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 여행

태국 치앙콩의 국경 이미그레이션에서 출국 스탬프를 여권에 받은 후 20바트로 강을 넘을 수 있는 보트를 탔습니다. (짐 1개당 10 바트 추가) 보트를 타고 3분정도 강을 건너면 바로 라오스의 훼이사이 국경 이미그레이션이 있었습니다. 국경이 8시에 문을 열기 때문에 저는 한시간 정도 늦게 출발해서 이미 온 외국인들로 줄이 길게 서 있었습니다.

국경에서 대부분 비자를 발급 받느라고 시간이 많이 소요가 되었는데 한국인은 1달 동안 체류할 수 있는 여행비자를 30달러를 지불하면 바로 발급 받을 수 있었습니다. 나라별로 비자 요금이 조금씩 다르게 책정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비자와 입국스탬프를 받은 후에 저는 버스터미널로 향했습니다.

몇몇 외국인들은 보트를 타고 바로 루앙프라방이나 비엔티안으로 가기도 했지만 저는 라오스의 북부부터 천천히 둘러 본후 중부쪽으로 내려가고 싶었기에 먼저 루앙남타로 가는 버스 티켓을 끊었습니다. 루앙남타로 가는 길은 슬픔과 기쁨이 조금은 교차하는 기분이였습니다.

라오스에 처음 도착해서 설레이는 마음속에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푸르른 정글과 작은 원시부족이 사는 마을들을 지나칠때면 앞으로 저의 라오스 여행이 무척이나 기대가 되어 기쁘기도 했지만 길을 내느라 또는 산림들을 무분별하게 벌채해 놓은 흔적들이 여기 저기 눈에 띄어 슬프기도 했습니다. 나중에 라오스 여행하다가 중국 국경에서 만난 중국 아저씨 말을 들어보면 중국 회사들이 라오스에 많이 진출해 있는데 그 중에 목재 관련 회사들도 많이 있다고 했습니다.

마침 그 아저씨가 라오스에서 1년 동안 목재 관련회사에서 일을 하고 계셔서 알게 되었습니다. 아저씨한테는 티는 내지 않았지만 중국 회사에서 아무래도 무분별하게 산림들을 벌채하지 않았나 생각이 되더라구요. 참.. 그러고 보면 중국애들 참 영리합니다. 자기네 산들의 나무들은 보호하고 가난한 라오스에 와서 산림들을 다 잘라다가 싸게 들여가니 말입니다.

로컬버스라 여기 저기 사람들을 내려주고 태워주면서 지나다 보니 4시간이 넘게 걸려 루앙남타에 도착했습니다. 루앙남타 버스터미널은 시내랑 멀리 떨어져서 툭툭을 타고 이동해야하는데 사람이 많을 수록 가격을 분담할수 있어 저렴합니다. 다행히도 독일애 2명, 태국애들 4명 그리고 저까지 해서 그나마 싸게 시내까지 툭툭을 타고 갈 수 있었습니다.

또 다행인게 라오스랑 태국어는 비슷해서 태국 친구들이 통역도 해주었습니다. 저는 라오스에 도착한 첫날이라 물가관념이 좀 떨어지는 편이였는데 그 친구들이 알아서 깍아주니 그냥 타기만 하면 되었습니다. ㅋㅋ 루앙남타 자체는 그리 크지 않았습니다. 주변에 작은 라오족들이 사는 마을들이 있어서 그들의 삶을 둘러보는데 자전거를 타고 하루면 충분했습니다. 라오족들은 대부분 집들이 2층 구조로 되어 있고 1층은 그냥 띄워둔채로 가축을 기르거나 장작들을 쌓아 놓기도 했습니다.

2층에서는 사람들이 주로 거주를 하고 지붕은 우리나라 초가 지붕처럼 짚으로 덮었거나 나무로 만든 곳들도 있었습니다. 마을을 구경하다보니 작은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붙어 있었는데 쉬는 시간인지 다들 운동장에 나와서 공을 갖고 놀기도 하고 여자애들은 고무줄을 하고 있었다. 마치 꼭 우리나라 50년대 6.25 전쟁전의 조용하고 평화로운 그 분위기라고 할까.. 물론 전 그 시대를 겪어보진 않았지만 그냥 상상을 해보았습니다.

