 나 혼자가 아니기에 다음을 기약했다.
명나라 때 지리학자이며 여행가였던 서하객이 “오악(태산, 화산, 형산, 항산, 숭산)을 오르고 나면 다른 산이 보이지 않고, 황산을 오르고 나면 오악이 보이지 않는다.
라고 했단다.
어이쿠 이제 큰일났다. 나의 눈 높이가 높아져서 설악산 같은 산이 눈에 차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황산을 괜히 갔다가 왔나? 앞으로 다니는 산들은 모조리 눈에 차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오랫동안 황산의 콤플렉스에서 헤어 나오지 못할지도 모를 일이다.
다음 여행지는 히말라야~~~~ ABC트레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