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9일 (로부제 → 고락셉(5140) ⇄ 에베레스트 BC(5365); 8시간)

• 어찌 뒤척이다 잠을 깨니 2시이다. 머리만 약간 아프고 몸 상태는 그런대로 괜찮은 것 같다. 다행이다. 보온병을 꺼내 아직 따뜻한 물을 마신다. 다시 잠을 청해본다.

• 4시 반에 일어나 옷 입고 물휴지로 두껍게 썬크림 바른 얼굴을 닦아낸다. 거울을 보니 눈과 입술이 퉁퉁 부어올랐다. 오늘은 중요한 날이다. 에베레스트를 정식으로 뵙는(?) 날이다. 좀 긴 명상을 한다.

• 구수한 된장국 아침 후, 8시 오늘은 체조 없이 산행을 시작한다. 인솔자 말씀이 여기는 체조할 장소도 없고 구령붙이기도 숨차 어렵단다. 최 선생과 후미에 서서 천천히 걷는다.

• 11시경 나지막한 언덕을 힘겹게 넘으니 집 서너 채가 보인다. 오늘 숙박지 고락셉 롯지이다. 후발대는 아직 멀었다.

• 우리 먼저 수제비 점심을 하고, 12시 반 경에 EBC로 향한다. 가이드를 따라 10여명이 나선다. 작은 언덕을 넘으니, 시퍼런 입을 벌리고 있는 눈 어름 지대가 보인다. 자갈길 너덜지대 한참 걷자니 멀리 조그만 텐트들이 보인다.

• 조금 더 가니 저편 빙하로 올라가는 길이 보인다. 빙하는 평탄하지만 위는 얼음이 녹아 온통 자갈밭이다. 한 모퉁이에 큰 돌로 쌓아올린 곳에 인도기가 그려진 “Base Camp Expedition 2013” 쓰인 현수막이 걸려있다. 아마도 얼마 전 인도 사람들이 다녀간 모양이다. 가이드한테 물으니 여기가 New EBC란다. Old EBC는 저 밑인데 빙하가 녹아서 없어지고 점점 위로 옮겨진다고. 아직은 시즌이 아닌지 베이스 캠프용 텐트들은 그리 많지 않다.

• 모두들 서로의 인증샷을 거든다. 나도 남체에서 산 "Everest BC(5365M)" 벙거지를 쓰고 한 장 찍는다. 이때 부산 분이 소주 한 병을 꺼내셨다. 제주가 있으니 간단한 산제라도 지내자고 제안한다. 제물로는 배낭에서 꺼낸 육포와 양갱, 사탕을 놓고, 모두 모여 절을 한다. 이제까지 안전하게 잘 도와주셨다고. 앞으로도 잘 도와주십사 하고.


<에베레스트 베이스 캠프(5365m). 사진 위쪽 로라(Lho La 6026m) 고개로 올라
티벳으로 가는 길과 오른쪽 빙하를 따라 Camp I 으로 오르는 루트가 보인다.
(필자가 남체에서 산 "Everest BC(5365M)" 벙거지를 쓰고 폼을 잡아본다)>

• 천천히 오던 길을 되돌아 4시 반경에 롯지에 도착한다. 고단하다.
• 내일 새벽에 칼라파타르 출발한다니, 미리 내일 새벽 5시부터 산행을 생각하며 준비한다. 배터리는 여기서는 오늘 낮 햇볕이 나지 않아 충전할 수 가 없단다. 여기는 태양광 전원을 사용한단다.

• 날씨는 흐리고 을씨년스럽다. 내일 날이 좋아야 할 터인데..
• 저녁 8시경 일찍 침낭에 들었으나, 몸은 피곤한데도 왠지 잠은 잘 오지 않는다. 내일 에베레스트 첫 대면할 생각으로 가슴이 뛴다. 어제 같이 호흡은 가쁘지는 않으니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