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6.28 출발, [특별기획] 킬리만자로(5,895m) 등반 10일 상품을 다녀온 고객님이 직접 작성해주신 기록입니다.
킬리만자로(5,895m) 등반 상품을 위한 정보성이 높은 글을 남겨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1. 킬리만자로 홈페이지 링크: http://me2.do/Fo9TIBlc
2. 킬리만자로를 등반하는 3가지 방법: http://me2.do/xXNA7yLG
3. 킬리만자로 등반 유투브(YOUTUBE): http://me2.do/FAjm2bMt
4. 장석규 수필가의 킬리만자로 등정기: http://me2.do/FPXIn7i1
5. 킬리만자로 등반 준비 사항: http://me2.do/GnzpUkLC
ㅇ 탄자니아
- 아프리카 동부에 위치하며, 인구는 5,900만여 명. 면적은 한반도의 4배 정도(94만 ㎢), 적도기후, 스와힐리어/영어, 이슬람교(35%)/그리스도교(30%). 중앙집권 공화제 국가
ㅇ 킬리만자로(스와힐리어로 ‘빛나는 산’이라는 뜻)
- 높이 5,895m(아프리카 최고봉). 동서 간 지름 80km. 1889년 독일의 지리학자 한스 마이어가 최초로 정상에 오름
ㅇ 여정 : 인천공항 ⇒ 아디스아바바(에티오피아) ⇒ 킬리만자로 공항(탄자니아)
ㅇ 준비물
- 여권, 황열병 예방접종 증명서, 달러, 비자카드, 핸드폰, 달러 준비(현지 스텝 팁 $160, 탄자니아 비자 비용 $50, 호텔 매너 팁 $1, 기타 음료 비용 및 기념품 구입을 위해 달러 소액권으로 준비)
- 겨울 등산 복장(상의:파카/패딩/재킷/셔츠, 하의:얇은/겨울용, 레깅스), 보온 모자, 보온 양말, 속옷, 카라반 모자, 벙거지, 버프, 스패츠, 판초 우의, 등산화, 샌들, 겨울 침낭(혜초 임대), 장갑(춘추, 겨울용), 등산 스틱
- 배낭, 세면도구, 물티슈, 수건, 선글라스, 아이젠(6발 이상), 헤드 랜턴(여분 배터리), 손전등, 립밤, 선크림, 립밤, 반창고, 날진(Nalgene) 물통 2개, 보온물통 1개, 손목시계
- 멀티 어댑터(충전용 UK), 건전지, 멀리 잭, 보조배터리(건전지 포함), 핸드폰 충전 잭, 추가 무릎 보호대, 코 뻥/입안, 파스, 후시딘, 셀카봉, 보이스 메모리, 필기구, 구강청정제, 다용도 칼, 행동식(초콜릿, 연양갱), 핫팩, 상비약(혈압약, 감기약, 소화제, 지사제 등), 고산증 약(다이아막스), 간식(건과일, 초콜릿, 에너지 젤), 여행자 보험, 간이 우산
ㅇ 요약 일정
- 6/28(1일 차, 금)
o 인천 국제공항 1 터미널 A 카운터에서 관련 서류(e-ticket Receipt 등)만 받고, F19~24의 에티오피아 항공 데스크에서 직접 항공 티켓과 수하물을 부쳤다. 다행히도 저울 위에 올려진 수하물이 22.3kg이었다. 항공기 티켓 (ET673)은 2장(인천~아디스아바바와 아디스아바바~킬리만자로)을 한꺼번에 받았다. 작년 후지산 갈 때 보조배터리를 수하물에 넣었다가 낭패를 본 경험이 있어 보조배터리와 건전지 등은 배낭에 잘 챙겨 넣었다. 특별히 할 일이 없어 대기하다가 약국이 보이길래 혹시 고산증약 좋은 거 있는가 물으니 하나를 줘서 그냥 사버리고(그러나 뒤에 실제로 복용해보니 그 효능은 잘 모름), 탑승구 게이트에서 대기.
- 6/29(2일 차, 토)
o 밤 01:20 에티오피아의 아디스아바바 공항으로 향발!
이륙 1시간여 후, 새벽인데도 저녁인지 아침인지 기내식이 나온다. 생선가스와 월남 쌀밥, 빵 등. 커피나 맥주는 위에 부담 줄까 엄청 망설이다 안 먹는 것으로! 다시 착륙 3시간여를 앞두고 또 아침인지 두 번째 기내식(달걀찜, 소시지, 화채 등)이 나왔다.
o 07:20(한국시각 13:20) 아디스아바바 공항 도착
아프리카 북부의 관문답게 공항에는 에티오피안이라 쓰인 항공기들이 길게 줄지어 있다. 이 항공기 외에 큰 다른 아프리카 국가의 항공기들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줄을 맞춰 길게 이어지는 항공기 모습이 인상적이다. 속으로 은근히 에티오피아 항공이 아프리카 후진국이어서 좀 무시했는데, 이 공항에 줄지어 대기하고 있는 비행기 행렬을 보니 생각보다는 훨씬 크고 안정된 모습이다. 하기야 비행기는 미국이나 유럽에서 만든 거니까……
현지시간 아침이다. 킬리만자로 공항으로 커넥팅 해야 한다. 이제 외국이니 통관 데에서 벨트도 풀고 신발도 벗고 검색대를 통과해야 했다.
o 09:30 보딩 시작하여 10:40에 킬리만자로 공항으로 이륙했다. 약 1시간여 후 진짜 아침 기내식이 나온다. 아디스바바 올 때에는 그래도 치킨 또는 피쉬를 선택받더니 여기에서는 피쉬가 동났는지 묻지도 않고 그냥 치킨을 안겨버린다. 그런데 치킨의 종류도 여러 가지인가 보다. 좀 낯설다.
o 12:30 킬리만자로 공항 도착
입국장에는 현지 매니저(Mr. Hashim)가 나와서 우리를 반갑게 맞아준다. 그리고 킬리만자로 정상까지 우리를 이끌 메인 가이드(Mr. Sylvanus)도 보인다. 바로 비자 오피스에서 황열병 예방접종 증명서와 입국 신고서 1 그리고 $50의 비자 피를 내고 비자를 발급받아야 했다.
