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이야기] 산과 고산병 (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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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19.11.07 |
▲ 네팔 히말라야 강가푸르나 봉(7,450m) 정상에서 석채언 대표 / 1986년
산 과 고산병 (1)
우리나라의 산은 고산병이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산은 더욱 오르기 좋고 기분도 좋습니다. 따라서 국내에서 등산을 하시는 분들은 고산병에 대해서 잘 알지를 못합니다. 지금은 해외의 명산을 오르는 것이 일반적이기에 고산병에 대해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또 고산병에 대해 일부 경험이 있으신 분들조차 오해를 하고 계신 분들이 의외로 적지 않더군요. 그래서 제가 아는 만큼 고산병에 대해 설명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고산병을 처음 알고 겪었던 것은 1984년 동계 에베레스트 등반에 등반대원으로 참여했을 때입니다. 고산 등반 매뉴얼대로 하루에 500m 가량 고도를 높이며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를 향해 오르면서 처음 경험해야 하는 고산병에 대해 뭔지 모르고 언제 나타날지 모르니 긴장되고 불안했습니다. 고도 3,000m를 넘으면서 컨디션이 조금 떨어질 뿐 흔히 나타나는 두통은 5,000m 고락셉에 도달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두통약을 먹고 시간이 지나면 괜찮으려니 생각하고 다음날 곧바로 쿰부 빙하 상단부에 위치한 5,400m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까지 올랐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두통은 더욱 심해지고 컨디션은 급하게 떨어졌으며 걷기조차 힘들더군요. 밤새 잠을 설치고 다음날은 심한 두통은 물론 온 몸이 너무 고통스러워 참을 수 없었기에 결국 힘들게 올라온 베이스캠프에서 하산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마침 베이스에 짐을 옮기고 하산하는 야크몰이 셀파니(여자 셀파) 모녀와 같이 하산하는데 걷는 것이 너무 힘들었으며 나중에는 마치 술 취한 사람처럼 길을 따라 곧바로 걸을 수조차 없었습니다. 이는 초기 뇌수종으로 심각한 고산병으로 더욱 악화되고 있었습니다. 함께 하산하던 셀파니의 도움으로 겨우 로부체 롯지(4,900m)에 도착하여 쓰러진 후 꼬박 하루 후 깨어났습니다. 롯지 주인은 이대로 사망할 수도 있을 것 같아 걱정을 많이 했다고 합니다. 이후 3~4일을 더 로부체에서 쉬면서 회복을 기다렸으나 (더 낮은 지역으로 하산했어야 했음) 완전한 컨디션 회복은 등반을 마칠 때까지 하지 못했습니다. 반면에 고산에 대한 경험이 있던 선배는 천천히 천천히 저보다 며칠 더 늦게 베이스에 도착하면서 고산병에 적절히 적응할 수 있었고 본래의 컨디션을 유지하며 등반할 수 있었습니다.
결국 에베레스트를 등반하기 위해 1년가량 남산 매일 뛰어 오르기, 수영 2시간, 각종 트레이닝, 암벽과 빙벽 등 강도 높은 훈련을 했었는데 단 한 번 고산적응의 실패로 간신히 7,000m 가량 오르는 것으로 첫 번째 히말라야 등반은 막을 내리고 말았습니다. 35년이 지난 지금도 첫 번째 고산병에 대해 또렷이 기억을 잃지 않는 것은 그 당시 고산병에 대한 무지와 방심으로 산악인 최대의 꿈인 세계최고봉 에베레스트 등반을 실패했고 또 오랫동안 등반을 위해 겪은 힘든 훈련이 한 순간에 물거품이 되어버려 더욱 잊을 수 없는 듯합니다.
에베레스트 등반 2년 후 1986년 봄 안나푸르나 히말라야 산군의 강가푸르나 봉 7,450m를 등반하면서 고산병에 대한 지난 실수와 경험을 바탕으로 나름 적응을 잘하여 정상에 오를 때까지 고산병에 대한 별다른 문제없이 등반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 히말라야의 싱구출리, 꽁데 Peak 등반과 여러 고산 지역들을 트레킹했고 평균 고도 4,000m인 티벳과 같은 고지대 또한 여러 차례 여행하였습니다. 따라서 히말라야와 같은 고산을 등반하거나 또는 티벳과 안데스 지역과 같은 고지대를 여행을 할 때 고산병에 대한 지식과 경험을 잘 인지하고 대응한다면 원하는 목적지에 보다 안전하게 도달할 수 있음을 직접 체험했습니다.
이후 고산병에 대해 각종 자료, 경험자의 의견 등을 채집하고 조사했으며 많은 고산지역을 직접 여행하면서 가모우 백과 산소발생기 등을 직접 체험하고 또 고산에 좋다는 약들을 직접 먹으면서 테스트를 해 보았습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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