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믿거나 말거나 직딩이 히말라야 트레킹을 떠나는 방법 - 100% 경험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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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황*지 |
작성일 | 2014.10.06 |
‘네팔병’은 내가 처음 네팔에 갔을 때 머물렀던 게스트하우스 사장님이 해 주신 말이다. 한 번 네팔에서 트레킹을 하고 나면 반드시 또 오고야 만다는 불치병 같은 것이라고 했다. 한국에서 오르락내리락 하는 산길보다 쉬워 보여도 고도 자체에서 오는 여정의 어려움, 그리고 그 안에서 육체적 고통과 마주했을 때 누리는 영혼의 자유로움, 깨끗하게 온전히 나 자신과 만나는 특별한 시간 때문에 ‘네팔병’이라는 것에 걸리는 것 같았다. 나 역시 첫 번째 히말라야 트레킹 이후 이 병에서 자유로워질 수 없었다. 아니, 사실은 이 병에 지독하게 걸리고 말았다. 그래서 다짐했다. 좋아! 일년에 한 번은 히말라야 트레킹을 떠나겠어! 그렇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아니 도대체 시간이 어디서 나서? 요즘 일주일 연휴를 주는 회사는 많다고 하는데 2주 이상 가능하긴 할까?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네팔병을 이겨내기 위한 직딩의 처절한 사투를 한번 공유해보고자 한다. 일단 내가 ‘네팔병’에 걸렸는지 확인해보려면 아래의 증상이 일어나는 지 체크해보자. 1. 거의 매일 혹은 일주일에 두 세 번은 히말라야 트레킹 사진을 꺼내 본다. 2. 컴퓨터의 배경화면은 히말라야 트레킹 사진이고, 바탕화면에 폴더로 빼놓고 사진을 본다. 3. 대한민국에 나온 모든 다큐와 여행 프로그램 등 히말라야와 관련된 영상과 책은 모조리 찾아서 본다. 4. 누군가가 해외 여행을 떠난다고 하면, 네팔로 가라고 적극 권유한다. 그렇다면 교사나 공무원이 아닌 일반 직장인이 네팔 여행을 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 있을까. 내가 써본 방법을 모조리 동원해서 써보겠다. 내가 다닌 회사는 인터넷고등사교육 업체, 성인영어교육업체, 여행컨텐츠회사, 포털사이트 등 IT계열과 벤처계열에 속해 있었다. 대기업은 SK계열사에서 4년, 벤처에서 3년 정도였다. 1. 대기업일 경우- 3년~5년 정도 근속하면 약 한 달간 안식 휴가가 나온다. 대기업은 연봉액보다 깨알 같은 복지 혜택에 회사 생활의 반이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걸 이용해 보자. 결혼할 때는 주말을 포함하지 않은 최소 워크데이 휴가가 5일 이상 나온다. 이 때 연차와 붙여서 트레킹을 떠날 수 있다. 2. 이직을 할 때 조건을 건다. 전 회사의 업무인수인계 기간이 꽤 길게 필요하다. “약 3주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라고 한다. 3. 계속 한 회사를 다닐 경우, 히말라야 트레킹을 떠나기 1년전부터 상사들과 동료들에게 주구장창 이야기한다. “나는 내년 00월 00일에 네팔 여행을 떠나기 위해 비행기표를 예매했다. 그 트레킹은 약 00일간 진행되는 데 대무 계획을 잘 짜놓고 가겠다.” 이렇게 계속 이야기하면 그 때가 되면 다들 당연히 가야 하는 줄 알게 된다. 4. 팀장급 위치가 되면 관리해야할 직원들 서로서로가 반드시 대무 체계가 잘 되도록 조직 체계를 만들어놓고 교육을 진행하며 일년에 한 번씩 모두가 최소 10일 이상의 휴가를 꼭 가게끔 유도한다. 팀원들을 잘 가게 해 주어야 나도 잘 갈 수 있다. 5. 기타 추가 팁으로 내가 떠나 있는 동안 비교적 큰 일들을 대무해 주었던 동료들에게 그만큼의 보상을 하는 것이다. 각각의 취향에 맞춰 선물을 사오고, 다녀와서 맛있는 점심 식사를 쏘는 것이다. 돈이 들어도 내가 원하는 여행을 가려면 이 비용만큼은 투자해야 한다. 6. 마지막으로 제일 권하고 싶지 않지만 “일을 많이 하는 수 밖에” 없다. 내가 회사에서 얼마나 중요한 사람인지 최소 1년 이상은 증명을 꼭 해야 한다. 그렇게 하고, 반드시 휴가 기간을 요청해서 받아들이게끔 하는 수 밖에 없다. 심신이 지치는 방법이므로 이 방법을 제일 권하고 싶지 않다. 어찌 보면 이 모든 방법을 다 써가면서 나는 네팔에 가기 위해 노력했다. 병을 치료하는 건 치료약을 먹어야 하는 데 그 치료약이 네팔 그 자체에 있다면 떠나는 수 밖에 없었다. 이 건 극소수의 부류에게만 속하는 이야기일 수 있지만, 요즘 다 똑같이 야근하고 힘든 직장생활을 하는 와중에 시간이 없어 트레킹을 갈 수 없다. 회사에서 휴가를 내어주지 않는다 라고 말하는 일들이 있어 과감히 적어 보았다. 만일 열심히 일했는데도 히말라야 트레킹을 상사가 보내주지 않는다면? 그 회사는 관둬야 한다. 그 정도로 직원의 심신을 치료해 줄 의지가없는 곳이고, 숨도 쉬지 않고 달려가는 350일의 삶이 있다면 15일쯤은 천천히 걸어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도 모르는 사람들이라면 너어무 올드한 상사니까! <안나푸르나의 관문 '포카라'의> <중세로 돌아가는 여행 '박타푸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