킬리만자로 공항은 국제공항이긴 하나 지방공항처럼 작은 규모다. 물론, 이용자가 많지 않은 지 오늘도 그리 복잡하지 않고, 가끔 경비행기들만 이착륙하는 모습이다. 수하물 찾는 곳도 한 곳이고 돌아가는 체인도 없다. 물론, 와이파이도 안된다.
14:30 탄자니아 입국 수속을 모두 마치고 미니버스에 탑승하여 첫날 숙소(Spring land, 3성급)로 향발. 아직도 거리에는 온통 일제 차들뿐이었으며 통행 규칙마저 일본처럼 좌측통행이다. 멀리까지 산이 안 보일 정도로 넓은 들판이지만 왜 그런지 공기는 생각만큼 선명하지는 않다. 제조업이 여기보다 훨씬 발달한 유럽의 중국인 이탈리아보다도 선명해 보이지 않는다. 습도 탓일까? 특별히 공기가 오염될 정도의 제조업이나 굴뚝 산업이 발달한 나라도 아니고, 흐르는 바람을 막을 정도의 높은 산들도 없는데……….!
차창 밖으로 보이는 드넓은 들판에는 옥수수와 해바라기를 심은 모습이 자주 보이지만 농사에 신경을 쓰는지 안 쓰는지 그냥 뿌려놓고 내버려두는 수준이다. 이 나라가 정체(政體)는 공화국이나 실질적으로는 사회주의 경제 시스템인 것 같은데. 면적은 한반도보다 4배 이상 넓고(94만 ㎢), 인구도 5,900만 명이나 된다는데. 어쩌면, 경지를 개인에게 완전히 불허하고 그 소득 중 일부를 세금 납부하는 시스템과 함께 ‘근면, 자조, 협동’이라는 새마을 구호를 외치며 정신 개조를 한다면 어떨까 하는 말도 안 되는 상상이 뇌리를 맴돌았다.
적당히 포장된 길 양편에는 가끔 ‘Wakala’ ‘Airtel’이라는 상점 또는 핸드폰 가게들(?)만이 보일 뿐 매점이라고 할 정도의 정리된 매점들은 보이지 않는다. 포장도 우리가 지나는 주도로만 포장되어 있고, 그 주요 도로들은 전혀 포장되어 있지 않다. 집들도 대부분 붉은색 흙벽돌로 지어 졌으며, 일을 하는지 안하는지 젊은 사람들도 말없이 혼자서 오토바이에 걸쳐 앉거나 또는 끼리끼리 앉아 잡담하는 모습이다. 어떻게 생계를 이어가는지 의문이며, 1인당 연소득 평균이 $1,000(지금 인터넷 찾아보니 2018.4월 현재 $526로 세계에서 꼴찌 수준임)가 채 안 된다는 전언이다.
한 두 군데 꽤 커 보이는 전통시장이 개장되어 과일이나 생선 등 다양한 상품들과 함께 당나귀(?) 등에는 팔 물건인지 산 물건인지 마치 우리의 옛날 어린이 그림책에 나오는 상상 속의 그림을 여기 현실에서 보게 된다. 구경해 보고 싶었지만, 숙소에서 거리도 멀고 안전문제 때문인지 호텔 출입문을 잠가 통제를 한다고 한다. 그러나 잘 포장되지도 않은 도로에 과속방지턱만큼은 확실하다. 4중 톱날로 만들어 거의 정차했다가 다시 출발해야 하는 수준으로 특히 학교 앞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우리 미니버스 기사님도 충실히 지킨다. 급할 게 없으니….
한 시간여를 좀 더 달려 도착한 첫 번째 숙소인 Springland Hotel(3성급) 이라는 곳. 글쎄! 그래도 3성급 호텔이라 해서 번쩍 빛나는 도시에 꽤 큰 호텔로 생각했으나 조그만 시골 마을에 아담한 2층 호텔이다. 그러나 호텔 내부에 들어서니 정원은 이름 모를 꽃들로 잘 가꾸어져 있고 안에 수영장도 그리고 여기저기 모여 담소할 수 있는 장소가 잘 정리되어 있다. 방안에 들어서니, 철제 침대 2개와 조그만 장식장. 그 외엔 별로 여유 공간이 없다. 항공기의 오랜 여정으로 굳어버린 육신을 풀어보고자 욕실로 들어서서 수도꼭지를 돌리니 물이 찔끔찔끔 그것도 적당한 온 냉수를 조절하기가 엄청나게 힘들었다.
