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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킬리만자로(5,895m)트레킹+세렝게티 13일(2012.1.13~25.) # 9
작성자 박*종
작성일 2012.02.08


1월 21일 토요일
일찍 잠이 깼지만 뭉그적대다가 7시 10분에 식당에 갔더니 벌써 식사를 마치고 올라가신 분도 있고 몇 분만이 남아 식사하는 중이었다. 밤새 선풍기를 켜놓고 자서 그런지 머리가 조금 무거웠다. 입맛이 없어서 빵 두 조각에 시리얼과 과일 조금으로 아침을 때웠다. 서둘러 방에 올라가 짐을 정리해 복도에 내어 놓고, 이틀간 못 갔던 화장실도 다소 시간이 걸렸지만 무사히 해결했다. 로비에 내려오니 다들 내려와 계셨다.
잠시 후 사파리 차에 나누어 타고 응고롱고로를 향해 출발했다. 차창을 통해 보이는 밖의 풍경에 누나와 나는 연신 탄성을 발했다. 초원 한가운데 드문드문 자리 잡은 울타리가 둘러쳐진 마사이족 부락과, 지팡이 하나만 달랑 들고 뜨거운 땡볕 아래 가축을 몰며 이곳저곳 다니는 마사이족의 모습을 계속해서 볼 수 있었다. 바로 옆으로는 동물들이 지나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중에는 맹수도 있을 텐데 어떻게 대처할지 궁금했다. 호숫가 주변에 있는 마사이족 부락도 지나쳤다. 지루한 줄 모르고 왼쪽 오른쪽 고개를 돌려가며 풍경을 바라보며 감탄을 연발했다. 누나도 이곳에 오길 정말 잘했다며 내가 언제 이런 곳에 와 보겠냐며 좋아하셨다. 저 아래 마니야라호수 국립공원을 바라보며 지나쳤다.
응고롱고로 국립공원 입구에서 잠시 내려 출입신고를 하는 동안, 길가 원숭이들과 함께 기념 촬영을 했다. 사람들과 접할 기회가 많아서 그런지 사람들의 관심에 무관심한 듯 제 볼일만 본다. 다시 차를 타고 산중도로를 올라 풍광 좋은 정점에 세워진 Sopa lodge에 도착했다. 그런데 그곳 종업원들의 유니폼이 좀 특이했다. 각자 정해진 방에 짐을 푼 후, 식당에 모여 맥주와 콜라로 목을 축이고 점심 식사를 맛있게 했다.
다시 차량을 타고 분화구로 사파리 드라이브를 떠났다. 얼마 안 가 길가 원주민 아이들을 만났다. 우리를 보자 둘째손가락을 세우고 쫓아 뛰어온다. 1달러를 달라는 뜻인 것 같았다. 1달러쯤이야 못 줄 것도 없지만 원주민들이 너무 속물이 되어 가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경사진 도로를 따라 분화구로 내려가다 보니 제일 먼저 물소가 우리를 반겼다. 처음이라 이게 웬 떡이냐 하며 열심히 사진을 찍어댔다. 이후로 만사가 귀찮다는 듯 길가에 누워 있는 암사자와 짝꿍과 애정표현을 하는 얼룩말, 머드팩을 하여 회색빛을 띤 허연 이빨 두 개를 드러낸 멧돼지, 그리고 늘씬한 자태를 뽐내며 한가롭게 풀을 뜯는 가젤과 물소보다 조금 몸집이 작은 누, 분화구 호수 언저리에 빼곡히 자리한 홍학 떼, 먼발치에서 소풍 나온 듯 느리게 움직이는 코뿔소 두 마리, 외롭게 혼자 서 있는 코끼리 한 마리, 크레인(학), 코리버스터드, 길가 근처에서 단체로 누워 여유를 만끽하는 일곱 마리의 라이언 형제들…….
잠시 후드득 빗방울이 떨어지는 듯하더니 산언저리에 우리를 반겨주듯 무지개가 걸렸다. 지나온 길 뒤편으로 구름 사이로 가녀린 햇살이 뚫고 나와 천지창조의 분위기를 연출했다. 반나절 잠깐 동안의 시간이었지만 정말 원 없이 많은 동물들을 만나 보며 자연의 신비함과 오묘함을 느꼈다. 하지만 평소 TV의 동물의 왕국에서 보았던 것 같은 긴장감은 찾아볼 수 없었다.
로지로 돌아와 샤워를 한 후 식당에 모여 그간의 환담을 나누며 긴 시간 저녁 식사를 했다. 숙소로 돌아와 장갑과 상의 한 벌을 빨아서 수건에 돌돌 말아 엉덩이로 깔아뭉갠 후 라디에이터에 널고 잠자리에 들었다. 침대 속에는 어느새 핫팩 하나가 들어 있었다. 직원이 넣어둔 모양이다. 침대 위에 지갑을 놓고 나갔었는데 그대로였다. 잠을 자려는데 옆방에 있는 누나와 김명숙 선생님께서 이야기에 여념이 없으시다. 모처럼 핫팩의 온기를 느끼며 달콤하게 잠이 들었다.

