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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시킴에서 캘커타로~
작성자 권*혁
작성일 2009.05.18


파키스탄에서 라호르, 훈자, 쿤자랍패스까지 실크로드길을 돌아본 후 이란비자를 신청하려고 했는데 파키스탄의 한국대사관으로부터 초청레터를 받을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왜냐하면 다들 알다시피 그 시기에 아프가니스탄에 한국인들이 억류된 상황이였기 때문에 파키스탄 한국대사관에서도 무지 몸을 사리고 있던 터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 나는 인도로 돌아왔다. 인도에서 시킴지역을 꼭 가고 싶었는데 갑자기 파키스탄으로 방향을 바꾸면서 포기하려던 곳이였다.

하지만 이번에 인도로 오자마자 바로 다르질링으로 넘어왔다. 다르질링에 도착하니 안개속에 희미한게 앞으로의 여행이 이 안개와 비가 함께 하겠구나란 생각을 언뜻 들게 했다. 하지만 아침 새벽에 잠깐이나마 본 칸첸중가의 장엄한 모습은 내가 이곳에 잘 왔구나란 생각을 들게했다. 다르질링에서 유명하다는 차밭을 구경하고 몇몇 작은 곰파들을 구경한후 바로 시킴으로 향했다.

시킴에서 내가 가장 먼저 간 곳이 바로 펠링이였는데 펠링에는 시킴에서 2번째로 오래된 사원인 페마양체 사원이 있는 곳이다. 나는 그냥 이 사원만 보겠다는 생각만 갖고 갔었는데 운이 좋게도 페마양체에서 1년에 한번 있는 팡랍솔 이라는 스님들의 가면춤인 참 축제가 다음날 있다고 했다. 이 팡랍솔 축제는 칸첸중가의 신이 일년에 한번 사람들이 사는 마을로 내려온다고 해서 신을 맞는 축제라고 했다. 너무 신기하게도 이런 축제 운은 내가 좀 있나보다.

일년에 한번 있는 축제 전날에 도착하다니^^;; 그다음날은 시킴 아저씨의 도움을 받아 지프를 얻어타고 멕시코 친구인 안드레스와 한국 언니 두명과 함께 페마양체 사원에 도착했다. 사원은 이미 미리 온 시킴사람들과 주변의 불교 신자들이 모여들어 자리를 잡고 있었다. 나는 먼저 사원 내부를 둘러봤다. 시킴 지역 대부분은 닝마파와 카규파 사원이 대부분인데 주로 탄트리즘과 샤머니즘이 가미된 닝마파의 영향이 가장 크다. 사원내부의 벽화들 대부분도 지옥을 지키는 수호신들이나 동물의 머리 얼굴을 한 토착신들 그리고 탄트리즘을 행하고 있는 부다나 파드마삼바바 같은 인물들이 그려져 있다.
오히려 티벳보다 훨씬 더 티벳스럽다고 해야하나.. 축제가 시작되고 칼과 방패를 든 무용수들의 춤사위 다음에 지옥의 신 마하칼라의 가면을 쓴 스님의 가면춤이 이어졌다. 동작은 느릿느릿하지만 파워가 있고 그의 붉고 무서운 얼굴 만큼이나 위엄이 느껴졌다. 사람들도 모두 조용히 스님의 춤사위를 감상했다.

축제는 하루종일 이어졌고 대부분 춤 내용은 비슷했다. 이런 축제에 참여하게 되면 스님들의 춤 같은 볼거리 외에도 현지인들을 구경할 수 있어 좋다. 그들은 하루 있는 이 축제를 맞이하여 그들이 가장 아끼는 옷으로 갈아입고 최대한 단정하게 사원에 방문하여 신을 맞았다. 그리고 시킴이나 티벳 전통의상을 입고 사원을 방문한 사람들이 많아서 그날만 사진을 몇장이나 찍었는지 모르겠다.

시킴 지역에서는 주로 곰파들을 많이 보게 되었는데 내가 그동안 티벳에서 주로 보았던 겔룩파 사원은 갱톡부근에 딱 하나 있다고 들었는데 찾다가 실패했다. 카규파 사원 중에서도 카르마파가 주로 모셔져 있는데 현재 17대 카르마파는 달라이라마와 같은 다람살라의 맥그로드 간지에 있다. 시킴은 거의 네팔과 비슷한 지리적 환경을 지니고 있다. 네팔 사람들도 많이 넘어와서 살고 있고 시킴사람들도 네팔어를 구사한다. 하지만 현재 몬순시기라 그런지 갱톡에 도착한 후부터는 하루도 빠짐없이 비가 내렸다.

내가 마지막에 시킴을 떠나는 날은 비가 너무 그동안 많이 내려서 도로가 손실되서 6시간동안 산을 트레킹으로 걸어서 칼림퐁에 겨우 도착했다. 아직까지 시킴은 도로 사정이 그리 좋지 않은 편이다. 대부분 도로는 아스팔트가 놓여 있어서 연결편은 좋지만 길이 실리구리로 연결된게 하나밖에 없다. 하지만 다르질링쪽으로 돌아가는 길은 3군대로 현재 1군데는 실리구리 가는 길 처럼 도로가 내려 앉거나 다리가 물에 떠내려가서 가운데가 절단이 되어 지나갈수가 없다. 나도 처음에는 우리가 탄 지프 아저씨가 길이 끊겨서 갈수 없다고 해서 설마설마하고 우겨서 가보았는데 정말 다리가 뚝 끊겨 있었다. 정말 비가 많이 내리긴 했나보다. 결국 괜히 아저씨한테 우겼다가 결국 6시간동안 산길을 게다가 내가 가장 싫어하는 빗속의 트레킹을 하게 되었다.

나와 함께한 7명의 네팔 사람들이 많이 도와주어서 그나마 지금 이렇게 살아서 캘커타에 도착해 있는 것 같다. 처음에 네팔 아저씨가 1시간 30분만 산을 넘어가면 칼림퐁이라고 해서 따라 나섰는데 산으로 오르고 올라도 정상이 보이지 않았다. 산길은 비에 휩쓸린 흙과 나무뿌리들이 뒹굴고 있었고 비는 계속 내려서 내가 진 배낭이 젖어 더더욱 무겁게 내 어깨를 짖눌러왔다. 아마 내 인생 최고로 육체적으로 힘들었던 날 갔다.

그렇게 1시부터 걷다가 저녁 7시가 되서야 정상부근에 한 마을에 도착해서 칼림퐁으로가는 차를 얻어타고 겨우 칼림퐁에 도착해서 하룻밤을 보낼 수 있었다. 중간에 다시 갱톡으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이미 산 중턱에서 돌아갈 사람은 아무도 없었기에 우리는 계속 앞으로 나아갔고 결국 해냈다. 역시 아무리 싫은 일이라도 닥치면 다 하게 되는 것을 또 다시 뼈저리게 느꼈다. 그래도 시킴 지역 곰파들이 대부분 산 꼭대기에 있어서 그동안 열심히 올라갔다 내려왔다 한 탓에 이번 트레킹을 무사히 마친것 같다. 힘들었지만 지나고보니 참 값진 경험이고 좋은 네팔 친구들도 사귀게 된 것 같다.

이제 캘커타에서 며칠 쉰후에 다시 델리로 돌아가 터키로 갈 예정이다. 파키스탄에서 이란을 넘어가지 못해서 어쩔수 없이 비행기를 타고 터키로 날아가야 할 것 같다. 예전부터 터키는 꼭 가고 싶었던 곳이라서 그런지 벌써부터 설레인다...

작성자: 보헤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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