암튼, 샤워를 마치고 내일부터 시작할 트레킹 준비에 돌입. 여기 모시(Moshi)에 남겨둘 물건(캐리어 등)과 포터가 운반해줄 것(15kg 이하) 그리고 내가 메고 갈 배낭에 넣을 것 등으로 구분하고 7:30에 식당 행! 야외정원에 만들어진 식당에서 유럽인들과 함께 뷔페식 식사이다. 식사 후 식사를 오랫동안 하는 유럽인들을 피해 담소 장으로 자리를 옮겨 힘든 여정을 함께하며 동고동락할 17인(인솔자 W 과장 포함) 각자에 대해 간단하게 자기소개와 함께 본 트레킹에 임하는 마음가짐 등을 발표하는 시간을 가짐.
o 21:30 취침
- 6/30(3일 차, 일)
o 6:00 기상
15시간여 비행기를 타고 오느라 암튼 잠은 잘 잔 것 같다. 아마도 코를 골았을 것 같은데 다행히도 심하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5:30 정도 된 것 같은데 깨어보니, 호텔이 있는 이곳이 시골인가? 꼬끼오 수탉이 연신 울어댄다. 한번 깨니 더는 잘 수 없다. 6시 기상하여 밖으로 나오니, 엥? 엄청나게 환할 줄 알았는데 하늘에 총총 별과 함께 노란 초승달이 아직도 밤하늘을 영롱하게 수놓고 있다. Wifi가 터지는 프론트 데스크 존에 가서 집으로 카톡을 하고 여기저기 산책하며 상큼한 공기를 맛봄.
o 6:30 아침 식사(호텔 뷔페식). 식사 후 짐을 구분해놓고 8시에 정원 집합. 유럽인들은 사파리를 하려는지 긴 안테나가 달린 지프차에 타고 우리보다 먼저 출발한다. TV 동물의 왕국에서 보던 바로 그 모습이다.
o 8:50 마랑구게이트로 출발. 우리는 어제와 같은 미니버스를 타고, 짐은 다른 차의 지붕에 싣고 1시간 반 여정으로 출발. 좁디좁은 버스 길 한쪽으로 어디를 오가는지 왜 오가는지 인도와 차도가 잘 구분되지 않은 위험한 길을 많은 주민이 오간다. 어떤 이는 더운 날씨에 넥타이까지 맨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머리를 휘두른 여성들도 있고. 누구는 걸어서 또 어떤 이들은 오토바이를 타고, 또 누구는 시내버스인 듯한 미니버스를 타고 이동한다. 일요일이라서 종교의식에 가는지 아님 결혼식에라도 가는 모양이다. 통행속도는 50km 제한이라는데 젊은 운전기사도 40여km밖에 속도를 못 낸다. 운전 중에 가끔 마주치는 상대방 운전자에게 뭔가 수신호를 해준다. 우리의 옛날 교통경찰이 단속할 때 운전자끼리 서로 수신호로 알려주던 바로 그 모습이다. 하~~!
o 10:50 마랑구게이트(Marangu Gate) 도착.
한낮인데도 서늘하다. 여기가 위도상 적도가 맞는지? 여성들은 머리주위를 감싸는 스카프(?)를 두르고 있다. 입구 광장에는 우리의 짐 운반과 요리 그리고 길 안내 등 트레킹을 도와줄 현지인 도우미 30여 명이 군대훈련 형태로 집합하여 체조운동도 하고 뭔가 최고 가이드로부터 지시 등을 받는 모습이다. 첫 출발지 마랑구 게이트(1,970m)에서 사진촬영 등을 하며 둘러보다가 11:30 사각 종이상자로 만들어진 행동식(도시락)으로 점심을 마쳤다. 내용물은 떡갈비와 치킨, 빵, 바나나, 비스킷, 음료 등으로 양이 많은 편이었다. 식사 후, 킬리만자로 산 모형 앞에서 단체 사진 촬영을 하고, 입구를 통하여 드디어 첫 입산 시작!
o 12:00 만다라 산장으로 출발!
고도 1,970m에서 2,720m의 만다라 산장(Mandara Hut)까지 올라가야 한다. 맨 앞과 맨 뒤 그리고 중간중간에 현지 도우미들이 배치되어 속도 등을 조절하며 트레킹을 시작했다. 따라오는 우리 팀이 조금 빨리 서두르면 여지없이 “뽈레 뽈레!”를 외친다. 아프리카 사람들이 잘 쓰는 말이 두 개 있는데, ‘뽈레뽈레’와 ‘하쿠나 마타타’란다. ‘뽈레뽈레’는 ‘천천히 천천히’라는 뜻이고, ‘하쿠나 마타타’는 ‘괜찮아, 다 잘 될 거야’라는 뜻이란다. 여기 현지인들은 어릴 때부터 ‘싫어’ ‘못해요’ ‘빨리빨리 나와라.’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단다. 오히려 아이들이 서두르면 ‘뽈레뽈레’, 그리고 힘들 때 부모님들은 ‘하쿠나 마타타’ 를 외친단다. 이 느긋한 말에는 긍정적이고 평화로운 심리가 담겨있지만, 한편으로는 이러한 심리상태가 행동으로까지 이어져 근면보다는 게으름과 귀찮이즘을 낳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현지 가이드들은 우리의 질문에 아주 친절하게 대답해 준다. 영어를 쓰지만, 스페인식 발음이어서 잘 못 알아듣는다. 그나마 한두 단어라도 영어가 통용되니 천만다행이다. 오가는 다른 사람들을 만나면 “잠보~~~”라고 서로 인사말을 건넨다. 잠보는(Jambo!)는 스와힐리어로 “안녕!”이라는 뜻이지만 ‘힘내세요’의 의미도 포함한다고 한다.
10여 분 지나자마자 열대우림의 원숭이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우기가 지난 지 얼마 안 되어서인지 이끼가 낀 숲이 매우 습해 보였으며, 열대우림답게 컴컴하기까지 했다. 고도 800여 m를 4번의 쉼 끝에 16:40경 첫 번째 산장인 만다라에 도착. 도착하자마자 가이드 우 과장님이 춥지 않도록 보온에 특히 신경을 쓰란다.
