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트레커의 쉼터이자 따뜻한 추억이 숨쉬는 공간, 롯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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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황*지 |
작성일 | 2014.10.12 |
롯지LODGE란 단어를 히말라야 트레킹을 하기 전에 과연 알기나 했을까? 롯지는 트레킹의 기점인 마을마다 자리잡은 일종의 호텔 겸 레스토랑이다. 여행자들을 위한 숙소인 것이다. 호텔이나 레스토랑이란 단어를 떠올리면 꽤나 고급스러울 것 같지만 히말라야에서 만나는 롯지는 그런 숙소들과는 꽤 거리가 멀다. 외관에서부터 허름한 냄새를 풍기는 것이 시설 면에서는 지리산이나 설악산에서 잤던 산장들과 조금 비슷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렇지만 우리가 흔히 말하는 산장들과는 완전히 다른 점들이 더욱더 많다. 일렬로 쭉 누워 자는 게 아니라 개별 방이 있다는 점, 우리가 음식을 해 먹지 않고 시켜서 사 먹는다는 점, 좋은 롯지엔 개별 욕실도 있다는 점. 따뜻한 물을 넉넉히 쓸 수 있다는 점이 그러하다! 고도 3,000미터 4,000미터 넘는 지역에서 따뜻한 온기가 가득하고 깨끗하며 전망까지 훌륭한 호텔에서 잔다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겠지만, 히말라야의 롯지는 그러하지 못하다. 전망이 훌륭한 방은 엄청나게 많지만, 난방이 되는 곳은 거의 없을 뿐더러 새벽녘에 화장실에 가려면 헤드랜턴을 켜고, 옷을 단단히 여미고 나가야 하는 곳도 많다. 하지만 뭐든지 꽉 채워져 있던 삶에서 벗어나 딱 필요한 것만 추구하는 삶은 얼마나 가벼운가. 척박한 히말라야 안에서 만나는 롯지는 우리에게 그렇게 단순하게도 살 수 있음을 알려준다. 평소에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뺄 수도 있다는 것을 알면서 느끼게 되는 삶의 간결함과 더불어 롯지에서 발견하는 가장 큰 기쁨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체온으로 추위를 덜어가는 시간 속에서 발견하는 여유이다. 일상에서 갖기 힘들었던 머릿 속의 여유와 낯선 이들과의 친근한 소통, 어쩌면 그게 롯지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추억일 거라 생각한다. 롯지는 네팔 현지인들에겐 돈을 버는 공간이고, 여행자들에겐 몸을 누이고 내일을 준비하는 공간이다. 네팔의 롯지는 트레킹 지역별로 조금씩 다른 특징이 있다. 안나푸르나 지역은 전세계 트레커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곳인 만큼 매우 다양하고 훌륭한 롯지 시설을 자랑한다. 히말라야 최고의 전망대인 푼힐 지역에는 혼자서 쉬면서도 목욕까지 할 수 있는 룸을 많이 보유한 롯지도 많다. 또한 다른 지역에는 찾기 힘든 우리의 신라면과 짜파게티, 김치찌개를 파는 롯지들까지 있을 정도로 각국의 여행자들에 입맛에 맞춘 시설이 많다. 다만,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로 향하는 길은 10월 경에는 인기가 많아 1인, 2인이 머무는 방을 구하기가 어렵다. 최근에 많은 중국인들이 10월 연휴 기간에 찾아 들기 때문에 트리플 이상의 방에서 함께 머물러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에베레스트 지역은 텃새가 심하기로 유명하다. 그 지역의 롯지 주인들은 거의 셰르파 족이라는 이야기가 있듯이 타 종족과 타지인이 돈을 벌지 못하게 하기로 유명하다. 