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남미일주 29일 <잉카트레일 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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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이*혁A | |
작성일 | 2017.04.12 | |
안녕하세요? 트레킹부 이상혁대리입니다. 저는 지난 3월, ‘위대한 여정’ 남미일주 트레킹 29일 일정을 인솔하는 영광을 누리고 왔습니다. 최고의 여행전문가를 꿈꾸는 혜초人으로써, 제겐 성인식과 같았던 한달간의 여정을 정리하면서 현장 위주의 이야기를 들려드릴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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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여정은 지구 반대편, 우리나라에서 1만 7천 킬로미터 떨어진 쿠스코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사실, 한국인으로써 쿠스코까지 도착했다면 그것부터 이미 위대한 여정을 한 셈입니다. 비행기만 20시간을 넘게 타야 하는 만만치 않은 신고식을 치르고 쿠스코에 도착하면, '고산'이라는 또 다른 산과 마주합니다. 해발 3400미터에 위치한 쿠스코에 착륙하면, 장거리 비행에서 회복하기도 전의 상태에서 대부분의 사람은 영락없이 고산증세를 느끼기 마련인데요. 앞으로 페루 잉카 트레일과 볼리비아 우유니 사막으로 이어지는 여정 동안 늘 3천미터 이상에서 활동하기 때문에, 초기에 적응하지 않으면 계속 고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때문에 첫날은 신비롭고 아름다운 쿠스코 탐방을 잠시 미뤄둔 체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데 초점을 둡니다.
다음 날, 한결 가벼워진 몸을 이끌고 본격 쿠스코 관광을 시작합니다. 돌과 바위를 빼놓고 잉카를 표현할 수 없겠죠? 잉카문명 석조 기술의 섬세함에 한번 놀라고 그 스케일에 두 번 놀랍니다. 가이드가 열성적으로 여러 이론들을 설명해주지만, 눈앞에 놓인 압도적이고 거대한 이것을 머리로 이해하려는 것 자체가 무모해 보입니다.
하루 동안 여유롭게 쿠스코의 다양한 유적들을 둘러보며 마저 고소적응을 하고, 다음날부터 시작 될 잉카트레킹을 위해 마저 준비합니다.
-태양의 신전, 코리칸챠의 기반 위에 세워진 산토도밍고 대성당
-삭사이와망의 거대한 바위들
-산골짜기에 위치한 뜻밖의 염전, 살리네라스
-잉카의 농업연구소, 모라이
<잉카트레일> 마추픽추로 가는 길은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 성스러운 우루밤바 계곡을 따라 기차 등을 이용하여 비교적 쉽게 접근하는 길과 가파른 안데스 산맥에 놓인 다양한 잉카 유적들을 지나며 트레킹하는 잉카 순례길, 즉 CAMINO INCA가 있습니다. 잉카 트레일도 1일 코스부터 5일 코스까지 다양한 루트가 있지만 그 중 가장 정통한 코스는 혜초가 진행하는 3박 4일간의 클래식 잉카 트레일 입니다. 하루에 진행 스텝을 제외하면 200명에게만 입장이 허락된, 세계 최고의 트레킹 코스이지요.
안데스산맥의 다양한 풍광과 유적들이 어우러지며, 종점엔 마추픽추라는 확실한 클라이맥스가 있는 코스로써 옛 잉카인들이 그러했듯 오늘날에도 수 많은 사람들이 이 순례길에 자신을 내던지고 있습니다.
1일차 – 워밍업 단계 성스러운 우루밤바 계곡 중심에 위치한 오얀타이탐보에서 스틱 마개 등 필수 준비물을 점검합니다. 잉카의 유적이란 결국 돌과 바위가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데, 스틱 사용으로 긁혀 나가는 것을 방지하고자 스틱 마개를 필수사항으로 관리하고 있습니다.
오얀타이탐보에서 좀 더 깊이 위치한 KM82에서 입산 신고를 하면서 본격 트레킹이 시작됩니다. 첫날은 비교적 쉬운 일정으로 현지인들이 사는 마을을 지나며, 비교적 평탄한 길로써 오르막 경사도 그리 높지 않은 편입니다.
첫 번째 캠핑지인 와이야밤바에 도착하면 텐트를 배정하고 따듯한 세숫물, 과자와 차 등을 제공합니다. 텐트 숙박이라는게 사실 불편한 점도 없지 않아 있지만 잉카 트레킹은 나름 “글램핑”소리를 듣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잉카 트레일의 시작점, KM82
2일차 – 가파른 안데스의 위용 잉카 트레킹 2일차는 일정 중 가장 힘든 산행을 하는 날입니다. 오전 동안 1000미터 이상을 올리게 되는데 체구도 작은 잉카인들이 계단 만들어놓은걸 보면 계단 높이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는 것이, 영 야속하게 느껴집니다.
