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4일 (남체 → 에베레스트 뷰(3810) → 캉주마(3550); 3시간 30분)

• 어찌어찌 새벽녘에 잠시 눈 붙였다. 깨니 5시. 일어나 주섬주섬 짐을 챙긴다. 이제 짐싸기의 큰 어려움은 침낭 넣기다. 침낭주머니에 침낭를 힘껏 꾹 눌러 넣고 숨 쉬고 또 넣고 숨 쉬고. 평소 정말 별 것 아니었던 일이 고소에서는 이렇게 힘든지 새삼 놀란다. 느리게 천천히! 수건에 물 적셔 얼굴을 닦아낸다.

• 6시 모닝콜 따뜻한 차 한 잔에 눈이 좀 풀린다. 그런데 머리 아픈 것은 좀 나아졌다.

• 커튼을 여니 날씨는 그야말로 쾌청이다. 바로 앞 누프라, 타르티가 설봉의 해오름이 장관이다. 휴대폰으로 시시각각 변하는 황홀한 설산의 모습을 파노라마로 담아 본다.

• 오늘 아침은 시원한 북어국으로, 어제 저녁 과음한 분들을 위한 속 풀이 용도란다. 산행체조 후에 8시 남체 뒷산(?) 봉우리에 있는 “에베레스트 뷰(Everest View)” 롯지를 향하여 오른다.

• 200m 오르는데도 이제는 2번이나 쉬고. 한 걸음 오를 때 마다 가쁜 호흡을 여러 번한다. 가급적 마음을 느긋이 하여 오르며, 아래 펼쳐진 남체 마을 전경을 사진기에 담아 본다.

• 1시간 정도 오르니 정상이다. 누가 가리킨다. 멀리 동북쪽 설산 연봉이 보이고 롯체 뒤편에 있는 것이 에베레스트라고. 가벼운 흥분에 우선 최 선생께 사진을 부탁한다.

• 10여분 더 가니 일본 사람들이 지었다는 “에베레스트 뷰” 롯지 이다. 롯지 현관 전망대는 이미 방문객으로 차있다. 여기서 바라보는 히말라야 전경은 가히 천하 절경이랄 만하다. 코앞에 탐세르쿠로 부터 캉테가(Kangtega, 6783), 아마다블람(Ama Dablam, 6814), 그 뒤 멀리 로체샤르(Lhotse Shar, 8382), 로체(Lhotse, 8516), 에베레스트(Everest, 8848)를 지나, 다시 앞쪽에 타부체(Tabuche, 6495)가 병풍처럼 펼쳐진다.

• 한 동안 넋을 놓다. 정신차리고 휴대폰으로 파노라마 사진을 찍는다. 그리고 의무적으로 비싼 롯지 커피 한잔 마시면서 또 다시 찬찬히 감상한다. 잠시후 여기서 헤어질 촐라팀과 단체 사진을 찍고 이별의 악수를 나눈다.


<에베레스트 뷰 호텔 카페에서 촐라팀과 이별전 '홧'팅을 외치며>

• 눈 녹는 산비탈로 쿰중(Kumjung) 마을을 어귀를 지나 오늘 목적지 캉주마(Kangjuma) 롯지에 12시 반쯤 도착.

• 롯지 방에서 창밖으로 보니 “山”자 모양의 아마다블람과 “人”자 모양의 타부체 중간에 멀리 로체가 흰눈을 휘날리는 것이 장관이다.

• 오무라이스 점심을 먹고, 최 선생과 씻을 물 찾아, EBC와 촐라 갈림길이 시작되는 사나사(Sanasa)를 한참 지나도 근처 계곡은 모두 얼어 물은 구경조차 할 수 없다. 하는 수 없이 “옴마니반메흠”이 계속 반복되어 새겨져 있는 큰 마니석 바위를 배경으로 인증샷하고 돌아온다.

• 보쌈으로 저녁하고, 모두들 여유 시간을 윷놀이로 달구고 있는데, 나는 고단하여 물병에 더운물 받아 방으로 돌아와 일찍 취침한다. 오늘은 좀 잘 수 있으려나?


<에베레스트 뷰 롯지(3810m)에서 바라본 에베레스트. 사진 중앙 왼편 삼각 봉우리가 롯체 능선에 가려 조금 보인다. 왼편은 타부체(6495m) 오른편은 아마다블람(6814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