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북알프스 야리/호다카 트레킹 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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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18.08.06 |
작성자 | 이*원 |
상품/지역 | 트레킹일본 |
0. 지금은 편안하다. 익숙한 침대에 사랑스러운 얼굴, 여전히 심란한 내방, 거실의 LP판은 그대로 있다. 어제 돌아와 푹 잘 줄 알았으나 그러지 못했다. 아직도 내 몸에 5일간의 짜릿함이 생생하게 배어있다. 종아리를 만지만 아프다. 아프지만 기분 좋다. 1. (8월 1일) 나고야 공항에 도착해서야 우리 전체 팀원 19명을 슬쩍 봤다. 메이커 있는 새 옷을 입지 않았다. 숙련자들의 작업복이다. 하나같이 내공이 풍긴다. 꼴찌는 정해졌다. 바로 나다. ‘고니시타이라 롯지’에서 맥주 한 캔씩 하고, 갑빠바시에서 올려다본 하늘은 어릴 때 봤던 그 하늘이다. 별이 쏟아진다. 다리 위에서 우릴 아랑곳하지 않고 연인이 작품을 만든다. 부러울 뿐이다. 내일부터 잘 걸을 수 있을까? 잠을 설쳤다. 2. (8월 2일) 걱정했던 하루다. 아침 6시 50분 출발, 산책길이다. ‘요코 산장’까지 11Km를 편하게 걸었다. 오늘 22Km를 걷는다고 하는데, 벌써 반이나? ‘야리사와 롯지’에서 규동을 먹고 11시 40분 출발. 지금까지 걸은 것은 잊고 싶었다. 이제 시작이다. 초반에는 내 걷는 속도가 나왔다. 30분쯤 지났을까? 몸에 힘이 생기질 않는다. 점점 속도가 느려진다. 새로 산 배낭이 나의 신경을 긁는다. 골반 아래에서 허리 벨트가 매어진다. 고관절도 아파오는데 걸그적거리기만 한다. 아마도 이 녀석은 나의 반려 배낭이 될 것 같지가 않다. 새 주인을 맞이하는 게 낫다. 나는 이미 꼴찌다. 우리 팀원들은 출발할 때부터 아예 보이지 않고, 나를 앞질러가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나는 기꺼이 양보한다. 다리에 힘이 없다. 왜 이렇게 힘이 없을까 곰곰이 생각해본다. 평소에는 걷다보면 힘이 생기곤 했는데, 이건 너무 하다. 오기 전 1주일 사이에 북한산을 세 번이나 갔다 와서 그런가? 공부 못하는 학생이 당일치기 한 것일까? 담배를 36년 동안 매일 1갑씩 펴서 그런가? 주세(酒稅)를 많이 낸 덕분인가? 그럼에도 이번 트래킹은 나름 준비를 했는데 왜 그럴까? 양갱을 먹어도, 에너지바를 먹어도 힘이 나오질 않는다. 그래도 행복하다. 힘들지만 행복하다. 내가 여기 있는 게 행복하고, 이 길을 오르는 게 행복하다. 멀리 오른쪽 위에 산장이 보인다. ‘야리가다케 산장’으로 믿고 싶었다. “그 산장 아니에요. 왼쪽 멀리 보이는 게 우리가 갈 산장이에요 희망 고문이다. 목적지는 보이는 데 거리는 좁혀지지 않는다. 그나마 내 뒤엔 그녀가 있다. “힘 내세요, 할 수 있어요 라고 말하지 않는다. 상투적이고 건조한 말은 하지 않는다. 내가 말할 때만 조금 말할 뿐이다. “천천히 가죠, 뭐. 천천히 가면 됩니다. 내가 듣고 싶어한 말이었고, 내가 좋아하는 말이다. ‘천천히 가기’ 나는 승부욕이 별로 없다. 1등을 해보지 못했고, 누군가를 이기는 것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조금 손해 보며 사는 삶을 선택했고, 그렇게 살아왔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만 다하면 만족한다. 그렇게 천천히 걸었다. 천천히 걸을 수밖에 없었다. ‘천천히’란 단어가 좋다. 그래서 네팔을 좋아한다. 산장 테라스에서 매형과 친구, 친구 동생이 나를 내려다본다. 보다 못한 친구 녀석이 뛰어 내려와 내 배낭을 뺏어간다. 빼앗기기 싫었지만 배낭에서 팔을 뺐다. 그럼에도 걷는 속도는 똑같다. 천천히! 천천히! 17시 05분 도착. 매형이 맥주 한 캔을 따서 건네준다. 일단 마셨다. “햐아~, 시원하다 란 단어가 튀어 나오지 않았다. 그냥 가슴이 메인다. 가까이에 ‘야리가다케’가 우뚝 서있다. 그저 바라만 본다. 혼자 있고 싶었다. 배낭에서 수첩을 꺼내어 그렸다. 오르지는 못했지만 내게 남기고 싶었다. 올려다보기를 반복하면서 그렸고, 나는 야리가다케를 품었다. 기절하듯 푹 잤다. 3. (8월 3일) 새벽 3시 반 기상, 4시 30분 출발이다. 전날 결정된 사항이다. 그는 어제 점심 때 이렇게 하자고 제의했고, 팀원 모두 동의했다. 그의 신속한 판단과 탁월한 선택, 결정이었다. 서늘하다 못해 춥다. 