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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킬리만자로(5,895m)트레킹+세렝게티 13일(2012.1.13~25.) # 8
작성자 박*종
작성일 2012.02.08


1월 20일 금요일
아침에 일어났는데 뱃속이 여전히 매스껍고 거북했다. 식사하기 위해 자리에 앉았는데 도저히 먹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밥알 몇 톨과 스팸 한 조각을 잘게 썰어 간신히 입에 밀어 넣고 질겅질겅 씹었다.
처음 산에 들어왔을 때와는 정반대가 되었다. 무엇이든 잘 먹던 내가 마치 패잔병처럼 축 늘어진 어깨를 하고 있다. 산에서의 마지막 날이라고 남은 부식으로 잔뜩 준비한 소시지며 스프, 밑반찬 등 진수성찬을 앞에 두고도 이렇게 깨작거리고 있다니. 간신히 두어 숟가락을 뜨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서둘러 산장(HUT)으로 돌아와 양치질을 하고 카고백을 정리했다.
8시가 되어 호롬보산장을 출발하여 지루한 하산을 시작했다. 힘이 없어서 그런지 그다지 흥이 나질 않았다. 올라올 때 하룻밤 머물렀던 만다라산장에서 잠시 쉬었다. 뱃속이 거북하여 대장님께 소화제 두 알을 달라고 하여 먹었다. 다시 한참을 가는데 머리가 띵 하며 걸음걸이가 신통치 않았다. 이틀 동안 별로 먹은 게 없어서 그런지 혈당이 떨어진 듯했다. 서둘러 사탕 하나를 까서 입에 넣었다. 조금 더 내려가다 보니 걷기가 한결 나아졌다. 내려가면 콜라나 한 병 사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가는 중에 길가 나무 위에서 원숭이 두 마리가 한가로이 놀고 있었다.
호롬보산장에서부터 19.9km의 지루한 하산을 마치고 마랑구게이트에 도착하여 먼저 내려온 대원들과 만났다. 플라스틱 상자에 준비된 점심을 준다. 하지만 그보다는 쉼터 테이블 위에 놓인 콜라가 눈에 들어온다. 조금 남은 콜라를 단숨에 비우고 정길이에게 3달러를 주어 콜라를 더 사오도록 부탁했다. 다시금 콜라 한 병을 비우고 나니 이제야 살 것 같다. 평상시에는 눈여겨보지도 않던 콜라가 이렇게 원기를 돋을 줄이야. 고맙다, 콜라야.
가이드에게 샘가에서 머리를 감아도 되느냐고 물으니 괜찮다고 했다. 비누를 꺼내 머리에 비누칠을 한 후 두어 번 헹구고 나니 묵은 때를 벗겨내서 그런지 머리가 가벼워진 느낌이다. 그제야 식욕이 조금씩 돌아온 듯하여 도시락 통 속에 있는 계란도 먹고 닭튀김과 땅콩도 먹었다. 역시 고산증이 무섭긴 무섭다. 천하의 조병섭이 고산증에 속수무책 맥을 못 추다니…….
셔틀버스를 타고 아루샤로 이동 중에 가이드 캡틴인 콜맨을 중간에 내려 주었다. 아루샤 임팔라호텔에 도착하여 샤워를 하고 간단하게 빨래를 한 후 1층 중국식당에 모여 요리와 전원 등정을 축하하는 의미로 대장님이 준비한 위스키와 포도주로 건배를 하며 등정을 자축했다. 식사를 마친 후 8층 홀에 마련된 휴게실에 모여 국내에서 가져온 소주와 컵라면으로 2차 축하파티를 열었다. 흥에 취해 얘기하다 보니 소리가 커졌나 보다. 아래층에서 2차 킬리만자로 혜초 팀의 지경희 가이드가 소란스럽다며 항의를 했다. 목소리를 낮춰 남은 얘기를 마저 하고 소주와 안주를 먹어 치우고 밤 11시 가까이 되어 각자 방으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