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나의 에베레스트 베이스 캠프와 칼라파타르 산행기 (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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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최*호 |
작성일 | 2013.03.26 |
□ 제 7일 (딩보체 ⇄ 딩보체 리(5083); 4시간) • 1시경 잠이 갰다. 어제 8시에 잤으니까 5시간은 잔셈이다. 자기 전에 달리기할 때 쓰던 심박계를 차고 잤다. 깨어서 보니 자는 동안 최대 맥박수 분당 92회, 평균은 분당 57회, 평상시보다는 높지만 그런대로 괜찮다. 이런 고소에서도. 잠을 청해본다. 자다 깨다 개꿈만 꾼다. 실내의 온도가 빙점 가까이 되는지 침랑 밖으로 내민 손이 시리다. • 5시반에 자리를 털고 일어난다. 화장실에 살얼음이 얼어 미끌미끌 하다. 딸랑거리는 밖의 소리에 대문 빗장 풀고 나가본다. 칼바람이 몰아친다. 족히 영하 7∼8도는 되는 것 같다. 그런 추위에서도 짐 싣고 온 소들은 바람막이 없는 벌판에 누어 흰 콧김을 뱉으며 되새김하는 것을 보고 있자니 좀 안쓰럽다. • 오늘은 짐을 꾸리지 않아서 좋다. 배달되는 모닝티를 느긋하게 마신다. 식사 후에 딩보체리 산행을 위한 배낭을 챙긴다. 깊은 스키모자, 스키 장갑, 우모복, 아이젠, 스팻츠, 간식 등 완전 겨울산행 복장이다. • 8시 체조 후 산행을 시작한다. 일행 중 2명은 고소증으로 롯지에서 쉰단다. • 뒷산 언덕에 오르니 주변 경관이 황홀하다. 이제는 바로 눈앞에 타부체(Tabuche, 6495), 촐라체(Cholatse, 6335), 아라캄체(Arakam Tse, 6423), 로부체(Lobuche, 6135)의 설산 연봉의 연출이 장관이다. 밑으로는 비교적 평탄하고 넓은 평원이 보인다. 내일 이 길을 따라 로부제(Lobuche)로 올라갈 것이다. • 산 중턱 부터 정상까지는 바윗길이다. 이제 4500m를 넘으니 한걸음 오를 때 마다 긴 호흡시간이 필요하다. 천천히, 느리게, 선두 뒤따라 한 걸음씩. 중턱(4900m 쯤)에서 휴식, 후미는 한참 아래에 있다. 줄곧 가이드와 부산에서 오신 분이 앞장을 선다. 이 분은 소시적부터 수영, 테니스, 마라톤을 하셨다며, 체력이 단련되어 그런지 아직도 전혀 고된 기색이 없다. 그 체력이 부럽다. • 마지막 숨이 턱에 닿을 때쯤에 목표지점에 오른다. 가이드가 저쪽 동편을 가리키며 아마다블람 뒤편, 눈 휘날리고 있는 검은 설산이 마칼루(Makalu, 8463)란다. “검은 귀신”이란 네팔명인 이산은 4위 로체 다음으로 높은 산으로 1955년 불란서 사람들이 처음 올랐 다는 기록이다. 좌우간 이 “검은 귀신”까지 볼 귀한 행운(?)을 얻다니 날씨가 고맙다. • 한참 주변경관을 넋 놓고 보자니 후발대가 도착한다. 어제 당부대로 일부는 이미 산을 내려가고 있다면서.. 우리도 왔던 길로 하산. <딩보체리(Dingboche Ri, 5083m)에서 바라본 마칼루. 왼쪽 2번째의 검은봉이다.> • 12시 반경에 롯지에 도착하니, 구수한 라면 냄새. 라면을 두 그릇을 간단히 비우니 졸음이 밀려온다. 4시까지 단 낮잠을 잔다. • 5시 차 마시고 저녁식사를 마치자, 일행 중 대여섯 분이 본격적으로 고소증을 호소. 식사를 하면 바로 구토가 나 식사를 거의 못하고, 얼굴 붓고, 머리 아프다고. • 인솔자분이 어제와 같이 다아아목스를 나누어 주고, 속이 불편한 분들께 손끝 까지 따준다. 대구에서 오신 약사분의 비상약도 함께 처방이 된다. • 룸메이트 최 선생과 나는 아직은 심한 증상이 없어, 최 선생이 딩보체리 등산 기념으로 네팔 고량주 한 잔씩만 하자고 제안한다. 한잔 하면 몸이 따뜻해진단다. 가지고간 오징어포를 안주 삼아 한잔씩 하고 잠자리에 든다. 그런데 고소에서 술 마셔도 되나? <<딩보체리를 오르며 내려다본 평> <<딩보체리 정상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