서울은 섭씨 40도를 육박한다던데. 매형과 친구는 오늘도 걱정한다. 꼴찌는 상관없으나 너무 뒤처질까봐 그런다. 그런데 오늘은 그렇지 않을 것이다. 위험 구간이라고 몇 번이나 그가 강조한다. 나는 이런 위험한 코스가 너무 좋다. 위험하니 모두 너무 빨리 가지 않을 것이며, 오르락 내리락이 있다면 지체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걷는 내내 끊임없이 긴장하고 조심했다. 아차하면 큰일이다. 꼴찌로 천천히, 즐기면서 걸었다. 꼴찌는 앞으로 쭉 이어가는 행렬을 볼 수 있고, 이런 행렬을 보면서 걷는 게 그렇게 좋다. 트래킹 기분이 난다. 예전 ABC를 즐겁게 걸었던 것처럼. 오후 2시 반 ‘호다카 산장’ 도착. 여유 있게 오후를 즐겼다. 내 몸이 대견스러웠으며, 안도하는 매형과 친구가 고마울 뿐이다. 즐겁게 떠들며 맥주를 3캔이나 먹었다. 내일도 잘 걷고 싶었고, 어제처럼 푹 잘 자고 싶었다. 하지만 잘 잘 수도, 푹 잘 수도 없는 환경이었다. 4. (8월 4일) 마지막 날이다. 긴장은 풀지 않는다. 밤새 잠을 못자 또 힘들다. 그렇지만 오늘만 잘 걸으면 끝난다. 신난다. ‘오쿠호다카다케(3,190m)’는 올랐다. 이로서 일본 1, 2, 3위봉을 모두 올랐다. 갑빠바시 옆에서 네 명이 환호를 질렀다. 무사히 잘 끝냈다는 그 자체가 좋았다. 그가 준비한 캔맥주를 먹었고, 속이 후련했고 정말 맛있었다. 그의 수완 덕분에 빨리 온천 호텔로 올 수 있었고, 온천욕과 저녁 정찬 후 근처 식당에서 생맥주 3잔 마시고 시원하게 푹 잤다. ‘일본 북알프스 야리/호타카 트래킹 5일’을 무사히 완주했다. 물론 두 개의 3,000m 봉우리는 오르지 못했다. 상관없다. 해냈다는 것이 흐뭇하다. 정확히 3년전 매형과 함께 남알프스-후지산 트래킹을 다녀왔다. 북알프스 트래킹을 알고 있었으나 전문가급이라는 단어 때문에 감히 신청하지 못했다. 하지만 북알프스를 가고 싶었다. 3년이 걸렸고, 완주했다. 꼴찌면 어떤가, 걸은 게 중요하다. 이번 트래킹은 내게 무슨 의미였을까? 오랫동안 불현 듯 이번 트래킹이 떠오를 것이 틀림없고, 그 때마다 그 의미를 찾아볼 것이다. 0-1. 그는 한규호 대리다. 스마트하지만 장난기 가득한 얼굴이다. 이번이 북알프스 스무 번째라고 한다. 50번을 채우겠단다. 혜초로선 보배다. 혜초에 뼈를 묻겠단다. 혜초 어디에 뼈를 묻을지 모르겠으나, 그 마음가짐이 훌륭하다. 탁월한 리더십 같은 얘기는 하고 싶지 않다. 그녀는 박지선 대리다. 참신한 매력을 소유하고 있다. 일본은 처음이지만, 네팔을 스무 번 갔다 왔다고 한다. 나 때문에 ‘야리가다케’는 못 갔다. 내 뒤에 있었지만 그녀의 존재를 잊었었다. 자연스러운 우러나옴이 네팔을 닮았다. 둘 다 어린 친구들이지만 존경스럽다.
평점
4.8점 / 5점
일정5
가이드5
이동수단5
숙박4
식사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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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한*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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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18.08.07 |
안녕하세요? 혜초트레킹 한규호대리입니다.
8월 1일 야리/호다카 트레킹 5일 팀에는 꼴찌가 없었습니다. 일정에 관해서 칭찬해주신 점, 인솔자들에 대한 칭찬 부분에 대해서 감사의 마음을 전달합니다.
19명의 손님이 모두 서로가 서로의 안전을 책임지고 각자의 여유와 산행을 즐기는 것으로써 이미 꼴찌라는 것은 없었습니다. 3,000m 봉우리를 몇개 올라가지 못했다는 것은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19명의 손님이 모두 서로가 서로의 안전을 책임지고 각자의 여유와 산행을 즐기는 것으로써 이미 중요함이란 것은 충분하였습니다.
저녁에 답글을 달아드리는데 감수성있는 글을 읽고 저 또한 트레킹 중의 즐거움에 한번 빠졌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소중한 상품평을 남겨주셔서 소정의 혜초포인트 15,000점을 적립해드리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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