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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중국(서남부)-티벳-네팔 여행기 #7 6월10일
작성자 권*혁
작성일 2009.05.15


따리(大理) 이야기

오늘은 여러가지로 안 좋군요.
우선, 축구에서 시종일관 우위를 접해 놓고선도 비겼습니다.
지금 옆에서 폴란드와 포르투갈 전이 하고 있는데,
전반전 하는동안 흘끔흘끔 보면서, 여행기를 써야겠습니다.
비기는게 가장 좋겠죠?
다 쓰고 후반전은 밥 먹으면서 봐야징...

또 한가지 안 좋은 점은, 중국 아줌마 하나가 나를 우습게 알아서,
꼭 보고 싶었던 것을 못 봤기 때문입니다.
그럼 따리 얘기를 하도록 하죠.

지금 따리는 이틀째입니다. 내일 밤 10시 기차이기 때문에,
거의 3일 정도 있게 되는거죠. 그런데 그렇게 볼 꺼리가 많지는
않습니다. 그냥 도시 자체를 구경하고, 그 외에 두,세군데 더
가면 땡입니다. 그래서, 내일은... 12시 이전에 체크아웃하고,
짐은 여관에 맡겨 놓고, 기차시간 전까지 그냥 여기저기 돌아다
니며 시간이나 떼울 생각입니다.

리쟝에 있던 마지막 밤에, 친하게 지내던 까페 주인이랑
헤어지기가 못내 아쉬어서 거기 또 놀러갔다가,
또 영어를 가르쳐 줬습니다... -_-;
그 사람은, 항상 제게 영어를 가르쳐 달라고 그러고, 발음을
물어봅니다. 왜냐하면... 주변에 영어를 할 줄 아는 중국 사람이
전혀 없고, 그렇다고 서양 사람에게 물어보려면, 말이 전혀 안
통하기 때문에 저에게 영어를 물어봤습니다. 제가 중국어를
하는건 아니지만 (1달 배워놓고선... -_-; ) 필답으로라도 의사
소통이 약간은 되기 때문에, 단어의 뜻을 한자로 써줄 수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 사람도 제가 편한가 봅니다.

그러다가... 마침내 영어를 할 줄 아는 중국 사람이 손님으로
왔습니다. 상해 사람들이라는데 제 나이 또래더군요. 그래서
간만에 대화를 재미있게 했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은,
쿤밍-따리-리쟝 중에 따리가 젤로 좋다고 하더군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리쟝을 최고로 치는데 왜 따리를 좋아하냐
했더니만, 자신들은 상해에 있기 때문에, 쑤저우나 항저우를
자주 갈 수 있답니다. 리쟝이 물론 이쁘기는 하지만, 그 이쁨은,
쑤저우와 비슷한 류라서 자기는 좀 색다른 따리가 더 좋다고
하더군요.

그런 얘기를 듣고 따리로 왔습니다. 오는것 부터 신기하게 왔습니다.
제가 따리라고 부르는 곳은 사실은 따리구청(大理古城)입니다. 즉,
따리시라고 있는데,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어 집니다. 하관이라는
곳과 따리구청인데, 사실상 하관이 큰 제대로 된 도시고, 따리구청
은, 그야말로 따리의 옛날 성입니다. 그래서 실제로 대부분의
대중교통수단은 따리시, 즉 신시가지로 가버립니다.
거기에서 따리구청 오려면 또 40분 걸린답니다.
그래서, 리쟝에서 오는 길에 따리 구청 근처를 지나는데,
고속도로에서 내려버렸습니다. 황량한 고속도로에서 지나가는 마차를
잡아서 한 15분 타고 오면 따리구청으로 들어올 수 있습니다.

따리는, 정말 분위기가 다릅니다.
솔직히, 리쟝이 더 이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 상해 청년들
말대로, 따리는... 그냥 일반적인 중국 문화와는 약간 다릅니다.
그 이유는... 역사적으로 보면 알 수 있습니다.

