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일본] 한국인으로서 후지산을 오르는 의미에 대해서. 19.08.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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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안*영 |
작성일 | 2019.08.28 |
▲ 일출 시각에 맞춰 후지산 10합목에 도착. 19.08.25
안녕하세요. 혜초여행 안준영 입니다.
지난 8월 24일 ~ 26일, 2박3일 동안 일본 후지산 등정의 2019년 마지막 팀의 인솔을 다녀왔습니다.
입추가 지난 8월 말의 후지산은 추웠습니다. 여름 극성수기도 지난 상태여서 등산객도 아주 많았던 것은 아니지만, 주말에 무박으로 등산하는 사람들로 붐비기도 했습니다.
* 후지산은 어떤 산??
▲ 신7합목 고라이코 산장 앞에서 바라본 후지노미야 도시의 야경. 19.08.24
후지산은 일본의 최고봉으로 우리나라 사람들도 잘 알고 있는 산입니다. 하지만 잘 모르는 산이기도 합니다. 그 산에 가보지 않고는 절대 그 산을 알 수가 없기 때문이죠.
"후지산에 한 번도 안 가 본 사람은 바보다. 그러나 두 번 간 사람은 더 바보다"라고도 말합니다. 별 거 아닌 것 같지만 별 거고, 별 거 같은 게 별 거 아닌 게 후지산이라고 할까요.
후지산 등산은 여름 시즌에만 한정적으로 개방합니다. 보통 7월 중순부터 9월 중순까지 입니다. 등산하기 가장 좋은 시기는 최대성수기인 7월말 8월초 입니다. 기온이 가장 따뜻할 때이며, 장마 기간이 끝나서 날씨도 비교적 안정적입니다. 후지산 등산에는 날씨가 최대 관건입니다. 비바람이 심할 경우에는 트레킹을 중단하거나 도전도 못해보고 하산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날씨만 좋으면 초등학생들도 충분히 올라갈 수 있을 정도로 어렵지 않습니다.
이번 팀은 날씨는 맑았으나, 어느덧 가을로 접어든 후지산의 3천 미터 이상의 표고에서는 기온이 5도 정도이며, 초속 10미터 이상의 바람에 체감 온도가 영하권이었습니다.
9합목 ~ 정상 부근까지 45분 거리를 인파 정체로 1시간반이나 걸렸습니다. 3500~3700대의 고도에서 몸을 움직이는 시간보다 대기하는 시간이 길어지다보니 몸은 열을 내지 못하고 체온을 뺏기면서 체력이 급격히 소진됐습니다. 후지산을 오르는 모든 사람들이 정상까지 가지는 못합니다. 각자의 컨디션에 맞는 곳까지 갔다가 하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후지산은 트레킹 코스 자체는 어렵지 않지만, 기상 여건이 따라주지 않으면 트레킹이 힘들어지기도 하는 산입니다. 또, 시즌 한정성 때문에 몰리는 인파에 트레킹을 자신의 페이스로 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후지산은 왜, 한번쯤은 가봐야 한다고 할까요?
▲ 후지산 유네스코센터 전망대에서. 구름에 가려서 후지산이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여름철에는 비가 오지 않아도 구름이 많기 때문에 후지산을 보기 어렵습니다. 19.08.25
후지산을 오르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일본인들에게는 자국의 최고봉이고, 3대 영산으로서 자국민의 긍지를 느껴볼 수 있는 가볼만한 가치가 있겠습니다. 하지만, 한국인에게는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저는 이렇게 생각해봅니다.
후지산에서 하산하여 대중탕 같은 대형 온천장을 갑니다. 일본인, 한국인, 중국인, 서양 사람 할 거 없이 다 벗고 한 탕에 들어가 있습니다. 만약 우리나라가 일본의 식민지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면 제가 이 탕 속에 들어갈 수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후지산에도 올라가볼 수 없었을 겁니다. 피눈물 나고 이가 갈리는 역사의 아픔을 지닌 한국인으로서 일본의 최고봉을 간다는 것. 그것이 친일 매국 행위일까요? 오히려 저는 일본에 있는 산이 가고 싶다면 갈 수 있다는 게 한국과 일본이 동등한 위치라는 서 있다는 것의 반증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본의 산봉우리 하나에 올랐다고 그것이 일본을 정복한 것은 당연히 아닙니다. 하지만 일본인과 같이 그 산에 갈 수 있다는 것, 그것이 한국인과 일본인 상관없이 모두 그 산 정상에 서 있다는 것만큼 평화로운 세상은 없을 겁니다.
산에서 만나는 일본인들과 반갑게 인사하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그들도 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일본이라서 그냥 싫어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한국인이니까 모든 한국인을 좋아하는 분은 없을 겁니다. 직접 겪어보고, 자신과 잘 맞는 사람과 오래 사귈 수 있습니다. 일본인과 한국인의 교제도 그렇습니다. 서로 친구가 되는 데 국적이 중요하지 않습니다. 서로의 입장은 다를 수 있지만 결코 위치가 다르지 않으며, 서로를 많이 알아갈 수록 상대방의 다른 생각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후지산은 일본의 최고봉이자 일본의 신, 후지산의 현신이라 하는 아사마노오오카미를 모시는 신사가 있는 영산입니다. 이 신에 대해서 조금 더 알아보면 본지불인 대일여래라는 부처님이기도 합니다. 후지산에는 일본의 신이 있지만 그 신이 일본만을 위한 신이 아니라는 거죠. 그 옛날 일본인들도 후지산을 오를 때는 극락정토로의 수행을 위한 수행길이었습니다. 한국인으로서 후지산을 오를 때에는 각자가 믿는 신에게로 간다고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요.
▲ 후지산에서 하산하면서 올랐던 길을 올려다봅니다. 구름 사이로 맑은 하늘을 잠시 보여줍니다. 19.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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