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킬리만자로(5,895m)트레킹+세렝게티 13일(2012.1.13~25.) # 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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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박*종 |
작성일 | 2012.02.08 |
1월 18일 수요일 6시 30분에 일어나 간단하게 세수를 한 후 7시 30분에 아침을 먹었다. 밥맛은 없지만 산에 잘 올라가기 위해 미역국을 다 먹었다. 그런데 잠시 후 갑자기 구토가 나와 황급히 입을 틀어막고 밖으로 뛰쳐나와 토해버렸다. 고산증이다. 더 이상 밥을 못 먹고 화장실에 갔다. 설사가 수반되었다. 제대로 고산증에 걸렸다. 그래도 키보산장까지는 가야 하기에 서둘러 양치를 하고 카고백을 정리했다. 8시 30분에 호롬보산장을 출발하여 키보산장으로 향했다. 가는 도중 장기성 소장님께서 혈관 확장제를 주셔서 혀 밑에 넣고 녹여 먹었다. 잠시 후 속이 울렁거리더니 또다시 구토가 나왔다. 마지막 샘 근처에 있는 화장실에서 또 다시 설사를 했다. 겨우 몸을 추슬러 다시 출발했지만 느리게 걷다가 누워 자기를 반복하다 결국 다른 대원들에게 폐가 될 것 같아 하산하기로 마음먹었다. 가이드에게 이야기하니 한 명을 따라 붙여 주었다. 12시쯤 점심도 먹지 못한 채 호롬보로 하산을 시작했다. 힘없는 발걸음으로 겨우 산장으로 돌아왔다. 이 날은 한 유럽 남자와 단둘이서 같은 방을 쓰게 되었다. 아직 카고백이 도착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이드가 임시로 침낭 하나를 침대에 깔아 주었다. 대충 침낭에 들어가 잠을 청했는데 나중에 포터가 카고백을 가지고 왔다. 오리털파카를 꺼내 입고 내 침낭 속으로 다시 기어 들어갔다. 시간이 좀 지나 가이드가 저녁을 어떻게 할 거냐고 물었다. 나는 그냥 차나 한 잔 달라고 했다. 그랬더니 잠시 후 보온병과 티백, 설탕을 가져왔다. 컵에 티백을 넣고 뜨거운 물을 부은 다음 설탕 한 스푼을 넣고 저어 천천히 마셨다. 오늘 하루 중에 제대로 먹은 것이 홍차 한 잔인 것 같다. 어느새 해는 저물어 밤이 되어가고 있었다. 유럽 남자가 내가 파카를 입고 누워 있는 모습을 보더니 이너웨어로 갈아입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래서 나는 추위가 싫고 따뜻한 게 더 좋다고 말했다. 그 남자는 팬티만 입고 침낭에 들어갔다. 자다가 깨어 보니 화장실을 가려는지 바지를 챙겨 입고 있었다. 난 옷을 입고 벗는 게 귀찮아서 입고 자는데 그 남자는 격식을 갖춰서 잠자리에 든 모양이다. 밤새 두 번 화장실에 다녀왔다. 새벽녘에 잠이 깨어 이런저런 생각을 하였다. 이대로 주저앉아 대원들이 내려올 때까지 기다릴 것인가? 아니면 아침에 다시 짐을 꾸려 쫓아갈 것인가? 시간이 얼마나 걸릴 것이며 과연 정상에 오르기나 할 수 있을까? 호롬보에서 우후루피크 정상까지는 대략 15.3km로 왕복 31km 정도가 된다. 앞서간 대원들처럼 아침에 출발해서 저녁 때 키보산장에서 잠깐 잔 다음 자정에 출발해서 정상에 오른다면 온전히 하루가 뒤쳐지게 된다. 그렇게 했을 때 어떻게 뒤쫓아 갈 수 있을까? 아니면 대원들이 사파리를 하는 동안 나 혼자 정상에 갔다 와서 마랑구게이트로 하산을 해서 나이로비로 직접 가는 방법은 없을까? 나이로비까지는 어떻게 가지? 교통편은 어떻게 이용하지? 돈은 얼마나 필요할까? 수중에 가진 돈도 얼마 없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