간단히 세수만 하고 주위를 둘러보다가 19시에 식당칸으로 이동하여 저녁 식사. 모두 좀 더 일찍 식사했으면 하는 바람이었으나 현지식이 아닌 우리의 음식재료를 가져와 우리 식으로 요리를 해야 해서 어느 정도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이제부터 숙소에서 씻을 수 있는 것은 조그만 양동이에 넣어 놓은 물 한 통이다. 이를 17명이 사용해야 하니 그저 찔끔 얼굴에만 찍어봐를 뿐이다. 이제, 마지막 날 호텔에 갈 때까지는 샤워는커녕 머리도 감지 못하고, 세수도 못 하며 그냥 속옷만 갈아입어야 한단다. 그저, 물티슈로만 닦아야 한단다. 겨우 양치질을 하고 초겨울 복장을 한 뒤 모자까지 쓰고 식당으로 향했다.
식당 한쪽에는 이미 유럽팀이 자리하여 식사하고 있었으며, 아마도 우리와 함께 오늘은 2팀만이 이 산장에 머무르는 것 같다. 수프와 한국 쌀밥 그리고 닭볶음탕, 김치, 양배추 삶은 것 등 비교적 푸짐하게 차려졌다. 막 저녁 식사를 끝낼 무렵에 일련의 현지 도우미들이 식당으로 들어와 길게 우리를 둘러싼다. 갑자기 합창을 시작하면 춤을 춘다. “하쿠나 마타타(Hakuna matata)…………” 마치 강강술래를 합창하듯 리더가 무어라고 선창을 하면 나머지 무리가 합창으로 따라 한다. Hakuna는 "없다." Matata는 "문제"라는 뜻으로, "문제없어" “잘 될 거야”라는 뜻이란다. 숙소는 식당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있으며, 2층 철침대로 되어 있다. 비시즌이어서인지 손님이 별로 없어 1인당 1, 2을 모두 써도 된다. 전선에 의한 전깃불은 없고 태양열에 의한 자그마한 전깃불이 힘없이 주위를 밝힌다. 그나마 이 약한 전기불 마저 끄면 그야말로 완벽한 암흑이다. 랜턴이 필요한 대목이다. 출발 전, 핸드폰을 충전할 소켓이 없다기에 설마 했는데 설마가 사람 잡는다. 정말 불가능한 일이다. 그저 기능을 비행기 모드로 해놓고 가져온 보조배터리를 활용할 밖에 없다. 저녁 8:30부터 취침에 들어가려니 낼 아침 일찍 깰 것이 두렵다. 아침에 일찍 깨면 암흑인 밖에 나가 산책을 할 수도 없고, 약한 전깃불을 켤 수도 없는 창살 없는 감옥이다. 또한, 암흑인 새벽에 밖에 나가면 킬리만자로의 표범(?)이 덮칠 지도 모를 일이다. 혜초에서 임대한 침낭 속에 몸을 넣고 잠을 청해본다. 내일부터는 6, 7, 8이란다. 6시 기상-7시 식사-8시 출발.
- 7/01(4일 차, 월)
o 5:00 기상.
우리 방은 모두 5시에 일어나 간단히 얼굴과 이를 닦고 아침 식사를 기다린다. 아프리카이지만 고지대이어서인지 제법 쌀쌀하다. 7시 식사는 역시 우리의 음식재료로 만든 한식이다. 한국 수프와 탄자니아(?) 수프 그리고 깻잎, 김치, 누룽지 죽 등.
o 8:10 만다라 산장 출발.
오늘은 만다라 산장(2,720m)을 출발하여 호롬보 산장(Horombo Hut, 3720m)까지 트레킹하는 1000m 고지를 올라가는 여정이다. 출발 후 고도 300m에 이르자 밀림에서 관목 숲으로 수종이 변한다. 약간의 파란 하늘도 보이기 시작한다. 30여 분 더 가니 기온이 떨어져 초가을 옷으로 바꿔입어야 했다. 트레킹 루트에 탄자니아 사람들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주중이어서 그런 것 같지는 않고, 경제적으로 트레킹에 나서기가 쉽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우리 일행과 유럽인들 몇 팀뿐이다.
몇 번의 쉼 끝에 점심 포스트에 도달. 아침 출발할 때 나누어 준 행동식(도시락)을 먹는다. 갑자기 크기도 한 검은색 까마귀 한 마리가 달려들어 빵 하나를 입에 물고 도망간다. 익숙한 솜씨이다. 마치 시골에서 매가 갑자기 달려들어 병아리를 채가듯이! 이곳 마랑구 루트에는 산장에만 이정표가 있을 뿐 트레킹 루트에는 거의 없다. 가는 도중 우측 멀리 마웬지(Mawenzi 5,194m)산이 보인다. 웬지 찾는 이가 별로 없어서인지 쓸쓸해 보인다. 대부분의 사람은 킬리를 알지만, 마웬지는 모른다. 찾는 이들도 마찬가지이다. 원래는 킬리와 마웬지가 하나의 화산이었다는데, 지금은 11km정도 떨어진 분리된 화산이다. 조금 더 오르니 웬 큰 선인장 같은 것이 듬성듬성 보인다. 가까이 가니 선인장이 아니라 꽃나무이다. 세네시오라는! 현지인 도우미에게 물어보니 킬리에서 두 번째로 아름다운 꽃나무라고 한다. 첫 번째 아름다운 꽃은 만다라 산장에서 볼 수 있는 유니파산(?)이라는 꽃으로 내려갈 때 안내해주기로 했다. 멀리 킬리가 보이긴 하는데, 쫓아서 따라가면 도망가고 또 쫓아가면 또 달아난다. 참으로 멀리에 있고, 걸어야 할 여정도 길다. 하기야, 동서 지름으로 80km라니 당연한 것 아닌가?
o 15:30 호롬보 산장 도착.
