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6월에 다시 찾은 차마고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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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이*혜 |
작성일 | 2009.06.29 |
6월에 다시 차마고도를 찾았습니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티벳도 점점 이상고온의 영향을 받는 탓인지 우리가 우려했던 만큼 저녁에 춥진 않았습니다. 물론 해발 3500미터가 넘어가는 곳에서 잠을 자야 할때는 전기장판의 힘을 빌려야만 했지만요. 처음에 중전에 내려서 하늘이 흐려서 늘 푸르르던 티벳하늘이 그리웠는데 점점 더친을 향해 가다보니 하늘이 개기 시작했습니다. 역시 우리들의 운은 다하지 않았던가 봅니다. 차마고도길을 따라 점점 고도를 높혀 갈수록 울창한 침엽수들은 점점 낮은 나무들로 바뀌고 또 점점 건조해지더니 마치 파키스탄의 카라코람 하이웨이와 같은 웅장한 협곡길도 마주합니다. 새로놓인 차마고도와 강을 끼고 건너편의 오래된 차마고도길.. 우리는 중간에 차를 멈춰서 다리를 건너보았습니다. 오래된 차마고도길은 여전히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는터라 길가에 야크똥도 보이고 누군가 불을 지폈던 흔적들도 남아 있었습니다. 우리 처럼 바쁘게 티벳을 돌아봐야 하는 사람들만이 지프를 타고 새로운 차마고도길로 달릴뿐 티벳인들은 여전히 오래되고 낡고 힘든 길을 마다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현재와 미래가 공존하는 곳이 바로 이 티벳 차마고도길입니다. 소금밭 옌징에서는 겨울에 갔을때와는 달리 열심히 아낙네들이 소금을 거둬들이고 있었습니다. 예전에는 모든 일들이 여자들의 몫이였다고 하지만 요즘은 그래도 남자들도 같이 도와주고 있더군요. 저도 소금밭을 거닐다가 소금밭 나무 기둥 아래에 길게 매달린 소금 고드름을 하나 따서 입에 넣어보았습니다. 바다 소금보단 진하진 않지만 역시 소금맛이 분명했습니다. 날씨가 좋으니 아낙들은 집에 있는 옷들을 죄다 들고 나와서 빨래를 하고 아이들은 낯선 우리들이 반가웠던지 여러명이 모여서 졸졸 저를 따라 옵니다. 이런 아이들에게 뭔가를 주고 싶은 마음에 가방을 뒤져보니 딸기향 나는 립글로스가 보여서 한 여자 아이에게 발라주었더니 딸기향이 진짜 딸기인줄알고 혀로 핥아서 먹어버리더라구요. 그러더니 남자아이들도 내 앞에 한줄로 줄을 서기 시작했습니다. 하나둘 발라주다가 처음에 발라주었던 여자 아이에게 립글로스를 선물로 주고 다시 저는 발길을 옮겨야 했습니다. 라싸까지 가는 길에는 겨울보단 많진 않았지만 뜨거운 아스팔트 위에서 오체투지를 하는 순례객들을 만날 수도 있었고 잠깐 쉬면서 그들과 이야기도 나눌 수 있었습니다. 사천성에서 온 티벳인들은 4개월에 걸쳐 순례중이라고 했고 라싸까지 또 3개월을 가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들이 왜 오체투지를 하는지 물었더니 다음생에 스님으로 환생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아무튼 그들이 꼭 원하는데로 다음생에 좋은 일들이 있기를 기원해봅니다. 지그재그 대협곡길도 지나고 5000미터가 넘는 고개도 지나고 거의 라싸에 다다를 무렵에 우린 한 마을에서 사람들이 길게 두줄로 서서 누군가를 맞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차를 멈춰 세우고 뭔가 마을 축제가 있는가 싶어 갸우뚱하며 천천히 그들 곁으로 다가 갔는데 어린아이들은 목이 터져라고 "환잉 환잉(환영합니다)"을 외치고 있고 아낙들과 동네 남자들은 꽃다발과 카다를 중국 정부 관리들에게 건네고 있었습니다. 대충 보니 우리나라 새마을 운동때처럼 시골에 중국 관리가 내려오면 환영해주는 그런 행사 같았습니다. 우리 중에 몇몇 분들은 얼떨결에 중국 관리로 오해를 받아 하얀색 카다를 목에 받기도 하였습니다. 나라 잃은 슬픔의 티벳인들의 마음도 몰라주고 중국 관리들은 자신들이 티벳을 더 잘먹고 잘살게 해주었다고 생각하며 티벳인들이 열열히 자신들을 환영하고 있다고 믿고 있겠지요. 아무튼 그렇게 무사히 저희들은 라싸에 도착했습니다. 몇달째 라싸에는 비가 거의 안와서 야루장푸강은 점점 말라가고 있다고 했습니다. 곧 우기가 다가오면 또 채워지겠죠.. 라싸는 늘 보기에는 참 평온해보였습니다. 바코르 시장에도 여전히 흥정하는 상인들과 관광객들이 많이 보였구요. 포탈라궁도 역시나 웅장하게 그 위용을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중국인들에게 아주 돈 잘 벌어주는 고마운 존재지요. 티벳에 가면 늘 고향에 온 것 같아 편안하면서도 가슴한켠은 아려옵니다. 열심히 운전해준 티벳 기사들에게 고맙고 우리 가이드에게도 참 고맙습니다. 그리고 함께한 13명의 선생님들에게도 무사히 여행 마쳐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에 인연이 되어 다시 여행할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보헤미안 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