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차마고도를 다녀와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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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권*혁 |
작성일 | 2009.05.18 |
차마고도 11일을 다녀왔습니다. 가기 전까지만 해도 카일라스 다음으로 오지가 아닌가 걱정이 앞서 이것저것 밑반찬들을 싸가야 할 것 같고 추위도 엄청 많이 타는지라 침낭을 가져가야 하나 오리털 파카를 가져가야 하나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의외로 낮에는 햇빛이 워찌나 따뜻한지 아침에 껴입었던 잠바를 벗어야 할 정도였습니다. 티벳의 하늘은 구름한점 없이 푸르르기만 하구요. 그리고 차마고도라 불리는 그 길에 들어서니 백마설산을 비롯하여 메리설산 등 티벳인들의 성산이라 불리는 설산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거대한 설산들이 여름에는 우기탓에 잘 볼 수 없다고 하지만 저희는 건기인 겨울에 와서 오히려 잘 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탁트인 고개위에서 내려다보는 설산들과 거대한 대협곡은 지프를 타고 가는 내내 지루함을 없애주기에 충분하고도 남았습니다. 길의 상태도 포장도로와 비포장 도로가 60:40으로 잘 닦여 있더군요. 협곡들을 지날때는 조금 스릴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마치 인디아나 존스가 된 기분이랄까.. 길에서 우연히 마방할아버지를 만났습니다. 터벅터벅 말과 나귀를 끌고 감자를 실고 집으로 가신다고 하셨습니다. 저희는 텔레비전에서 보던 그 마방할아버지를 만났다는 반가움에 그저 영화배우를 마주한 것 마냥 카메라 셔터만 연신 눌러댔더니 할아버지가 신기한듯 저희를 처다보시더군요. 소금 우물이 있다는 옌징에서는 겨울이라 소금 생산을 많이 하고 있는 것 같진 않았지만 저희 손님 중에 스님께서 마을의 할머니와 흥정하여 소금을 구입하기도 하셨습니다. 바다 소금과는 달리 조금 붉은 색을 띠는 옌징의 소금 맛은 어떨까 궁금해서 손으로 쿡 찍어 입에 넣어보니 맛은 역시 짠 소금맛 그대로더군요. 계속 다시 가다보니 중국 사람들이 닦아 놓은 아스팔트 위를 열심히 오체투지를 하며 라싸로 가는 티벳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그들의 낡고 더러워진 옷과 이마의 굳은 살이 얼마나 오래 이 길을 걸어왔는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들은 먼길을 걸어오느라 힘들었을테지만 낯선 이방인들에게 웃음으로 인사를 보내주기도 하였습니다. 저는 한국에서 잘 안 입는 옷들을 가져왔었기 때문에 그들에게 건넸습니다. 이 길을 가면서 오체투지로 라싸로 가는 사람들이 많다고 이미 들어왔던터라 그들을 만나면 꼭 전해주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말은 통하지 않지만 저에게 미소를 보내주었습니다. 나에게 불필요한 것들이 그들에게는 필요할수도 있겠구나란 생각이 들어 저역시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라싸에 도착하니 겨울이라 그런지 한해 농사를 마치고 라싸로 순례온 티벳 사람들도 많아서 진정한 티벳 분위기도 느낀것 같습니다. 조캉 사원 앞으로는 수 많은 순례자들이 아침 저녁으로 기도를 하느라 바코르를 돌기도 힘들정도로 티벳 사람들로 붐볐습니다. 겨울의 차마고도 여행은 여름보다 훨씬 시야가 탁 트인 아름다운 설산들을 볼 수 있었고 티벳인들도 많이 볼 수 있어서 더욱 즐거웠던 것 같습니다. 가는 길에 묵게 되었던 작은 호텔들도 전기장판이 구비되어 있어서 이미 고생을 각오하고 떠났던 여행자에게 작은 배려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다시금 티벳의 푸른 하늘이 눈앞에 선해집니다. 작성자: 보헤미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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