8세기초 바이족(白族)을 통일하고 당나라의 세력을 물리치고,
대리국이 바로 이곳 따리에 세워졌답니다. 그리고 그 100년 후인
9세기에는 이 지역은 버마(현재의 미얀마)의 지배 아래 놓여졌답
니다. 13세기 중엽 쿠빌라이칸이 이곳을 정복할때까지, 약 500년
간을 이 곳 따리는, 중국의 세력권 밖인 도시였습니다.
비록 700년 전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500년을 따로
살았으면, 참 분위기가 많이 다른 것을 알 수 있겠죠?

또한, 바로 대리석의 고향이 바로 따리랍니다. 따리에서 나는
돌이 대리석이죠. 그래서, 이곳의 모습은, 건물부터 틀립니다.
아무리 대리석의 고향이라고 해도, 대리석은 원체 비싼 돌이니,
집 전체가 대리석일리는 없고, 기둥부분이 대리석입니다.
그리고 그 사이에 벽 부분은 벽돌로 쌓은 다음에 하얀색을
칠합니다. 그리고, 간단한 장식이나 그림을 그려 넣더군요.
그래서 도시가 온통, 분위기가 좀 회색+하얀색 의 분위기입니다.
물론, 그 후 다시 중국의 지배하에 들어온지 700년이 되었으니,
전체적으로 중국 문화임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중국 문화 내에서도 약간은 이단아 같은 그런 분위기가 풍깁니다.

그래서... 정말 따리의 분위기는 다른 도시랑은 좀 다릅니다.
가볼만 합니다. 그리고, 뭔가 좀 색다른 느낌이 납니다.
옛날에 잠시나마 번성했던 망해버린 대리국의 느낌이랄까?
괜히 약간 슬픈 느낌도 들고 그럽니다.
이제는 건물만 남아있고, 그 민족만 남아있고,
중국에 점령된지 오래이니, 옛날 그들만의 역사나 그런 것들은
다 없어졌겠죠?
우리도 삼국시대때 망해버린 백제나 고구려는 그 역사나 그런것이
신라에 비해 훨씬 현재에 안 남아있지만, 그래도 같은 민족이지만,
이곳의 바이족은... 아마 그들의 역사는 이제는 없을 겁니다.
좀 쓸쓸한 느낌... 그게 이곳 따리의 하얗고 회색 건물들과
옛 따리 고성을 보면서 느끼게 되는 제 느낌입니다.

그럼 도시 그 자체 말고 특별히 볼만한 것은,
우선 따리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삼탑입니다.
9세기 중엽에 세워진 탑이랍니다.
중국을 가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상해나 광쩌우, 그런 아주 큰
대도시 말고는, 그리 높은 건물이 없습니다. 끽해야, 3층 정도
입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처럼 언덕이 있는게 아니고,
도시 지역은 기본적으로 아주 평평합니다.
(산지에 있는 도시들도 신기하게도 그럽니다. -_-;
도시 만들때 땅부터 평평하게 만드는지..)
그래서, 약간만 높은 곳에 올라가도 전부 다 보입니다.
대표적인게, 쑤저우의 북사탑이 10층 정도 밖에 안되는데도,
거기 올라가면 쑤저우가 훤히 다 보입니다.