이곳 호롬보 산장에서 3박을 하게 된다. 오늘과 내일 그리고 우후르 피크에 다녀와서 하루를 잔다. 발아래 펼쳐지는 흰 뭉게구름이 마치 비행기에 타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이 구름이 수시로 변한다. 장관이다. 저녁 시간까지는 자유시간이지만 여전히 보온을 유지할 것을 주문한다. 이곳 산장도 어제 만다라와 유사한 형태이지만 좀 새집인 듯하다. 우리의 숙소는 식당 롯지 2층에 자리 잡고 있다. 침대가 철제에서 목재로 바뀌었을 뿐. 1층 식당에서 떠들면 곤란할 것 같다.
o 7:00 저녁 식사.
메뉴는 어제와 같이 우리가 가져온 음식재료에 의한 한식요리. 다만, 국이 꽁치국(꽁치통조림과 김치를 혼합)으로 바뀌었다. 8:30 취침에 들어갔으나 어제와는 달리 잠이 오질 않는다. 새벽에 7시나 되었을까 하고 시계를 보니 4:40! 큰일이다. 아직 1시간 이상을 버텨야 한다. 찬바람이 정수리를 때린다. 목에 두르고 잤던 버프를 꺼내 한쪽을 묶은 다음에 머리에 쓰고 다시 잠을 청했더니 그런대로 효과가 있다. 커피 때문인지, 바닥이 불편해서인지, 아니면 침낭에 적응을 못 해서인지 암튼 뒹굴다가 기상. 저녁때 한잔 먹은 커피의 영향인가? 평소, 커피와 잠의 상관관계가 나에게는 전혀 없다고 생각해 왔는데. 아침에 일어나보니, 우 과장 등 대부분의 멤버들이 어제만큼은 못 잤다고 한다.
- 7/02(5일 차, 화)
o 6:20 기상.
기상하여 며칠 만에 살짝 면도하고 간단하게 세수와 세수, 양치질. 7:30 아침 식사는 어제와 유사하게 토스트 2쪽과 김치 깻잎 등, 감자전(?) 수프 2가지 그리고 항상 커피와 홍차.
o 8:20 제브라 락(Zebra rock)을 향해 출발!
오늘은 고소 적응을 위한 훈련의 날이다. 갑자기 고지대를 가면 고소가 방문하므로 우리 몸이 사전에 이에 대해 적응을 하도록 배려하는 셈이다. 호롬보 산장(3,720m)에서 제브라 락(4,050m)까지 300여m 고도를 올랐다가 아깝게도 다시 내려오는 여정이다. 암튼, 그래도 가벼운 발걸음이다. 9:10 휴식! 저 멀리 제브라 락이 보인다.
o 10:10 제브라 락 도착!
뚜벅뚜벅 걸으니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 이제 더는 올라가지 않고 하산한다. 10여 분 제브라 락을 배경으로 사진촬영도 하고 물도 마시고 하다가 하산 시작. 역시 마음에 부담이 없어 좋다.
o 10:30 하산 시작.
내려갈 때는 여유도 있고 해서 킬리에서 두 번째로 아름다운 꽃나무인 세네시아 킬리(Senecia Kilimanjari) 군락지에서 사진촬영을 많이 했다. 역시, 킬리 맨 아래에서 이곳 그리고 고지대에 이르기까지 계속 이어지는 초목이 발라스틱 꽃이라고 하는데, 여기도 예외는 아니어서 곳곳에 이 꽃이 보인다.
o 11:30 호롬보(Horombo Hut, 3720m) 도착. 12:30 점심
오늘 점심은 특식이다. 한국 라면이기 때문이다. 이국 멀리 킬리 산자락에서 한국 라면을 맛볼 수 있다니? 스위스의 융프라우에서 파는 한국 라면인 신라면의 맛일까? 점심 후, 1시간여 뒤에 킬리 정상에 오를 장비점검을 한단다. 인솔자 우 과장님이 시범으로 완전군장을 하고 나타났다. 그리고 한가지씩 보여주며 설명을 해주었다. 참으로 빈틈없는 안내자이다. 그리고 다시 저녁 시간까지는 자유시간이다. 오후 들어, 우리의 구역 아래에 일련의 텐트족들이 텐트를 친다. 추울 법도 한데? 그리고는 둥그렇게 모여 노래하면서 춤을 춘다. 마치, 옛날 대학생들이 기타를 메고 강촌으로 놀러 가 그들만의 문화를 즐기는 모습이다. 여느 때와 유사한 저녁 식사를 먹고 취침.
- 7/03(6일 차, 수)
o 7:30 호롬보(3,720m)에서 키보 산장(Kibo Hut, 4,700m)으로 출발.
트레킹 4일 차, 세계에서 가장 높은 위치에 자리하고 있다는 키보 산장으로 가는 여정이다. 고도가 1,000여m 에 이르지만 비교적 완만한 코스이기에 걷는 길이는 엄청 긴 편이다. 더구나, 4천여 m의 고지대여서 숨 고르기가 쉽지 않을지도 모른다. 지금까지는 안 보이던 서릿발이 보이기 시작하고, 작은 도랑에는 얼음도 보인다. 선글라스를 착용했는데도 눈이 부신다. 정말 파란 하늘이다. 호롬보 산장까지는 보이지 않던 구급 인력거가 중간중간에 놓여 있다. 정말로, 잠시 후에 한 여성이 이 구급 인력거에 실려 산에서 내려가고 있었다. 어느새, 호롬보에 있던 하얀 뭉게구름이 우리를 쫓아 왔는지 사방팔방 주변이 온통 구름으로 가려져 있다. 참으로 자연의 힘은 놀라워서 그 자체가 경외의 대상이 되곤 한다.
o 9:15 세 번째 휴식.