1월 22일 일요일
준비를 마치고 로비에 나오니 8시 5분이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사파리가 계속된다.
어제 둘러보았던 분화구를 내려다보며 응고롱고로를 서서히 빠져나오며 마사이족 부락과 구릉을 지나쳐 올두바이 계곡에 도착했다. 인류 최초의 발상지를 둘러보며 헌신적으로 유물을 발굴했던 몇몇 선각자들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곧이어 세렝게티 쪽으로 출발했다.
가는 중에 무수히 많은 가젤과 물소 떼, 얼룩말, 새들을 목격했다. 12시가 조금 넘어 Nabbi hill에 도착하여 Sopa lodge에서 준비해준 도시락으로 점심을 먹고 전망 좋은 뒷동산에 올라 사방을 둘러보았다. 다시 차가 출발하여 세렝게티 평원을 달리는데 동물들이 모두 어디로 갔는지 보이질 않았다. 어쩌다 보이는 게 멧돼지 가족과 새, 하마, 기린, 표범, 원숭이, 임팔라, 물소 등이 가뭄에 콩 나듯 보였다. 운 좋게도 표범을 발견했는데 사진 찍는 데 실패하여 겨우 뒷다리와 꼬리 쪽만 찍혔다. 표범이 풀숲으로 내려가는 바람에 더 이상 볼 수가 없었다. 오후 4시 30분쯤 세렝게티 산 중턱에 자리 잡은 Sopa lodge에 도착하여 여장을 풀었다.
숙소에서 쉬고 있는데 앞 발코니에 어린 원숭이 한 마리가 놀러왔다. 잠시 사진을 몇 장 찍어 주었다. 호텔 주변을 둘러보다 대원들을 하나둘씩 만나 결국 여자들만 빼고 수영장 옆 쉼터에 모두 모여 맥주 2병을 사다가 한 모금씩 마시며 그간의 정담을 나누었다. 저녁 7시 30분이 되어 저녁 식사를 했다. 식사가 끝날 무렵 식당 입구에서 직원들이 춤과 노래로 우리를 환영해 주었다. 잠시 후 아래층 홀에서 네 명의 남자 아크로바틱 단원과 두 명의 여성 무희, 네 명의 악단으로 이루어진 민속공연이 펼쳐졌다. 한참을 관람하다 팁으로 1달러를 모자에 넣어주고 방으로 돌아와 쉬었다.

1월 23일 월요일
새벽 4시가 조금 넘어 깨어 뒤척이다가 5시가 되자 일어나 짐을 정리하다 보니 아침 시간이 되어 식당으로 갔다. 아침을 간단히 먹고 8시에 다시 사파리 차량에 탔다.
어제 들어왔던 길을 따라 다시 초원으로 나아갔다. 나가는 길에 토피와 임팔라가 눈에 띄었다. 이리저리 운전수의 의지대로 돌다 보니 가끔 멧돼지도 보이고 물소 떼도 보였다. 시간이 되어 비행장으로 이동했다. 기장을 포함해 모두 20명을 태우고 경비행기가 가볍게 이륙했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초원이 발아래 펼쳐졌다. 군데군데 울타리를 한 마사이족 부락도 보이고, 경사진 곳에 계단식으로 경작한 밭이 일부러 채색을 한 것처럼 보였다. 비행기에서 내려다본 모습은 온통 그린필드였다. 개발되지 않은 원초적인 초원의 모습이 공해에 찌든 우리네 삶에 비추어 봤을 때 축복받은 땅으로 여겨졌다.
한 시간 가까이 날아서 아루샤 인근의 비행장에 착륙했다. 다시 임팔라호텔로 돌아가 점심을 먹고 셔틀버스를 타고 나이로비로 이동했다. 저녁때가 되어 나이로비 공항에 도착했다. 5층 식당에서 혜초의 이민수 씨가 미리 예약해 둔 저녁을 먹었다. 이민수 씨가 고맙게도 모두에게 케냐 커피 한 봉지씩을 선물했다. 공항 로비로 이동해 출국수속을 밟은 후 밤 10시 50분에 나이로비를 이륙했다.

1월 24일 화요일
낮 시간이 되어 방콕에 도착, 입국수속을 마치고 혜초여행사에서 나온 엄희수 씨와 시내 관광을 나갔다. 먼저 예약해둔 태국 전통 마사지를 받았다. 반은 졸면서 받다 보니 어느새 한 시간이 지나갔다. 다시 방콕 최고층의 바이옥타워로 이동하여 뷔페 식사를 하고 전망대에 올라 태국 시내를 둘러보았다.
비행기 시간에 쫓겨 서둘러 타워를 빠져나와 공항으로 이동했다. 다행히 차가 막히지 않아 쉽게 갈 수 있었다. 밤 11시 15분에 수완나품공항을 이륙했다.

1월 25일 수요일
인천공항에 가까워지니 발아래로 하얀 눈이 희끗희끗 보인다. 현재 기온이 영하 8도란다. 새벽 6시가 조금 안 되어 무사히 공항에 착륙했다. 짐을 찾는데 다소 시간이 지체되었다. 마지막으로 로비에서 단체사진을 찍고 아쉬움을 뒤로 한 채 헤어졌다. 공항버스에 몸을 싣고 집에 돌아오니 9시가 되어간다. 반가운 얼굴들이 나를 반긴다. 사랑스런 나의 가족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