차림새는 허름할 지 몰라도 국내선 경비행기를 소유하고, 자녀들은 모두 미국 유학을 시킨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에베레스트 지역의 롯지 주인들은 상당히 부자이다. 또한, 육로보다 항공 수송이 많은 지역의 특성상 롯지 안에서 먹는 모든 음식이 안나푸르나 지역 대비 다소 비싼 편이다. 시설도 안나푸르나 지역보다는 열악한 곳이 많다. 랑탕 지역 역시 시설 자체는 안나푸르나 지역보다 조금 열악한 편이다. 하지만, 트레커들이 적게 찾는 편이라 음식 가격이 아직까지 높은 편은 아니며 주인장들의 인심이 좋은 편이고, 마을 주민들이 대체적으로 정겹고 친절한 편이다. 우리가 평소에 알고 있던 호텔은 자는 비용에 먹는 비용이 포함되어 있거나 먹는 비용이 자는 것 대비 비싸지 않지만, 롯지는 그 반대다. 예를 들어 숙박비가 200루피면 아침 식사는 오믈렛 하나가 100루피가 넘을 때가 많다. 그리고 따뜻한 블랙티 한잔이 60루피이다. 이것이 무슨 뜻이냐면, 롯지라는 곳은 잠자는 비용을 받는 것으로 돈을 벌기보다 음식값으로 돈을 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안나푸르나 지역의 가을 성수기에는 혼자서 잠을 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것이다. 혼자라면 적게 먹을 것이니까. 조금 열악한 롯지의 구조를 살펴보면, 야외에서 차를 마시거나 짐을 정리하고 쉬는 정원 겸 마당인 공간과 각 여행자의 방, 바깥의 공동 화장실, 공동 세면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다이닝룸과 부엌으로 만들어져 있다. 간판은 게스트하우스, 호텔, 롯지 다양한 이름으로 써 놓지만 우리는 대부분 롯지라고 말한다. 이 구조 안에서 특히 다이닝 룸은 롯지 생활의 거의 전부이고 대부분의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공간이다. 히말라야 트레킹은 보통 이른 아침에 시작해서 아무리 늦어도 4시 정도에 트레킹 자체가 끝나기 마련이다 . 이보다 더 늦게 끝나면 설산 뒤로 빨리 넘어가는 햇살 때문에 급격히 온도가 낮아지고, 추워진다. 트레킹이 끝나갈 무렵 트레커의 머릿 속에 드는 생각은 똑같을 것이다. "음, 조금씩 쌀쌀해 지는 군. 얼른 땀에 젖은 옷을 면티와 따뜻한 폴라폴리스로 갈아입고, 다운 자켓을 걸치고, 털모자를 머리에 꼭 쓰고 다이닝룸에 가서 레몬티를 먹어야지.". 밤에 머물 롯지는 보통 점심을 먹을 때 그 마을의 어디쯤에서, 어느 롯지에서 자야할 지 가이드와 정하곤 한다. 미리 점찍어둔 롯지가 있다면, 그곳에 빈 방이 있는 지 알아보면 되는 것이다. 머무는 마을 안에서도 가장 전망이 좋은 롯지를 택하는 것은 여행자의 당연한 의무이다. 좋은 롯지는 일단 볕이 잘 드는 곳에 위치하고, 주변의 설산이 잘 보이는 곳에 자리잡은 곳으로 고르는 게 좋다. 만일 그것 때문에 100~200루피가 비싸다면 그 정도는 당연히 주고 자야 한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롯지일 수록 당연히 좋은 롯지이다. 맛집에 사람이 몰리는 것처럼 좋은 롯지에는 언제나 많은 여행객이 머문다. 분명 그 롯지는 서비스가 좋거나, 뷰가 끝내주거나, 음식이 맛있거나, 깨끗하거나 등등 좋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오후 4,5시쯤 그 날 머물 마을에 도착하고 롯지에 방을 잡으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짐을 푸는 일이다. 짐을 풀 때는 침대 위에 침낭을 먼저 펴두는 것이 좋다. 공기가 부풀어 올라 열을 가지고 있을 공간을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선 샤워보다는 마른 옷으로 얼른 갈아 입는 게 좋다. 