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윤인혁의 남미 이야기 - 버스타고 어디까지 가봤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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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황*지 |
작성일 | 2014.10.28 |
버스타고 어디까지 가봤니? 남미 여행은, 배낭 여행자에게 꿈의 여행지이자 최종 골인 지점과도 같은 곳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남미는 떠나기 위해 마음 먹기도 쉽지 않고, 막상 떠났을 때 도착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 때문에도 여행자를 애태우는 곳이기도 하다. 첫 목적지가 브라질이었지만 한국에서 남미로 떠나는 가장 싼 비행기 티켓이 페루의 리마까지 가는 티켓이었기에 나의 첫 남미여행은 리마에서 브라질까지 육로로 이동하는 것에서 시작되었다. 리마에서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 아이레스까지 가는 고속 버스를 탄 후에, 그 곳에서 다시 버스를 갈아타고 이과수 폭포를 거친 후! 브라질의 상파울루까지 가는 코스로 대강의 그림을 그린 후 리마의 고속버스 터미널을 기웃거리니 광고판 하나가 눈에 딱 들어왔다. LIMA -> SANTIAGO -> MENDOZA -> BUENOS AIRES -> SAO PAULO" 이 말은! 페루의 리마에서 출발해서 브라질까지 한 번에 가는 버스가 있다는 것인가!!! 저렴한 버스비와 원스탑 이동이라니! 배낭 여행자의 눈에 그 어떤 옵션도 보이지 않았다. 당장에 버스 티켓을 손에 쥐고 나니 무거운 배낭도 가벼운 것 같았다. 나는 역시 운이 좋은 여행자야! 남미의 고속 버스는 등급별로 차이가 있지만 좌석 자체는 한국의 고속 버스보다 훨씬 고급스럽다. 출발 시간과 도착 시간은 꽤 정확히 지켜지는 편이라 여행을 다니기에는 전혀 불편함이 없다. 버스는 크게 ‘세미까마(Semi Cama)’와 ‘싸롱 까마(SalonCama)’로 나뉘는데 이 두 개의 차이는 좌석이 뒤로 얼마나 젖혀지느냐의 차이이다. 싸롱 까마는 좌석이 180도 젖혀져 비행기의 비즈니스 클라스처럼 누워서 갈 수 있는 것이고, 세미 까마는 우리가 아는 보통 의자의 젖혀지는 정도에 조금 더 젖혀져 비교적 편히 잘 수 있는 버스이다. 버스 안에는 화장실이 구비되어 있어 장거리 이동에서 가장 문제되는 부분에 대한 걱정을 덜어 주기도 한다. 또한, 2~3시간에 한 번씩 운전자도 휴식을 취해야 하므로 휴게소에 들르기 때문에 간식이나 식사에 대한 걱정도 없다. 나의 첫 남미 버스 여행의 좌석은 180도 젖혀지는 싸롱 까마였다. 좌석에 앉으니 비행기의 스튜어드 역할을 하는 안내아저씨(?)가 이불과 생수를 가져다 주었다. 와! 생수를 가져다 준 후에는 간단한 식사까지 서비스해 주다니! 횡재도 이런 횡재가 있을 수 없었다. 손님의 자리는 모두 2층에 있어 전망 또한 훌륭했다. 남미의 광활한 풍경을 버스 안에서 편히 누워서 감상할 수 있었다. 호기심에 1층을 구석구석 살펴보니 운전석의 뒤에는 침대가 있었다. 운전기사 2명이 번갈아 가면서 장거리 운전을 하기 때문이었다. 본격적으로 버스의 시동 소리가 울리고 나니 나의 기분은 더더욱 하늘을 날아가는 것 같았다. 이 가격에! 브라질까지 가다니! 하지만, 결국 한 가지 빠뜨린 사실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절대적인 이동 거리였다. 내가 이동하는 거리는 한 나라도 아닌 여러 나라였고, 그 곳은 하나의 대륙이었다. 페루의 리마에서 칠레의 산티아고까지는 꼬박 24시간이 걸렸고, 산티아고에서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 아이레스까지는 약 23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브라질의 상파울루까지는 30시간이 넘게 이동 시간이 걸렸다. 국경을 넘고, 중간 중간에 주유를 하고, 휴게소에 들르고, 타이어와 엔진 이상 등으로 정차하고, 수리하고 이 모든 시간을 합하여 나는 3박 4일간 버스를 타고 목적지에 도착한 것이다. 물론 페루의 리마에 도착하기 까지 비행기로도 2박 3일 걸렸던 이야기는 뒤로 하더라도 나의 속은 장시간의 버스 탑승으로 매스꺼움을 너머 내장을 다 토해내는 느낌이 들었다. 결국 나는 브라질 일주를 마치고 페루의 리마로 다시 돌아갈 때는 비상금을 탈탈 털어 비행기를 타고 이동을 했다. 버스로 장거리 이동을 한다는 것. 지겨움, 매스꺼움 그런 단어들이 떠오름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가 그 여행을 했다는 것이 늘 자랑스러웠다. 남미의 절대다수의 민초들은 매우 가난한 삶을 살고 있다. 내가 3박 4일간 하나의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동안 어떤 이는 쪽잠을 자며 고향에 가고, 어떤 이는 물건을 가져와 동네의 시장에 팔기도 했으며, 어떤 이는 버스비를 아끼려고 고집을 부리다가 운전 기사와 버스 안내아저씨와 싸우기도 했다. 장거리 버스 여행은 현지인들의 질긴 삶을 눈으로나마 잠깐 구경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고, 그들이 가진 삶의 애환은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내내 여행자의 가슴 속에 맴돌게 하였다. 차창 밖으로 손을 흔들며 내리는 그들의 모습 속에서 나도 다른 이들에게 어떤 여행자의 모습으로 비춰질까 생각하곤 했다. 거짓이 없는 미소를 지으며 여행자의 본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해야겠다는 결심도 그 여행을 통해 하게 되었다. 힘들다고 두려워 할 것이냐! 아니다. 3박 4일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 대륙을 여행하든 1박 이상의 장거리 버스 이동은 꼭 한번쯤 해볼만한 여행이다. 길 위에서 여행자는 자신의 본모습을 찾기 위해 노력하기 때문이다. <일생의 한 번쯤은 장거리 버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