이곳 휴게공간에는 화장실도 있고, 바로 옆에 헬기장도 보인다. 그러나 지금까지 지나친 마을의 모습이나 느낌을 볼 때, 과연 이 헬기장이 의미가 있을까? 전깃불 상황이나 도로사정 등을 생각할 때, 한 번이라도 헬기를 활용해 봤을까? 너무 무시하는 건 아니지만. 10:40에 5번째 휴식을 하고, 11:20에 여섯 번 째 휴식이자 점심시간을 맞이했다. 다시 현지 도우미들이 커피와 홍차를 서비스한다. 지금까지 모든 식사시간에 커피와 홍차가 빠진 적이 없다. 그러나 여기서 배탈이 나거나 잠이 안 오면 일정을 망칠까 봐 쉽게 입으로 가져가 지지 않는다. 차라리, 조금 배고프더라도 커피가 마시고 싶어도 좀 참는 것이 더 현명하리라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우리는 그리 무겁지 않은 배낭만을 메고도 힘들어하는데, 여기 현지 포터들은 뒤에 배낭을 꽉 채워서 메고 그 위에 또 다른 큰 카고백을 얹거나 머리에 이고 간다. 한 번 좇아가 봤지만 계속해서 그 들을 쫓아갈 수는 없었다. 이미, 몸에 밴 듯하다. 이제 고지대에 이르니 춥다! 벙거지 모자를 배낭에 넣었어야 했다. 설마 하고 그냥 여름 챙모자만을 챙겼더니 카고백에 넣어버린 겨울모자가 아쉽다. 할 수 없이, 손수건을 챙 모자 속에 넣어 덮어쓰니 보기는 흉하겠지만 그래도 좀 나았다.
o 14:50 키보 산장 도착.
오전, 오후 긴 여정 끝에 킬리만자로 바로 아래에 있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키보 산장에 도착. 이젠 정말 킬리에 오르는가 보다. 바로 머리 위 앞으로 킬리가 펼쳐져 있다. 땀에 밴 옷을 갈아입고, 이것저것 정리하다가 16:30에 저녁 식사하고, 17:00에 바로 취침. 취침 시 복장은 출발 복장에서 파카 등 겉옷만 벗고 잔다. 최대한 따뜻하게…. 그리고, 10:30에 기상해서 기상하자마자 등산화까지 모두 착용하고 완벽하게 준비하여 11시에 식당 앞으로 집합하란다. 마치, 엔테베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는 긴장된 모습이다. 식사 후, 날진 물통 하나와 보온물통엔 따뜻한 물을 또 하나의 날진 물통엔 포카리스웨트 가루와 물을 섞어 넣고, 머리에 헤드 랜턴을, 발목엔 지금까지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스패츠를, 그리고 처음으로 구매한 스틱 2개를 가지고 전장에 나간다. 눈이 안 와서 아이젠은 필요 없단다. 그러고 보니, 요 바로 앞 전 팀(6월 초순)은 우기여서 비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다고 하나 우리는 신의 가호가 있어서인지 비 한 방울 없이 또 우후루 정상에도 눈이 안와 아이젠도 필요 없다니……! 불행이 아니라 다행이어야 한다. 그리고 여유분으로 에너지 젤과 포카리 분말 등이 배부되었다. 일단, 등정 후 다시 이곳 키보에 집합하므로 카고백도 그냥 그대로 둔 채다.
- 7/04(7일 차, 목)
o 23:30 드디어 우후르 피크(Uhuru Peek, 5,895M)로 출발!
원래, 우후르 피크의 이름은 ‘카이저 빌헬름 峰(Kaiser-Wilhelm-Spitze)’이었다고 한다. 독일의 한스 마이어(Hans Meyer)가 1889년 아프리카에서 가장 높은 산인 킬리만자로 정상에 오르면서 당시 독일 황제의 이름을 따서 붙인 것인데, 1961년 탄자니아가 독립한 후 이 산봉우리의 이름을 우후르 피크(Uhuru Peek, 자유峰)로 바꾸었단다. 칠흑같이 어두운 한밤중. 헤드 랜턴을 머리에 부착하고 길을 나선다. 마랑구 게이트에서 이곳까지 무려 30여km를 배낭 메고 걸으니 어깨도 아프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르지만, 키보에서 정상까지 왕복하는 동안 현지 가이드가 1:1로 붙어서 배낭을 대신 메주고 $30 수수료를 지급하기로 하였다. 통상 그렇게 하는 모양이다. 약 30분 정도는 화산재 길이지만 그리 가파르지 않았다. 30여 분을 지나니 본격적으로 급경사가 시작된다. 키보(4,700m)에서 우후르 피크(5,895m)까지 고도 상으로 1,200여 m를 올라가야 한다. 특히, 화산재 길은 미끄러지기 때문에 지그재그로 올라가야 한다. 30여 분씩 올라가다가 쉬는 타임을 가진다.
위에 올라와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도시의 자동차들이 불빛을 잇는 것처럼 헤드 랜턴의 이어지는 불빛들이 장관을 이룬다. 출발한 지 3시간여(2:30) 만에 한스 마이어 동굴(5,180m)이르렀다. 쉬면 무조건 물부터 마신다. 고소가 동반하는 고소증에는 그저 “많이 먹고, 많이 싸고, 그리고 많이 자는 것”이 최고라고 한다. 특히, 물을 엄청 많이 마셔대야 한다고 한다. 고지에 오를수록 산소가 부족하니, 물(H2O)에 산소(O)가 포함되어서 그런가? 그런데 빠른 흡수로 도움을 줄줄 알았던 포카리 혼합물이 오히려 토해내는 구실을 만들었다. 어찌 보면 이 구토가 고산증을 이기게 하였는지도 모른다. 쉬었다 가고, 쉬었다가 오르고……! 한스 마이어 동굴까지는 그래도 낙오를 하지 않기 위해 선두권을 잘 좇아왔다.