루앙남타 뒷산에는 스투파도 있었는데 아직 완성은 안했는지 금칠만 되어 있고 아래 기단부분은 아직 색칠이 덜 되어 있었습니다. 사실 전 황금빛 스투파가 별로 마음에 안듭니다. 차라리 티벳의 하얀색 스투파가 훨씬 순수하고 종교적인 느낌이 드는것 같습니다. 황금빛 스투파는 화려하긴 하지만 마치 화장을 짙게 한 인위적인 미인 같은 느낌이랄까.. 금칠을 한데는 부처님에게 최대한 잘보이려고 뭔가 또다른 이유가 있을런진 모르겠지만 전 수수한 자연미인 티벳 스투파가 그리워집니다.

루앙남타에서 북쪽으로 미얀마 국경과 가까운 곳으로 이동하다보면 무앙씽이라는 마을이 있습니다. 이 곳에서는 아카부족을 만났는데 사실 이 아카부족 마을까지 가기까지 오토바이 청년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아마 포기했었을테지만 청년이 마을까지 데려다 주고 또 돌아올때까지도 기다려줘서 다행이였습니다. 게스트하우스 언니 말로는 그냥 조금 걸어가면 나온다던 아카 부족마을이 한참을 걸어도 보이지 않아서 오토바이를 타고 지나가는 동네 청년에게 물어봤는데 멀다는 것이였습니다.

그래서 혹시 그쪽 마을 사냐고 물었는데 내 말을 잘 못알아들었는지 내가 불쌍해보였는지 모르겠지만 아카부족마을까지 태워다 주었습니다. 얼굴이 까만 안재욱을 닮은 청년의 오토바이를 타고 허리를 꽉 붙잡은 다음에 아카마을에 도착을 했습니다. 사실 절대 좋아서 그렇게 붙잡은게 아니라 길이 하두 울퉁불퉁하다보니 살아야겠기에 꽉 붙잡게 되었습니다. 절대 오해없길 바랍니다.

아무튼 아카마을은 그넘의 투어리스트들이 그나마 적게 방문을 했었는지 저를 보자마자 사람들이 뚫어지게 관찰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애써 태연한척 물 한잔만 달라고 부탁을 했죠. 물론 말이 안통하니 바디랭귀지로..그러더니 아주머니가 때가 좀 탄 듯한 유리컵에 물을 담아 주었습니다. 솔직히 마시고 싶은 마음이 없었지만 그래도 친한척을 해보이고 싶었기에 그냥 눈 감고 딱 들이켰죠. 사실 제 장은 이미 온 나라 음식들을 다 소화시켜온터라 대장균들로 가득차 있을테니 별로 걱정은 안되었습니다.

새해부터 지저분한 이야기를 해서 죄송합니다.. 그리고 나서 아이들에게 다가갔죠. 사실 아줌마들한테 친한척하는 것보다 애들한테 점수를 따는게 훨씬 쉽고 또 재밌거든요. 처음에 사진기를 아이들에게 들이대면 무지 무서워하면서 피하더니 디카에 찍힌 자신들의 얼굴을 보여주니 신기해서 깔깔 웃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나중엔 동네 애들이 다 제 주위에 모여서 서로 찍겠다고 하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찍힌후에 자신의 모습을 보고 싶어서 말이죠. 아이들과 한참을 사진기를 가지고 장난을 치고 있는데 저쪽에 아줌마께서 가슴도 가리지 않은채 야채같은걸 다듬어 말리려고 하는게 보였습니다. 솔직히 축 늘어진 가슴이 섹시해보이진 않았습니다만 그 TV로만 보던 부족이 이 아카부족인갑다.. 하는 생각을 하니 아줌마 몰래 줌을 당겨서 몰카를 찍었습니다.

