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인도 '카스트'에 부는 바람 |
---|---|
작성자 | 정*경 |
작성일 | 2015.01.08 |
인도 '카스트'에 부는 바람 현재 법적으로는 폐지되었다고 하지만, 인도 사회에 여전히 존재하는 신분제도인 '카스트'. 인도인들은 카스트라는 제도 아래 그들 스스로를 4개의 신분, 아니 5개의 신분으로 분류하였다. 계급, 혈통, 인종 등의 요소를 기준으로 브라만(사제), 크샤트리아(귀족, 무사), 바이샤(상인, 농민), 수드라(소작농, 노예)로 나누었는데 하리잔이라 불리는 불가촉천민은 그 어디에도 속하지 못할 정도 최하위에 위치한다. 사회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시작된 제도였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존귀함과 비천함의 척도로 자리잡으며 인도 사회 전반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동일 계급간의 혼인만 가능하다거나, 일정한 신분 이상만 대학이나 공무원 시험을 치를 수 있다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특히 자신보다 낮은 카스트에 속한 사람의 곁에만 가도 더렵혀진다고 여기며, 낮은 카스트에 속한 사람을 부정(不淨)하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시장 통의 사람들은 바이샤 계급의 상인 출신들로, 과거 농업국가 시절에는 그 신분이 매우 불명확하였으나 산업국가로 점차 진행되며 그 어느 계층보다 확실하게 사회적 권리를 획득하고 있다. 마치 우리나라 조선시대 후기처럼 최상층의 브라만 계급도 돈이 없으면 몰락한 양반으로 취급받으며 하리잔의 심부름을 하고, 남부럽지 않은 재력을 가지고 있다면 바이샤도 브라만에 버금가는 사회적 신분을 유지하며 많은 이들의 존경을 받는다. 종교에서 경제 중심의 문화로 변화하면서 브라만의 몰락이 진행되고 바이샤의 권위가 상승한 것이다. 인도의 카스트가 고정적이라는 생각을 하지만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는 예를 보여준다. 전통적인 카스트의 규범에 의하면 상위계급은 하위계급이 만든 음식을 먹을 수 없다. 하위계급과 음식을 같이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신분의 순결성이 손상되고 업이 쌓인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거대한 도시 문화에서는 식당에서 만든 음식이 어느 계급이 만든 것인지 일일이 확인할 수 없는데다 손님을 구분해서 받지도 않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전통 규범의 손상이 일어난다. 때때로 시장 통에서 어린 청년이 자신보다 나이가 훨씬 많아 보이는 노인에게 언성을 높이거나 폭력을 가하는 장면을 볼 수 있는데, 그 장면을 너무도 태연하게 쳐다보는 인도 사람들의 모습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대개 이 경우는 상위계급이 하위계급을 대하는 것으로, 실제로 뭄바이나 바라나시 같은 대도시에서는 교통체증 등의 사소한 요인으로 나이 어린 사람이 아버지뻘 되는 상대방을 심하게 몰아붙이는 모습을 종종 목격한다. 생활 속에서 발견하는 계급 차별의 또 다른 예로, 인도 델리시 로디가의 빈민촌 사람들을 빼놓을 수 없다. 그들은 서류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투표자 명부, 배급카드, 수도세 징수 명단 등 그 어디에서도 그들의 이름은 없다. 인도 카스트의 최하층계급인 불가촉천민에 속하기 때문이다. 진흙, 골판지, 비닐봉지 등으로 만들어진 오두막에서 아이들은 진흙탕에서 돼지와 뒹굴거나 구걸을 한다. 물론 학교에는 다니지 않는다. 부녀자들은 하수도에 흐르는 물로 빨래를 하며, 넝마주이들은 단 몇 루피를 벌기 위해 쓰레기를 뒤지고 사람의 분뇨를 나른다. 민주주의 정치체제, 풍부한 자원, 고급 기술 인력, 경제 개방 등의 이유로 많은 경제전문가들이 인도가 IT 업계의 신흥 강자가 될 것이라 전망하는데 이는 겉모습에 불과하지 않을까? 세계 최대의 민주주의 국가에서 신분과 계급이라는 이름으로 차별이 정당화되는 모습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 풍경이다. 힌두교 사원에도 출입할 수 없고, 변두리 지역에서는 상위계급으로부터 당하는 희롱, 강간, 폭력 등이 여전히 일반적이다. 인도의 헌법은 오래 전부터 이들에 대한 차별을 금지해왔고, 심지어 최하층계급 출신의 국회의원들과 대통령이 선출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브라만과 크샤트리아 같은 상층 계급이 권력 독점과 함께 경제와 언론을 주무르고 있다. 엄청난 차별로 수세기 동안 고통 받아 온 사람들은 이제 반격에 나설 준비를 마쳤다. 미국 흑인과 남아프리카 공화국 사람들이 벌인 해방운동에 자극받아,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 투표권 행사는 물론 시민불복종운동까지 시작하였다. 상위계급과의 대립 구도가 심할수록 유혈 투쟁도 함께 일어났지만 그만큼 변화되는 역사에 힘을 얻고 있다. 이름 대신 계급으로 불렸던 과거에서 벗어나 이제 당당하게 그들의 이름을 찾고 있다. 거대한 변화가 시작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