계속해서 선두권을 따라가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심장에 무리가 가는 듯 선두권을 먼저 보내야 했다. 그리고선, 나의 현지 가이드와 함께 조금 쉬었다가 올라가고를 반복할 수밖에 없었다. 한참을 뒤졌거니 했는데 생각보다 많이 뒤처지지는 않아서 새벽 6시경 길만스 포인트(5,685m)까지는 어느 정도 따라온 것 같다. 이곳 정상의 일출은 05:50이며, 일몰은 18:30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제 한계에 도달한 듯! 길만스 포인트에서부터는 오르는 경사가 많이 누그러졌다. 그런데도, 조금이라도 오르막길이 되면 심장이 부담을 느끼는 것 같다. 평지를 가다가 오르막길이 나타나면 이제는 반드시 2~3분 쉬었다가 가야 했다. 그럭저럭 거북이걸음으로 7:30쯤 스텔라 포인트(5,756m)까지 갔지만, 더 이상은 무리(?)라 싶어 불과 140여 m를 남기고 매우 안타깝지만, 회군을 결정해야 했다. 마라토너가 결승점을 불과 10여 m 앞두고 쓰러지는 불상사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좀 더 무리하면 천천히 140여 m를 올라 우후르까지 갈 수 있겠지만, 옛날 마라톤 모습이 눈에 선하고, 또한 나의 지각 등반이 일행의 일정에 부담되는 것도 싫었다.
맨눈으로 똑똑히 우흐르 피크를 보았고, 5800이나 5700이 거기서 거기라는 스스로 위안으로 현지 가이드와 함께 발길을 돌렸다. 사실, 내려가는 것에 대해서도 과연 내가 쉽게 내려갈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가슴 한쪽을 차지했지만 그래도 몇 발짝을 띠니 내려가는 것은 생각보다 부담이 훨씬 적었다. 그래도 혹시나 심장과 무릎에 부담을 줄까 봐 몇 번을 쉬면서 내려왔다. 내려오면서 보니, 이렇게 급하고 먼 길을 꼭두새벽에 올라왔단 말인가? 참으로, 대단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당히 많이 내려와 키보 산장이 보이는 곳에서는 화산재여서 스키를 타듯 쭉쭉 미끄러지면서 내려왔다. 물론, 스패츠를 찼으니 망정이지 그냥 바지 하나만 입었다면 아마도 장딴지와 허벅지 등이 하얀 화산 먼지로 뒤범벅이 되었으리라. 올라갈 때도 끝이 안 보이더니, 내려올 때는 저기 키보가 보이는데 아무리 발길을 옮겨도 줄어들지 않는다. 암튼, 10:30경 키보 산장으로 회귀하여 도착.
마치 몸살에라도 걸릴 듯 온몸에 한기가 들면서 떨린다. 재빨리 땀난 옷을 갈아입고, 침낭 속으로 들어가 잠을 청했다. 1시간 반여 동안 비몽사몽 잠을 자다가 점심을 먹고 호롬보로 출발.
o 13:30 키보에서 다시 호롬보 산장으로!
힘들었는지 점심은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호롬보로 하산 시작. 아무 생각 없이 1~2시간 편하게 내려가면 되겠지 했는데, 그 길도 멀다. 이 구간만큼은 각자 자유대로 현지가이드의 리드와 통제 없이 걸었다. 그런데, 금세 도착한다고 미리 생각해서인지 아무리 가도 호롬보가 보이질 않는다. 우리의 카고 백을 짊어진 현지 포터들의 걸음은 엄청 빠르다. 약간의 내리막길이니 오죽할까? 몇 발짝 쫓아봤지만 계속해서 따라잡을 수는 없었다. 이곳의 현지 포터들은 아마도 돈을 좀 버는 직업인 것 같다. 그러나 나이 먹으면 그만두어야……! 물을 마시면서 몇 번을 쉰 후에 드디어 호롬보 산장에 재도착(16:30).
o 18:30 저녁 식사
저녁 식사는 부대찌개이다. 몇 가지 햄과 김치를 썰어서 부대찌개를 만들었다. 의정부 부대찌개만은 못하지만, 현지 조달치고는 맛있는 국물 냄새이다. 이제, 3일을 잤던 여기 호롬보 산장도 내일은 떠나야 하니 카고 백 정리를 해야 했다. 먹다 남은 에너지 젤, 초콜릿 등은 현지 도우미들에게 주고 다시 내려갈 때 마실 물병 등과 갈아 입을 옷 등은 배낭에 그리고 나머지는 카고 백에 정리하여 넣고 취침.
- 7/05(8일 차, 금)
o 5시 기상, 6시 식사, 7시 출발!
호롬보(3,720m)에서 마랑구 게이트(1,970m) 까지 이동이며, 킬리 트레킹의 끝이다. 일찌감치 아침 식사를 하고 출발. 어제와는 달리 처음 올 때처럼 현지 가이드가 맨 앞과 뒤에서 이동 속도를 조절한다. 이동 거리가 비교적 긴 20여 km이기 때문인가 보다. 2~3번 휴식 끝에 마랑구 게이트에 도착(12:00). 이로써, 5박 6일간의 킬리 트레킹은 종료되었다. 왕복 78.5km를 걷는 대단원의 막을 내린 것이다.
