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나의 에베레스트 베이스 캠프와 칼라파타르 산행기 (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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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최*호 |
작성일 | 2013.03.26 |
□ 제 10일 (칼라파타르(5550) ⇆ 고락셉 → 로부제 → 페리체(4240); 8시간) • 12시 넘어 잠이 깬다. 자는 동안 심박수는 이곳에서도 분당 평균 56회로 괜찮은 것 같다. 고소에서도 별 차이는 없는 것 같다. 다시 잠을 더 청해본다. • 새벽 3시경 또 깼다. 화장실에 가니 바닥이 얼어 있다. 조심 조심 움직인다. 이곳에 제일 큰 문제는 물, 오수, 배수 처리일 것 같다. 돌아와 어제 일어난 일들을 간략히 적어본다. • 4시 가이드가 방문을 두드린다. 바로 일어나 우선 배낭을 챙긴다. 옷은 아직 한 번도 입지 않은 두꺼운 오리털 우모복과 여벌로 오리털 점퍼를 배낭에 챙겨 넣는다. 문제는 제대로 에베레스트 모습을 담을지 걱정이다. 카메라와 휴대폰의 배터리가 거의 떨어져 가는데.., • 4시 40분에 헤드랜턴을 하고 롯지 식당에 모인다. 모두들 비장한 각오다. 뜨끈한 스프를 한 그릇 먹고, 어둠에도 밖은 하얗다. 밤새 5cm 정도의 눈이 내렸다. 날씨가 걱정된다. • 모두 헤드랜턴을 키고 5시 출발. 다행히도 하늘에는 별이 총총하다. 하나님이 보우하사이다. 찬바람 윙윙 대는 눈밭을 일렬종대로 말없이 나아간다. 기온은 영하10도 이하이고. • 언덕을 넘으니 자갈 밭 평지길이다. 서서히 동이 터온다. 한참 가자니 약 300m 높이의 경사심한 지그재그 비탈길 이다. 마지막이다. 각오를 다진다. 숨을 몰아쉰다. 이제는 한 발자국 오를 때 마다 몇 차례씩 숨을 쉬어야 된다. 발이 잘 떨어지지 않는다. 날씨는 혹독하여 두꺼운 스키장갑을 낀 손이 아리다 못해 아프다. 일행들이 하나 둘씩 처진다. 어느새 나와 최 선생이 선두에 서있다. 한걸음 또 한걸음 선두 가이드를 따라 오른다. • 드디어 검은 산 능성이가 보이고, 조금 더 오르니 목표지점인 칼라파타르 검은 바위가 보인다. 바위 위에는 만국기 같은 네팔식 부적이 너풀거린다. • 7시, 드디어 2시간 만에 목표지점인 해발 5550m의 칼라파타르에 숨을 몰아쉬며 섰다. • 동편을 바라본다. 앞 눕체(Nuptse, 7864) 뒤의 검고 듬직한 봉우리가 나타났다. 에베레스트다. 동트는 여명을 후광으로 하늘과는 선명한 경계를 그으며 서있다. 빙그레 웃으며 내려 보는 듯하다. 에베레스트가 우리를 받아주셨다는 생각이 먼저 스친다. 기분이 묘하다. 말없이 한 참을 보고 있자니 그야말로 만감이 교차한다. • 이제 서서히 아침 햇살이 에베레스트 주위를 비치기 시작한다. 서둘러 카메라로 에베레스트 주변 풍광을 동영상에 담는다. 그리고 같이 오른 최 선생께 부탁하여 에베레스트 배경으로 인증샷을 찍는다. 무감각해진 손가락으로 간신히 셧터를 누른다. • 10여분 뒤 후속 일행들이 올라온다. 자리가 비좁아 서둘러 하산이다. 좀 더 보았으면 하는 아쉬움을 남기고 내려오면서 힘겹게 올라오는 동료들을 격려한다. 특히 며칠 동안 고소병으로 밥 한술 뜨시지 못한 전주의 이 선생이 오르신다. 참 그 정신력과 뚝심이 대단하다. 보통 같으면 감히 침대에서 일어나지도 못할 처지일 터인데도 말이다. • 8시쯤 거의 녹초 상태로 롯지에 돌아와 잠시 침대에 털썩 눕는다. 정신을 가다듬어 카고백을 꾸려 내 놓는다. 오늘은 또 먼 길을 내려가야 된다. 닭죽으로 늦은 아침식사를 하면서 보니, 모두들 목표 달성으로 한껏 고무된 표정이다. 말들은 없지만.. • 11시경 고락셉 롯지를 출발하자 날씨는 흐리고 눈발이 날리기 시작한다. 참 그러고 보니 에베레스트가 잠시 우리에게만 모습을 보여 주었다는 생각이 든다. 눈길을 걸어 12시 반경에 로부제 롯지에 도착한다. • 앉아 있다니 롯지 문을 열고, 눈을 뒤집어쓰신 어떤 분이 들어오신다. 모두들 반갑게 인사. 전번에 헤어진 촐라팀의 한 분이다. 말씀이 촐라 쪽은 눈이 많이 쌓여, 촐라 패스로 넘는 것을 포기하고 돌아 내려와 칼라파타르로 목표를 바꾸어, 이곳으로 오고 있다고. 조금 후 그쪽 담당 현지 가이드 및 쿡 등 지원팀과 나머지 세분이 도착. 반갑다. 그런데 일행 한분은 고소증으로 남체에 남았다고. 이 팀은 오늘 여기서 묵고 내일 칼라파타르 다녀 올 계획. 날씨가 좋아야 할 터인데.. <칼라파타르(5550m)에서 본 배광의 에베레스트(’13.3.10. 07:02). 좌측 검은 봉우리는 창체(7550m), 우측 사우스콜(South Col, 7906m)로 해가 떠오른다> • 수제비 식사 후 그들과 헤어져 다시 눈길을 헤치며 내려온다. 올라가기 보다는 훨씬 발걸음이 가볍다. 언덕을 내려와 투클라에서 차 한잔 한 후, 계속 딩보체 평원을 눈보라 속에 헤쳐 나가니 저녁 무렵 멀리 평지에 조그만 마을이 보이기 시작한다. 5시 넘어 가구 20여채의 페리체(Pheriche) 마을에 도착. • 새벽부터의 강행군으로 일행 모두들 피로한 것 같다. 난로에 불 피워 저녁을 먹고, 따뜻한 난로가에서 오늘 일정의 무용담이 화제가 된다. 전주 분들은 마지막 남은 에너지를 칼라파타르에 다 써 걸을 기력이 없단다. 카트만두 헬기 수송을 알아보고 있다. • 물통에 더운물 받아 침낭에 넣자, 어느새 잠이 들었다. <이른 새벽 칼라파타르를 오르고> <손에 잡힐듯 가깝지만...항상 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