여기, 삼탑도 마찬가지로, 도시 전체에서 특유의
아이보리색 탑이 멀리에서부터 보입니다. (리쟝에서 오는 버스를
타고 가다가 딱 탑이 보이니깐 따리구청을 지나가는지 알겠더군요.)
연대로 보면, 불국사의 석가탑, 다보탑이랑 비슷한 연대인데,
걔네들처럼 작지 않고, (솔직히 수학여행때 정말 실망했습니다.)
좀 큽니다. 하나가 크고 둘이 작은데 큰게 70미터 작은 두놈이,
45미터입니다. 멀리에서 보면 운치 있습니다...
그런데... 가까이서 보면 실망한답니다.
삼탑공원이라고 걔네들이 있는 공원이 있는데 입장료가 무려,
우리돈 8000원이나 합니다.
저는 어차피 뭐 탑을 가까이에서 만져볼 것도 아니고 해서
그 삼탑공원이라는데 뒤쪽으로 마구마구 돌아갔습니다. 그랬더니만,
아니 갑자기 어디 문 열린 틈이 있지 않겠습니까?
슬며시 눈치를 보고 들어갔습니다.
그래서... 다 봤습니다... ^^
제가 생각해도 황당합니다.
그러나, 역시 정말 가까이서 그 탑들 보면 실망합니다.
그냥, 옛날 탑입니다.

그 다음에 가볼 곳이 얼하이라고 이 따리가 끼고 있는 호수하고...
창샨이라고 따리 뒤에 있는 산입니다.
창샨에 올라가서 따리와 얼하이를 보면 참 운치있고
멋있습니다. 창산에는 걸어올라갈 수도 있고, 리프트도 있고
(스키장 처럼 말이죠... ^^), 말을 타고 갈 수도 있는데,
저는 또 말을 타고 갔습니다.
이제 벌써 말 많이 탔으니, 이제 안 타렵니다. ^^
뭐 이렇게 얘기하니 얼하이와 창샨이 그냥 동네 호수, 동네 산인
것 같지만, 사실 얼하이는 중국에서 7번째로 큰 호수이고,
(오늘 배 타봤는데 수평선 보입니다.)
챵샨은, 해발 4122미터의 산입니다.

큰 호수를 앞에 두고, 큰 산을 뒤에 둔 망해버린 옛 왕국의
고도... 참 운치있지 않습니까?
따리는 정말 여행자들이 2,3일 쉬다 가기에 정말 좋습니다.
여기 와 보면 쉰다는 느낌이 듭니다.

마지막으로 하나, 이곳 따리에 또 볼만한 것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소수민족의 시장입니다.
따리에서 얼하이를 따라 마구 올라가면, (30킬로 정도)
샤핑이라고 파란색 나염 천으로 유명한 동네가 있습니다.
그리고 따리에서 얼하이 건너편에는 와쓰라고 어떤 마을이 있고,
따리에서 남쪽으로 2시간 정도 가면 이족 마을이 있습니다.
이곳들이 각각 샤핑은 매주 월요일, 와쓰는 매 5,10,15,20,25,30일,
이족 마을은 매 10,20,30일에 장이 열립니다.
이거 참 볼만하답니다.
그러다 보니 오늘(6월 10일 월요일) 모든 장이 겹쳐버렸습니다.
저는... 와쓰를 가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한 중국 아줌마가,
와쓰에 가게 해 주겠다고 20위앤(3000원)으로 배로 왕복해
주겠다고 꼬셔서 따라갔다가, 엉뚱한데만 갔다 왔습니다.
(엉뚱한데라고 해도 뭐 나쁜데는 아니고, 얼하이 주변 명지
들입니다.) 왜 그렇게 되었냐고 하면, 나를 배에 태워 놓고
보니깐, 갑자기 어떤 광동 사람들이 5명이 왔는데, 그 사람들이
와쓰 말고, 다른 얼하이 주변의 절들 기타 등등을 가고 싶다는
겁니다. 그래서 그 사람들 위주로 와쓰는 안 가고, 절들만
돌다 왔습니다. 저는 무지 화가 났습니다. 그래서 돈 안주겠다고
막 따지고 했습니다. (중국말도 못하면서... ^^ 그 아줌마는
영어 못함....) 그래서 막 싸우다가, 10위앤 줘버리고 왔습니다.

알고봤더니 그 광동 사람들은 한 사람에 50위앤씩이나 주고
그 배를 탔더군요. 250위앤짜리 사람들이 당근 20위앤 받기로
한 저보다 중요하겠죠. 차라리 그럼 처음부터 나보고 다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