내려오자마자, 킬리 국립공원 사무실에서 인증서를 준단다. 우 과장이 모두 받아 저녁 숙소에서 개별 수여식을 한단다.
o 12:30 점심. 올라갈 때와 같이 종이상자로 된 행동식으로 점심을 마치고 올 때처럼 카고 백은 별도의 차에 그리고 우리는 올 때의 그 미니버스를 타고 모시(Moshi)에 있는 저녁 숙소인 킬레마캬로 산장 호텔(Kilemakyaro Mountain Hotel, 3성급)로 향발!
o 16:00 호텔 도착 후 휴식. 올 때처럼, 천천히 달려오다가 갑자기 비포장도로를 따라 산속으로 들어간다. 산장 호텔로 가는 길이란다. 명색이 3성급 호텔인데 진입하는 도로가 비포장이어서야? 암튼, 주도로를 제외하곤 대부분 거의 비포장 빨간 흙 상태이다. 진입로 양편에는 탄자니아의 1,100여m 고지에서 자라는 커피가 빨간색, 연두색 등으로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호텔 안에는 깨끗하게 잘 정리되어 있고 나무도 다양하며 실내수영장 있다. 날씨가 춥지 않은 낮에는 수영할 수 있지만 밤에는 추워서 못 할 것 같다. 그럼에도, 인도 사람들로 보이는 이들이 부들부들 떨면서 수영을 하고 있다. 호텔 내에 롯지가 꽤 많다. 저녁 식사는 예쁘게 정리된 야외정원에서 6:30에 먹는다. 월남 쌀과 보라색 쌀로 만든 밥이 지금까지 중 가장 맛있는 것 같다. 수프와 과일 그리고 돼지고기도 프라이를 하고 있다. 식사 후 호텔 로비에서 인증서 수여식을 하고, 다시 나와 소주 등 한 잔씩 마시면서 이런저런 무용담 등 정담을 나눈다.
ㅇ 밤 10시, 마지막 취침.
역시, 호텔 방 안에는 물이 잘 나오지 않는다. 옆에 방에서 함께 쓰면 더욱 나오지 않는다. 암튼, 오랜만에 샤워라는 것을 해본다. 이제, 배낭에 넣을 것과 카고 백(수하물)에 넣을 것을 구분 정리해서 카고 백은 그동안 맡겨 놓았던 캐리어에 집어넣었다.
- 7/06(9일 차, 토)
ㅇ 아침 6시 기상하여 6:30에 식사.
기상하여, 구분 정리된 짐을 다시 한 번 정리하고 프론트 데스크에 있는 식당으로 가서 아침 식사. 식사 후 오전 자유시간. 호텔 내를 돌아다니며 사진촬영도 하고, 책걸상이 있는 곳에서 이런저런 생각을 해 볼 수 있는 여유……시간!
o 11:30 점심 후 호텔 문밖으로 걸어나가서 커피 농장에. 젊은 책임자가 커피에 대하여 설명해주며 하나 따서 먹어보란다. 어? 커피가 쓰지 않고 달콤하다. 겉 껍질을 씹으니 속에 예의 그 커피가 있다. 이것을 로스팅한단다. 다시 호텔 내로 들어오니 다른 젊은이가 모닥불에 커피를 볶고 있다. 그 볶은 커피콩을 절구에 넣더니 “하쿠나 마타타” 노래를 부르며 빻는다. 여기서는 커피를 내리먹기(핸드드립)보다 이렇게 가루를 내어 타 마신단다. 마지막으로, 500g짜리 원두를 12달러에 판매. 금세 동이 나버렸다. 젊은 책임자는 싱글벙글한다.
o 14시, 킬리 국제공항으로 출발.
o 15:30, 킬리 국제공항 도착 후, 출국심사
o 18:10, 아디스아바바로 이륙(비행시간 2시간 반 소요). 한 차례 기내식(저녁)
o 20:40, 아디스 공항 도착 후 연결통로로 이동
o 23:30, 아디스 공항 이륙(인천까지 11시간 반 소요). 두 차례 기내식(아침, 점심)
- 7/07(10일 차, 일)
o 17:05 인천공항 도착 후 해산.
아! 한국이다. 우리의 터전이다. 힘들었지만 그만큼 보람도 있는 킬리만자로 트레킹이 마무리되었다. 전문 산악인이 아닌 일반인들이 오를 수 있는 최고봉 중 하나가 킬리만자로라고 한다. 암튼, 일반 사람이 기구(비행기)를 이용하지 않고 스스로 걸어서 올라갈 볼 수 있는 최고의 높이에, 그것도 쉽게 가보기 어려운 아프리카 중동부를 경험하는 빅 이벤트였다. 이제, 어디를 갈까? 글쎄, 지금으로써는 여행이든 트레킹이든 별로 갈 곳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탄자니아를 이끄는 지도자들이 좀 더 현명해져서 놀고 있는(?) 옥토를 잘 활용하고, 느림의 미학보다는 디지털 시대의 빠름을 깨우쳐서 그들에게 더욱 잘 살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 Jambo, Jambo bwana! Tanzania yetu Hakuna matata!!”
1. 킬리만자로 홈페이지 링크: http://me2.do/Fo9TIBlc
2. 킬리만자로를 등반하는 3가지 방법: http://me2.do/xXNA7yLG
3. 킬리만자로 등반 유투브(YOUTUBE): http://me2.do/FAjm2bMt
4. 장석규 수필가의 킬리만자로 등정기: http://me2.do/FPXIn7i1
5. 킬리만자로 등반 준비 사항: http://me2.do/GnzpUkL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