고개 정상은 잉카 트레일 최고고도 지점인 “죽은 여인의 고개(4200m)” 입니다. 오죽 힘든 길이면 고개 이름을 이렇게 붙였나 싶지만 사실, 건너편에서 바라봤을 때 여인이 누워있는 것 같은 모양이 나와서 붙은 명칭입니다.
올라갈 땐 둘러볼 여유가 없지만 비로소 정상에 오르면 겹겹이 쌓인 가파른 안데스 산맥과 구름의 조화가 환상적인 경관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고개정상부터는 캠핑장까지 또 가파른 내리막을 걷기 때문에 무릎보호대를 착용하는게 좋습니다.
-죽은여인의고개, 4200m
-고개 정상 이정표에서 인증샷은 필수입니다
3일차 – 유적 속에 깃든 잉카의 정기 어제가 가장 힘든 날이었다면 오늘은 가장 긴 거리를 걷는 날입니다만, 고개 두개를 제외하면 모두 내리막입니다. 룬쿠라카이, 사약마르카 등 유적이 밀집되어 있는 구간으로, 걷는 길이 지루하지 않습니다.
다음날은 일찍부터 바쁘기 때문에 저녁에 미리 수고해준 스텝들과 케이크도 자르고 인사 나누는 시간을 갖습니다. 일찍 잠을 청하지만 내일 마추픽추에 대한 설렘과 날씨걱정으로 좀 처럼 잠을 이루기 어렵습니다.
-전령들이 쉬어갔다는 초소, 룬쿠라카이
-구름위의 마을, 푸유파타마르카
-짧은 시간이지만 성실하고 헌신적인 스탭들에게 많을 정을 주게됩니다
4일차 – 대망의 하이라이트, 마추픽추 대망의 마지막 날, 마추픽추라는 여정의 끝을 향해 가는 날입니다. 새벽 3시부터 기상하여 대충 허기를 채우고, 모든 트레커들이 체크포인트로 결집합니다. 일찍 기상하는 이유는, 포터들이 하산 하는 현지인 전용 기차가 새벽같이 출발하기 때문입니다. 이 열차를 놓치면 이분들은 하루를 날리게 되는 셈이기 때문에, 불편하지만 모두 따라줘야 하는 부분입니다.
체크포인트에서 약 한 시간 대기 후, 떨리는 마음으로 태양의 문 인티푸쿠를 향해 힘찬 발걸음을 합니다. 제가 다녀온 3월의 잉카는 우기로 이날도 어김없이 비를 맞아야 했고, 약 3시간 정도 산행을 하면 태양의 문 인티푼쿠에 도달합니다. 태양의 문이라는 뜻인데, 동지가 되면 햇빛이 이 문을 통과하여 마추픽추내의 태양의 신전으로 정확하게 비치는, 놀라운 설계입니다. 또한 마추픽추를 처음으로 전망할 수 있는 곳인데, 애석하게도 안개가 자욱하여 잘 보지는 못했습니다.
마추픽추에 도착하면 처음엔 그대로 퇴장했다가, 다시 정식으로 입장합니다. 이때 스틱은 소지할 수 없고, 다른 불필요한 짐과 입구에 맡기게 되는데 워낙 어수선하기 때문에 맡긴 짐은 나중에 찾더라도 빠진 물품이 없는지 꼭 확인해야 합니다.
입구에는 여권용 마추픽추 도장이 비치되어 있어서, 확실한 흔적을 남길 수 있습니다.
-태양의 문 인티푼쿠에서 바라본, 안개 속 희미한 마추픽추
-공중도시 마추픽추
마추픽추 관광 일정까지 모두 마치면, 버스를 타고 ‘따듯한 물’ 이란 뜻의 아구아 깔리엔테스역으로 이동합니다. 이곳에서는 우루밤바 계곡을 끼고 운행하는 페루 레일을 탑승하게됩니다. 나름 정시출발하는 열차이고, 우리가 타는 비스타돔 등급은 간식 요리와 음료도 제공됩니다.
하차 후 쿠스코까지는 두 시간 정도 더 이동하고, 오랜만에 한식으로 늦은 저녁을 먹으며 잉카 트레일 완주에 대한 회포와 감동을 나눕니다.
이것으로 <잉카트레일 편>을 마칩니다. 다음 시간에는 <티티카카 호수, 우유니 소금사막 편> 으로 찾아뵙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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