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말없는 설산 - 안나푸르나트레킹 후기(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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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김*성 |
작성일 | 2013.01.03 |
- 안나푸르나 연봉...히운출리, 남봉, 마차퓨차레....
- 구릉힐 너머 보이는 마차퓨차레 봉 - -데우랄리 롯지- 구릉힐을 넘어서 한참을 걸으니 언덕이라는 뜻을 가진 ‘데우랄리’ 롯지에 당도한다. 해발 3,000의 고지, 갈림길의 롯지에서 만나는 따끈한 레몬차는 트레커의 피로회복에 맞춤하다. 강렬한 햇빛을 피하고 조망이 양호한 곳을 찾아 마차퓨차레 설봉을 바라본다. 계곡길을 한참 걸어 하산하다보니 이윽고 점심장소로 예정된 ‘반단티’마을이다. 깍아지른 절벽밑을 흐르는 계곡가에 위치한 자그마한 마을로써 시설은 열악하지만 롯지가 몇 개 있는 마을인데 대낮 술에 취한 주인아저씨는 양지바른 곳에 아무렇게나 드러누워 자고 있다. 깊은 협곡(바라우디콜)을 건너 두시간 이상을 걸어오르니 한결 더 높아진 고도를 느끼면서 건너편으로 바라보이는 설산의 조망이 한층 더 가까이 다가선다. 우리는 해가 설픗 지는 석양빛을 받으며 걸음을 재촉한다. 조그만 능선과 평지에는 소규모 목장들이 눈에 띄는데 가축을 가두어두는 소규모 시설은 주인의 손길을 떠난지 오래되는 듯 낡아있다. 이윽고 어두어진 사방을 조심스레 의식하며 풀밭 테라스가 앞에 놓인 ‘췰레’에 도착하여 숙소를 배정받고 얼음장같은 물로 대략 씻고서 저녁식사를 한다. 전기사정이 안 좋은 지역인데 그날은 전기설비가 완전 고장이 나서 어둠은 근근히 촛불로 밀어내고 네팔 정식인 ‘달밧‘으로 저녁식사를 한다. 여흥으로 셀파의 노래와 춤을 주문하여 흥겨운 시간도 갖었다. 사방이 적막한 밤중에 잔디마당 테라스로 나서 하늘을 보니 별자리가 유난히 총총하고 우윳빛을 띤 은하수는 유유히 흐르고 있다.
- 마차퓨차레 설봉 - 제 5 일째 아침이 밝았다. 기상하자마자 마당에 내려서니 하늘은 툭 트여 쾌청하고 기온은 차가웁다. 일정대로 08시에 출발하여 급경사지대를 내려가 다시 계곡을 넘어 산허리를 돌아간다. 고산지대인 네팔에서 쓰는 지명의 유래가 흥미롭다. ‘울레리’라는 말은 고개를 뜻하는데 보통 3~4천미터급의 높이이고 ‘데우랄리’는 언덕이라는 말인데 5~6천미터 급, 7~8천 미터급이라야 비로소 山이라고 부른다니 고산지역의 높이 기준 스케일에 놀라울 따름이다. 안나푸르나 지역에서 제일 큰 주거지역인 ‘촘롱’을 향하여 커다란 몸집의 산허리에 나 있는 오솔길을 구비구비 돌아드니 간이 쉼터가 있다. 일일이 인력으로 운반하여 팔고있는 귀한 캔맥주를 사서 컬컬한 목을 달랜다. 조용히 걸으며 생각한다 . 지난 인생길에 어떤 목표를 두었고 그 달성을 위하여 이렇게 앞만 보고 꾸준히 걸어본 적이 있는가? 급하지도 게으르지도 않은 마음으로 얼마나 끈기를 발휘한 적이 있던가? 자책하는 상념들이 발길보다 앞서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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