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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영혼이 머무는 산 - 코타키나발루에 오르다.
작성자 윤*숙
작성일 2017.12.28


동남아 최고봉인 키나발루 산에 오르다.

키나발루는 이곳 토착민의 언어로 '영혼의 안식처'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사람이 생을 마감하면 그 영혼이 키나발루 산 꼭대기로 올라가 또 다른 삶을 영위한다고 믿고 있는 코타키나발루 사람들-그만큼 키나발루는 이들에게 신비롭고 신성한 산이다.

2000년에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되었는며 키나발루산의 생태계는 산을 찾는 트레커들에게 다른 어디서도 만날 수 없는 소중하고 특별한 경험을 선물한다.

 

우리는 산행코스를 팀폰 게이트-라반라타 산장-로우피크 정상으로 잡고, 정산 가던길 그대로 하산하였다.

지금은 우기로 산행 첫날은 계속 비를 맞으면서 산행을 하다보니 겉옷은 비로 젖고, 속옷은 땀으로 젖어 물이 뚝뚝 떨어지며, 약간의 추위가 엄습해 온다.

 

산행 첫날(12.21)은 아침부터 산행을 시작하여 오후 3시경에 라반라타 산장에 도착하여 젖은 옷을 갈아 입고, 저녁을 먹으려 하였지만 고소증세로 밥이 먹히지 않아 집에서 가져온 미숫가루를 물에 터 허기만 간신히 면했다.

이른 저녁부터 산장에 불이 꺼지면서 취침에 들어갔지만, 잠은 오지 않고 정적 속에 비 소리만 들려온다.

현지 가이드는 이 비가 그쳐야 내일 산행을 할 수 있다고 했다.

내일 비가 오지 않게 해달라고 키라발루 산의 영혼에게 빌며 잠을 청하다.

밤을 설치다가 1~2시간 잠이 들었다 깨어보니 빗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비가 오지않아 이틀째인 12월 22일 새벽 1시 반에 일어나 옷을 따듯하게 입고, 식당 가서 고소증세로 먹히지 않는 죽을 억지로라도 조금 먹은 후 정상 일출을 보기 위해 새벽 2시반에 헤드랜턴으로 길을 밝히면서 새벽 산행을 시작하다.

 

하늘 중앙에 오리온자리를 중심으로 무수한 별들이 금강석처럼 빛난다.

밤공기는 신선하고 맑지만 산소가 적어 가쁜 숨을 몰아쉬며 가다 쉬다를 반복하며 정상을 향해 발길을 옮긴다. 산의 고도가 높아질수록 찾아오는 고소증세로 베낭이 어깨를 짓누르며 정상으로 가는 발걸음을 힘겹게 한다.

이런게 힘들 산행을 왜 사서 하는가? 하다가도 정상에 오르면 힘들었던 시간들을 바람처럼 사라지고

위대한 자연에 대한 경외감과 함께 호연지기를 느끼며 산을 닮기 위해 노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