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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권*혁
작성일 2009.05.18


7월 23일 20명이 북경에서 청장열차 47시간 타고 라싸에 도착해서 네팔로 히말라야 고원을 횡단해서 한국으로 나오는 9일 일정으로 출발했습니다. 북경은 올림픽 직전으로 긴장감이 감돌면서 차량 홀짝제 운영을 하고 있어서 한가했고, 너무 더워 땀에 쩔은 체로 시원한 칭짱 열차에 오르니 “아이고~ 살았다”가 절로 나왔습니다.

47시간 서먹서먹하던 동행들이 충분히 친해질 수 있는 시간이다보니 식사 시간마다 즐거운
이야기 꽃을 피우고 드디어 라사역에 도착했는데, 현지 티벳 가이드가 역 안으로 못 들어오고 한참 멀리 떨어진 곳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경찰과 군인들이 쭉 늘어서서 완전히 통제하고 있는 모양이 도저히 관광하러 온 기분이 안나더군요. 겨우 겨우 중국관광객 인파에서 빠져나와 우리 가이드들 만나서 버스까지 이동해 앉고 부드러운 티벳탄들의 음성 속에 쌓이니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올해 변경된 내용들이라고 하는 것이 10명당 1명 가이드를 꼭 채용해야해서 우리는 20명이니 2명이 배정되었고, 공원이든 어디서든 군인과 경찰쪽으로 카메라가 향하면 바로 뺏길 수 있으니 꼭 주변에 군인과 경찰이 있는지 확인하고 촬영을 하라는 것이고, 구시가지 주변과 포탈라 궁등은 밤 10시가 되면 완전히 군부대와 경찰이 통제하는 시간으로 자유롭게 다니기에 왠지 마음이 불안하게끔 하는 긴장감이 있었습니다.

드레풍 승원, 간덴사, 사뮈에 사원은 여전히 통제 상태이고, 세라승원은 문은 열어두었지만 개방된 부분이 일부분이었고, 그나마 3시에 매일 하는 스님들의 강론도 못하게 해서 중단된 상태입니다. 모든 곳에 중국인 관광객들이 넘쳐나고, 외국인 관광객들은 손가락으로 셀수 있을 정도로 적은 수만 다니고 있었습니다. 또한 온난화 현상이 티벳에 까지 미쳤는지 여느때보다 약 3~4℃가 높은 기온으로 여행내내 얇은 옷을 입고 다니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도로를 가다보면 지난 독립시위의 흔적인 불탄 건물이 아주 간혹 눈에 띄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올림픽을 겨냥해서 꽃 동산을 곳곳에 만들어 두었고, 거리도 아주 깨끗하게 정비해 청소를 하는데다가 길도 다 넓혀서 손님 맞을 준비는 끝낸 듯 했습니다.

제일 크게 달라진 건 구시가지 중심은 늘 티벳탄들의 삶터였는데 이제는 다 밀려나고 중국상점과 식당들 일색이라는 것과 아침이고, 저녁이고 티벳탄보다 훨씬 많은 수의 중국인들이 거리를 활보하고 있는 것이 어색했습니다. 그 많던 티벳탄들은 도대체 어디에서 뭘 먹고 생활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올림픽이 약 10여일 남은 시점이라 그런지 방송에는 계속 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독려하는 프로그램이 흘러나오고, 지역간 도로마다 경비도 삼엄하고, 사고를 줄이기 위한 감속운행까지 철저하게 진행되어서 계속 차를 쉬어가며, 속도와 시간을 맞추는 묘한 해프닝을 자주 벌여야 했습니다.

휑하디 휑한 라싸 거리는 배낭객들로 넘쳐나던 작년과 비교해 완전히 힘을 못 쓰는 황량한 모습이었고, 숙박업소나 식당 같은 곳들도 손님이 없다보니 문을 닫은지 오래인 듯 보이는 곳이 자주 눈에 띄었습니다.

대신 신시가지는 좀 더 외곽으로 넓어져서 각종 외국차량 판매영업소가 새로 지어지고 있고, 새로운 형태의 아파트촌이 형성되고 있었고, 중국식당이 엄청나게 늘어나서 저녁 8시면 중국인들로 흥청망청하는 거리도 있었습니다.

티벳탄들의 70%가 직장을 얻을수가 없어서 외지로 나갈 생각이라고 합니다. 장사가 잘되는 곳에는 의례히 시비를 걸어서 결국 그 곳에서 장사를 더 이상 못하게 해서 구석으로 밀려나고, 관광업에 종사하는 기사들도 대부분 한족으로 교체되어 가는 상황이고, 올림픽이 끝나는 시점까지 굉장히 많은 변수를 가지고 계속 상황이 급하게 변경되는 것을 경험해야 하는 시기로 예측됩니다.

중국에게 현 시점에서 티벳은 올림픽이라는 대 공개적인 시점을 앞두고 완전히 개방 할수도, 그렇다고 개방을 하지 않을 수도 없는 “너무나도 뜨거운 감자” 라는 느낌입니다.
이번 여행에서도 참으로 큰 변수가 발생하였고, 그럼에도 여행자체를 즐기실줄 아는 분들의 여유로움으로 무사히 그리고 얼굴 붉히는 일 없이 잘 돌아왔습니다. 이번 여행에 함께해주신 분들 모두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