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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권선호 선배님 글의 답변] 그리움에 대한 대책(對策) [김수석 08.08.19]
작성자 백*호
작성일 2009.05.19


그리움에 대한 대책(對策)이라..
그런게 있을 리가 없다.

여기 한없이 그리운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그 사람들의 아름다운 얼굴을 다시 볼 수 있는 시간은
정해져 있어서 무슨 짓을 해도 그 시간 이전에는 절대 볼 수 없다.

예전에 본 미하엘 엔데의 [모모]라는 책에는 미래를 예견할 수 있는
카시오페이아라는 특별한 거북이 등장한다. 모모와 카시오페이아는
어쩔 수 없이 헤어지게 되지만 미래를 예견하는 거북은
언제 어느 곳에서 모모와 재회할 지 정확하게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시오페이아는 모모를 찾아 줄창 싸돌아다닌다.
절대 불가능함을 알지만, 그러지 않고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기에..
정해진 시간이 되기 전에는 우연히 만날 가능성이 절대 없다는 것을 알지만,
이변이 있기를 바라는 '그 마음'마저 버릴 수는 없기에..


예컨대, '그 마음'이 그리움이다.


그런 그리움은 대책(對策)이 없다.
죽기 아니면 얼굴보기.. 그 외엔 '언발에 오줌누는 식'의
알량한 임기응변(臨機應變)이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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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진정 그리운 사람들(모처로 원정을 떠난 사람들)을 생각하며 끄적거렸던 글입니다.
최근에는 늦게 낳은 제 딸아이에 대해 이런 생각을 많이 합니다.
아무리 보고 싶고, 또 아무리 보고 싶어도 정해진 일수를 채우기 전에는 만날 수가 없습니다.
임기응변이라고도 할 수 없는 것이 아무리 많은 동영상, 사진을 출장배낭 안에 채워도
그 아이의 냄새를 맡지 못하고 통통한 살을 만질 수 없다면 그저 환장할 "그리움" 뿐입니다.

해서 출장을 가면 혼자 자는 밤이 두렵기만 합니다.
밤새 휴대폰 동영상을 보고 있을 제 자신과, 손님들을 책임져야 할 다음날 일정을 고려하면
현지가이드를 꼬셔 현지술을 조금 마시고 함께 자는 밤이 차라리 행복합니다.
밤 새우지 않아도 되고, 가장 먼저 숙소 로비에 나가 스트레칭을 하고 있을 아침이 행복합니다.

좋은 시간을 공유한 사람들은 그리울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 그리움을 해소할 방법은 그저 만나는 수 밖에 없습니다.
살을 부비던가, 그도 아니면 술잔이라도 부비던가...

바쁜 시간이 지나면 조만간 "우리 팀" 전체가 만날 수 있는 그런 자리를 마련하겠습니다.
그저 말 뿐인 것이 만나자는 약속이라는 세간의 한숨에 우리 마저 동조할 필요는 없습니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 사람들은 개개인의 인연에 소홀하기 마련이라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믿으면서 살고 싶습니다.
제 딸의 이름마저 걸 수 있는 것은 그 자리에 그 친구가
거의 틀림없이 함께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처가인 대전(大田)에 가게 되면 당분간 둘째 계획이 없더라도 권선호 산부인과에 들르겠습니다.

<내 영원한 그리움인 김다문(金多>

<아마 이 모습으로 그날 그 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