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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말없는 설산 - 안나푸르나트레킹 후기(6)-끝-
작성자 김*성
작성일 2013.01.03



- MBC에서 '모디콜라' 강 협곡으로 하산 중.-


본격 하산....
고소에서 하산길은 발걸음이 가볍다.
오랫동안 별러왔던 트레킹 -
안나푸르나- 풍요의 여신 치맛자락 같은 베이스캠프까지 올라갔다가
하룻밤을 지내고 내려오는 발걸음이니 더욱 가볍다.
그러나 무언가 잊고 오는 듯,
허전한 기분에 내려오면서도 자꾸만 뒤를 돌아본다.



- 경사면에서 흘러내린 빙하가 만들어놓은 얼음동굴 hinku cave -



점심 장소인 '데우랄리'까지는
꾸준한 하산길이어서 걷기는 매우 수월하였다.
롯지 건너편 계곡에서 굉음을 내며 쏟아지는 폭포수가 장관이다.
고도가 낮아질수록 寒帶에서 온대사이의 亞高山帶 식물군이 무성하고
계곡수는 석회성분이 눈에 띄게 많아보인다.

다시 케러벤의 연속이다.
'히말라야롯지'에 도착하여 발도 벗는 등 충분한 휴식을 취한 후,
해가 설픗한 오후 나절에 '도반'을 경유하여
17시에는 오늘의 숙소인 대나무 군락지 '밤부'에 도착한다.

저녁식사 전에 쿠키가 곁들여진 '짜이'를 한잔하며 생각하니
아침에 ABC를 출발하여 MBC를 거쳐 밤부까지 왔으니
올라가던 속도에 비하면 두배는 빠른 것 같다.

저녁 식사 반주 외에 2차로 모인 우리는 맥주파티를 열었다.
고도를 높여 전진할 때에는
고소병이 우려되어 마시지 못하던 술이다.
모든 이들이 사고없이 목적지를 답파하고
하산길에 마시는 술이니 그 기분과 맛이 참으로 좋다.
밤 10시가 되어서야 자리를 파하고 숙소에 들어갔다.
일정 중에 제일 늦게 취침에 든 날이다.



-'시누와' 에서 본 계단식 밭- 상부에 보이는 '촘롱' 풍경 -

제 9일차...

흐린 아침에 때아닌 빗방울이 약간 떨어진다.
다른 날 보다 이른 시간에 마당에 모여 집단 스트레칭을 하고나서 출발한다.
걷는 속도가 여유로워 모두가 정상 컨디션으로 '시누와'에 도착한다.
길가에 난 좁은 산길에 접어들었다가
독이 있는 가시나무에 다리와 팔을 찔려 그 독성에 한동안 괴로웠다.

오전 10시.
이제 깊은 계곡을 지나 3,200여개의 돌계단을 다시 올라가야 '촘롱'이다.
모두들 공포의 계단길 오르기를 준비하며 충분한 휴식을 취한다.



- '촘롱'에 올라가는 계단길 -


-중간에서 고산족 여인들도 만나고...-


-고산족의 열악한 주택 -

숨이 차고 힘이 드는 돌계단길을 허위허위 걸어오르니
폐교된지 오래되어 보이는 초등학교가 있어
마당에 들어가 교실마다 기웃거려 본다.
흙바닥위에 자리한 먼지가 잔뜩 내려앉은 책상,
곳곳이 깨지고 망가진 작은 교실에서
그리 멀지않은 시절에
재잘거리던 아이들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 촘롱의 폐교된 학교 -


- 트레킹 루트 - 좁다란 산길따라 고산족 마을과 롯지가 보인다 -

촘롱에서 만나는 아이들 몇몇은
트레커들에게 손을 벌려 캔디, 스윗을 달라며 외친다.
아이들에게 인정으로 건네주는 사탕이나 초콜릿이
치아가 썩게하는 요인이 된다는 말을 들으니
그 또한 마음 아픈 일이다.

촘롱에서 점심식사 후에
60도 정도의 급경사길을 내려서서 '지누단다'로 향한다.
경사는 급해도 기리는 가까워 소요시간은 많지 않아
해발 1,700미터에 있는 오늘의 숙소 - '나마스떼롯지'에 도착한다.
트레킹 중 묵은 숙소중에 시설이 가장 잘 되어있는 듯하다.

저 아래 계곡에는 '노천온천'이 있다고 하여
간단한 복장으로 수영복을 챙겨서 계곡으로 내려가니
이미 외국인들 상당수가 노천온천수에 들어가 있다.
요란하게 흘러가는 계곡물 소리를 들으며 온천물에 몸을 담근다.
탈의실 등 시설은 열악하지만
히말라야 트레킹중에 체험하는 노천온천이라니....
이 또한 여행중에 맛보는 의외의 호사가 아닌가?
나마스떼!!
여정의 마지막 밤을 이곳에서 지낸다.



- 조랑말을 타고가는 수행자 -


- 계곡가에 있는 노천온천 -


-마지막날 밤의 캠프화이어 -

산중의 마지막 밤이 찾아왔다.
저녁식사 자리에서는 일행 모두의
트레킹에 대한 간단한 소감을 발표하기도 하고
자리를 옮겨가 롯지 뒷마당에서는 화톳불 환하게 밝혀놓고
스탭진과 트레커들이 어우러진 親交의 시간도 있었다.




-'지누단다' 마을 너머로 보이는 안나푸르나 남봉과 히운출리 -



제 10일차 -

날씨가 여전히 청명하다.
롯지 저편으로 초생달이 걸린 새벽에 기동하여 하산길을 재촉한다.

' 자꾸만 멀어져간다.
머물러있는 청춘(세월)인줄 알았는데....'
그 어찌 세월 뿐이랴 .
오랜 기간동안 염원하다가 비로소 마주했던
말이 없는 안나푸르나 설산들도
짧은 상면을 뒤로 하고 우리와 멀어져 가는 것을 ....

우리의 발길을 따라 흐르는 모디콜라 강물은
내려갈수록 수량이 많아지고 소리도 거해진다.
아침 시간에 벌써 '큐미'를 거쳐
9시반에는 닭이 훼를 치고 우는 소리가 들리는 마을 -
해발 1,350미터의 '시와이'에 도착하였으니
고도 상으로는 거의 내려온 셈이다.

더구나 여기서 부터는 산간도로가 개설되어 있어
산간 전용 찦에 무거운 카고백과 트레커들을 태우고
나야풀까지 하산한다.
포터와 쿡커팀은 여기에서 임무를 종료하므로
서로 인사하고 격려하며 이별한다.



- 카고백과 트레커를 태우고 나야플에 도착한 찦 -

트레킹 시작점인 '나야플'에 도착한 우리는
전용버스를 타고 다시 포카라로 이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