하지만 아줌마께서도 눈치를 채셨는지 부끄러워하시면서 돌아서버리시더라구요.. 야속하게.. 뭐 프라이버시니까 저도 지켜주기로 했습니다. 마을은 20채 정도 2층구조로 된 집들이 있고 라오족들처럼 2층에 사람이 거주하고 1층에 가축이나 장작들을 쌓아놓았습니다. 마을을 천천히 둘러보다가 우연히 안재욱닮은 오토바이 청년이 아직 가지 않은걸 발견하고 안갔어? 하고 알아듣든지 말든지 말을 했더니 언제갈꺼냐는 투로 저에게 라오스말로 뭐라고 하는것이였습니다. 그래서 나는 너무 감동한 나머지 다시 오토바이 청년의 도움으로 쉽게 돌아올 수 있었죠.

사실 그 청년이 태워다 주긴했는데 어떻게 돌아가나 속으로 걱정을 했거든요. 다시 무앙씽 마을로 돌아와서는 바로 루앙남타로 가는 버스를 탔습니다. 저는 사실 중국-라오스 국경 마을인 보텐이란 곳이 궁금해서 가보려고 했는데 무앙씽에서 바로 가는 버스가 없고 무조건 루앙남타로 갔다가 차를 갈아타야 했습니다. 제가 버스 기사아저씨에게 오후에 보텐도 갈꺼니까 알아서 데려다주세요 했더니 알았다고 그나마 열심히 속력을 내서 몰아주었습니다.

4시에 보텐으로가는 막차가 있는데 사실 간당간당 한 시간이였거든요. 그런데 운이 있었던건지 보텐가는 버스에 손님이 저까지 4명밖에 없어서 운전기사가 사람이 조금이라도 더 차기를 기다리고 있더라구요. 물론 그 운전기사 아저씨한텐 미안했지만 결국 더이상 사람이 차지 않아 4명만 태운채 출발을 했습니다. 그런데 그나마 3명이 보텐가기 전 중간마을에서 다 내리고 나니 거의 저 혼자 미니버스를 전세내서 타고 가는 겪이 되었습니다.

이러단 아저씨 기름값도 안나올게 뻔해서 조금 속으로 찔리고 있었는데 아저씨도 기름값 걱정을 내내 하고 계셨던지 지나가던 다른 미니버스 아저씨랑 쏙딱쏙딱 하더니 저에게 그 차로 옮겨 타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그나마 저도 덜 미안하게 되었죠. 보텐에 도착하니 정말 썰렁하기 그지 없더군요. 큰 중국식 호텔하나 달랑있고 주변에는 중국 운남성에서 내려온 사람들이 대부분 운영하는 중국식 상가들과 식당가들이 있었습니다.

숙소를 어떻게 구하나 걱정하고 있었는데 호텔에 자긴 부담이 되었기 때문이죠. 하루밤에 싱글이 180위엔(대략 23000원정도)이라고 하더라구요. 물론 우리나라 물가에 비교한다면 쌀지도 모르지만 배낭객 입장에선 어림도 없는 가격이죠. 그래서 중국아저씨들한테 물어봤더니 길가에 비디오가게에서 2층에 작은 여관도 하니까 그리로 가보라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겨우 4달러짜리 방을 잡았습니다.

물론 비디오가게 아저씨도 중국아저씨였는데 나중에 친해져서 비디오는 무료로 보게 해주셨죠. 밤새 오랜만에 엽기적인 그녀와 무극을 봤는데 한국어로 들을 수 있으니 참 좋더군요. 태국에선 애들이 이상한 목소리로 더빙을 해놔서 통 알아들을수가 없었는데 ㅋㅋ 아침이 되서는 오랜만에 중국식으로 만두와 죽을 시켜먹고 즐거웠습니다. 사실 라오스에서는 맨날 쌀국수와 스티키 라이스만 팔다보니 조금 질리기도 했습니다. 태국은 그나마 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