옷을 갈아 입고, 다닝룸에서 차를 한 잔 마시고 마을을 한 바퀴 구경한 후에는 이제부터 약 3시간 가량 다이닝 룸에서 지낼 시간을 준비하고 내려가면 된다. 다이닝룸은 식사를 하면서 쉬는 공간이다. 저녁을 먹으러 이 곳에 한번 내려가면, 자기 위해 방으로 돌아올 때까지 그 곳을 벗어나는 일이 거의 없다. 다이닝룸에서 주로 하는 일은 먹는 것 외에 따뜻한 난로 가에 앉아 하루를 마감하는 일기를 쓰거나 내일 걸어가야 할 길을 지도를 보면서 그려보는 것이다. 그리고 오늘 찍은 사진을 정리해보기도 하고, 책을 읽기도 한다. 또, 세계 각국의 여행자들과 어떤 네팔 트레킹 여행을 하고 있는 지 담소를 나누어 보기도 하고, 내일 함께 걸어갈 친구들을 만들기도 한다. 그리고 그들과 즐거운 내기 게임을 하기도 한다. 중요한 건, 이렇게 모여 있는 공간이 꽤 넓지도 않은 공간이라는 것이다. 창문을 닫고 우리가 옹기종기 모여 있는 이유는 차가운 바깥 공기를 서로의 온기로 채워가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 때문이다. 그렇게 함께 하는 시간 속에서 여행자들은 나이, 국적을 잊은 채 친구가 되기도 하고, 외로움과 추위를 자연스럽게 이겨내게 된다. 다이닝룸에서의 시간은 내일의 트레킹을 위해 모두 방에 들어가는 8시 쯤, 종료된다. 나에게 롯지는 네팔 트레킹의 추억이 담긴 앨범과도 같은 곳이다. 네팔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누구나 설산의 파노라마와 목적지의 타르쵸 앞에서 찍은 사진을 떠올리겠지만, 컴퓨터를 열어 사진을 볼 때 가장 날 흐뭇하게 만드는 사진은 롯지에서 추억을 쌓았던 모습들이다. 5월 비수기에 떠난 안나푸르나 어라운드의 마을엔 문을 닫은 롯지가 대부분이었다. 차메 마을의 젊은 여주인은 비를 맞고 들어온 여행자에게 따뜻한 차 한잔을 바로 내주고 간이 난로를 펴주었다. 아무도 없는 다이닝룸이 아닌 부엌 안에서 저녁이 되기까지 기다리며 주인의 예쁜 아이와 시간을 보내면서 젖은 옷을 말렸다. 나는 찍어놓은 아이와 여주인의 사진을 꼭 나중에 가져다 주겠다 약속을 했다. 4,000미터 야크카르카의 롯지 다이닝룸은 매우 추웠다. 창 밖엔 함박눈이 내리고, 야크카르카에 머무는 모든 여행자들이 추위에 떨었을 것 같은 날씨였다. 같은 롯지에 모인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서로의 체온으로 공기를 데워가며 노래를 부르면서 이 밤이 가길 기다리는 것이었다. 이탈리안 어머니 아버지 부대는 돌아가면서 칸쵸네를 부르기 시작했고, 가장 나이가 많았던 할아버지는 아시아인을 여기서 만난 것도 인연이라며 내게 노래를 불러주었다. 난로가 따뜻해질 때까지 우리는 이탈리아 노래, 네팔 노래를 함께 부르며 추위를 이겨냈다. 함께 그 시간을 보냈던 벨기에 커플의 남자 친구는 그 날부터 고산병에 힘들어 하기 시작했다. 하이캠프에서의 새벽녘, 나와 그 친구는 화장실 문 앞을 지켰다. 나의 몸도 고산증에 설사를 계속 해댔기 때문이다. 우리는 야밤에 화장실 문 앞에서 계속 바통 터치를 하는 경험을 했고, 결국엔 물티슈와 휴지를 그 친구에게 건네기까지 했다. 결국 그 친구는 토롱라를 말을 타고 넘었고, 우리는 야크카르카의 추억을 함께 이야기하며 좀솜 <안나푸르나를 사랑하게 만든 야> <따또파니에서 구급약통을 들고> <다이닝룸안에서 가모우백 시연을> <순간 온수기 설치 때문에 도움을> <물가가 비싸지만 사랑할 수 밖에> <가운데로 햇살이 쏟아지던 마낭> <비행기는 언제 뜨는 걸까? 루크> <남체 바자르의 롯지 간판과 설산> <우박이 떨어지는 토롱라의 하이> <비에 젖은 몸을 이끌고 찾아갔을> <고쿄에서 머무는 이에게 최고의> <보기만 해도 흐뭇해 지는 정겨운> <따뜻한 난로 앞에서 그날의 일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